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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서울역 회군이 있었다. 그 다음날 신현확 당시 국무총리는 정치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으니 학생들은 정부를 믿고 학원으로 돌아가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17일, 그러니까 35년 전 오늘...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군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5.17비상확대계엄조치가 35년 전 오늘밤, 자정을 기해 실시되었다.
오늘.... 1980년 5월 17일은 토요일이었다. 5월의 주말을 맞이한 서울도, 광주도 그렇게 오늘처럼 평온했으리라. 낮 1시부터 중계되었을 백호기쟁탈고교야구전들을 삼삼오오 TV앞에서 보고들 있었으려나.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TV를 보았을 테고, 좀 산다는 집에서는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었을 지도 모른다. 또 누구네 집 혼사가 있어서 부랴부랴 예식장으로 달려간 사람들도 있었을 테고, 어떤 부부는 예쁘게 차려입고 외식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날 신문 1면에는 김대중, 김영삼이 정부에게 계엄령을 빨리 해제하고, 학생들도 자제하라며 정부에게 6개항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 오늘밤 10시경 전두환의 앞잡이들은 M-16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을 보내 김대중, 김종필, 김동길, 문익환, 리영희, 인명진, 고은 등 26명을 소요사태의 배후라며 체포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각 대학으로 형사들을 보내 학생운동 지도부를 일거에 잡아들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사실을 알고도 학교에 남아있다가 잡혀갔을 테고, 누군가는 길고 긴 도망자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확대비상계엄의 밤이 지나고...
광주에서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기 시작할 무렵이던 5월 18일 조간 <조선일보>에는 로스트로포비치 가족의 내한공연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5월 31일부터 이틀간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그의 아내 소프라노 바시네프스카야와 딸 엘레나 로스트로포비치의 리사이틀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란 소식이다. 과연 이들 가족은 제대로 공연했을까?
5월 19일 월요일엔 신문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군부는 그런 것까지 계산에 넣었을 것이고, 일반 사람들은 5월 20일에야 비로소 신문을 통해 군부의 비상확대계엄소식을, 저들의 체포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든, 겉으로는 내색조차 하지 않으며....
그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1980년 5월 17일.... 오후 1시 33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비록 어떤 이들은 미처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겠으나 이 날들은 우리 역사에서 결코 쉽게 잊혀져선 안될 날이며, 쉽게 기억되어서도 안될 날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