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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 '죽기 전에 해봐야 할 일,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음식, 죽기 전에 읽어봐야 할 책,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등등 이른바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광고에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묘한 반발심이 든다.
중세 가톨릭은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발명한다. 사람이 죽고 나서 심판대에 오르는데 단칼에 '넌 천국, 넌 지옥'이란 심판을 받고나면 영원불멸의 땡이라고 하니 교회도, 신자도 억울했다.
신자들은 살면서 지은 죄가 있긴 하더라도 죽음 이후에 가보니 단칼에 지옥이라면 억울했을 테고, 중세의 삶 자체를 지배했던 교회 입장에서도 현세의 짧은 생만 관장할 뿐 죽음 이후의 인간에 대해선 더이상 할 말이 없다니 억울했을 게다. 서양 중세의 삶이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모든 시공간을 교회가 장악하고 있었다.
태어나면 세례를 주고, 교육과 결혼을 관장하며 죽으면 교회 묘지에 묻힌다. 게다가 하루 일상은 교회 종소리에 따라 삼종기도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처음부터 교회가 그럴 마음을 품었었는지 아니면 죽음 이후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염려한 인간의 바람의 결과이던 교회는 죽음 이후 천국과 지옥으로 곧바로 가지 못하는 천국과 지옥행을 살아있는 가족들의 기도와 물질적 헌신으로 천국과 지옥행이 결정된다는 애매한 대합실로 '연옥'을 탄생시켰다.
분명 우리 아빠는, 우리 엄마는 신심이 두텁고 선행을 많이 베풀진 못했으나 그래도 천국에 가기엔 애매하고, 지옥에 갔다면 너무 불쌍했을 사람들을 위해 천국과 지옥 사이 어디엔가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연옥'대합실은 죽어버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교회는 그런 마음을 팔았다. 그것이 이른바 면벌부 또는 면죄부라 불리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도뿐만 아니라 돈을 주고 표현하도록 했다. 나는 비록 가톨릭신자지만 연옥의 개념에 대해 학문적으로는 위와 같은 개념으로 수용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우리는 연옥은커녕, 천국도, 지옥도 모두 한꺼번에 팔아치워서 오늘만 있다. 오늘만 있다보니 오늘 하지 않은 일은 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천국같은 나날은 어떻게 해서든 현세에 이루지 않으면 안되는 열망이 되었다.
애초 생의 마지막에 도달하기 전 이루고 싶은 강렬한 소망, 보다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성찰의 목록이었던 '버킷리스트'는 광고 문구 "죽기 전에..."란 말과 결합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이 되어버렸다.
마치 우리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뒤쫓던 어린 아이 앞에서 동굴문이 닫혀버린 것처럼 '죽기 전에 성취해야만 할 어떤 물질적인 것들' 앞에서 우리는 정작 죽음이 문을 닫아버린 것만 같다. 이제 이 세상에서의 죽음이란 더이상 먹고, 마실 수 없고, 누릴 수 없는 소비의 종지부일 뿐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소비할 수 없는 인간은 살지도 마라, 죽기 전에 이것도 못해보고 죽으면 억울하니 내일은 생각하지 말고 오늘을 낭비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이것이 단지 오늘 몇몇 개인의 일상이라면 혹여 모르겠으나 한 세대, 한 세계가 이런 식으로 삶과 죽음을 소비한다면 우리 각자를 다음 세대와 연결해주었던 영혼의 고리는 어디선가 끊어져 버릴 것이다.
이 모든 "죽기 전에"를 해보기 위해 자기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들어먹는 건 둘째고 지구의 자연생태 통째로 들어먹고, 이 세상 자체를 모두 들어먹는 세대가 바로 우리가 될까봐 두렵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