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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상정되었다. 2012년 5월 25일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 등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국민에게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인가를 묻는다면, 과연 무엇이라 대답할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권력이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이르는 말이지만, 권력이란 바로 그것을 정의하는 힘이기도 하다. 국민 대다수가 작금의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라고 여기지 않더라도 저들이 그렇게 여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만약 '테러방지법'이 제정된다면 무엇이 '테러'인지, 누가 '테러범'인지에 대해서도 저들은 자기 마음대로 정의하고, 마음대로 규정할 수 있다. 이미 국회의원들의 합법적인 필리버스터조차도 국민에 대한 테러 행위로 정의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테러방지법은 이미 지난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던 국정원을 초법적인 기관으로 만든다. 테러방지법이란 국정원의 '의심'만으로 누구든 마음껏 사찰할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검열(檢閱, censorship)과 사찰(査察, inspection)을 “국가권력이 안정적인 지배를 효과적으로 재생산하기 위해 행사하는 폭력”이라고 정의했을 때,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피에르 부르디외는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잘 은폐된 검열은, 권위를 가지고 말하는 집단들 혹은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소로부터 일정 행위자들을 배제함으로써 의사소통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권력이 다수의 피지배자들의 사상과 표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모두 물리적 강제력에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의 사찰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자행하는 '자기검열'이야말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좀 먹는 가장 좋은 검열 수단이다.
미연방수사국(FBI)의 수장이었던 에드가 후버는 형식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었지만, 그는 고급정치정보를 무기로 대통령과 직거래하면서 48년간 8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장막 뒤의 대통령'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5.16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1961년 7월 3일 '반공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1980년 12월 31일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등 여러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던 전두환에 의햬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의 독소조항들은 고스란히 국가보안법으로 옮겨갔다. 전두환이 반공법을 폐지한 이유는 그 이름부터가 너무나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러 이제 국가보안법은 누가 뭐래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억누르는 악법 중의 악법임이 명확해졌다. 바로 그런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대신해 더 세련되고, 더 악독한 법안인 '테러방지법'이 나타난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시스의 '팰퍼틴'은 연방 분리주의자의 반란을 빌미로 비상대권을 손아귀에 거머줬다. 이것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영화 속 팰퍼틴은 극적인 재미를 위해 그냥 등장한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실재했던 수많은 독재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히틀러'도 합법적인 통치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영화 <조이럭클럽>의 원작자인 에이미 탄 (Amy Tan)은 이렇게 말했다.
"권력이란 이런 것이다 -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손에 쥐고 그것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You see what power is - holding someone else's fear in your hand and showing it to them)!"
대통령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들의 공포를 여당의 ‘정책 실탄(Policy Bullets)’으로 삼지 마라! 언젠가 그 총탄은 당신을 겨냥하게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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