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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입장에서 봐서는 두리반의 현재적 가치는 이사 비용 삼백만 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대략 이주 가능한 두리반의 가재도구 따위나 셈해 봤을 터이니 말이다. 두리반 여기저기에 묻어 있는 시간, 기억, 삶의 무늬를 자본이 헤아린다는 것은 어쩌면 자본의 본성상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자본은 유기체를 유기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자본에게는 직관도 직접적 인지능력도 없다. 단지 자본의 요소로 작동할 수 있는가 여부만 계산에 넣으면 그만이다. 자본의 인격체인 자본가는 그래도 사람이지 않겠냐는 항변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저 난센스에 불과하다. 요즘 말로 하자면 자본가는 자본의 아바타에 지나지 않는다. - 황규관, 두리반의 계보학, 황해문화, 2010년 가을호(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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