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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없어지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냉전이 사라지고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1952년 1월 31일, 미국은 일본의 경찰예비대를 자위대로 개편하였고, 이를 통해 일본의 재무장이 시작되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의 여파였다. 그보다 조금 늦은 1955년 서독이 재무장을 시작했다. 한반도 열전(熱戰)으로 냉전(冷戰)이 더욱 강화된 결과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양국의 전후 처리 및 역사청산과정은 늘 비교 대상이었다. 독일과 일본은 어째서 서로 다른 전후 처리 과정을 밟게 되었을까?
전후 독일과 일본이란 두 전범국가에 대한 미국의 점령정책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국익실현, 정치‧군사적 패권 추구였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에 대한 구체적인 점령정책은 서로 달랐다. 전후 유럽에서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소련 사회주의 진영과 대치하기 위해 서독의 군사력이 필요했지만, 독일의 침략으로 인해 두 차례나 커다란 피해를 입은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독일의 재무장을 원치 않았다.
미국은 서방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독일의 철저한 역사단절과 청산을 요구했다. 그 결과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출범 직후인 1955년부터 서독을 재무장시켜 유럽에서 냉전수행의 중핵을 담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 청산을 해야 하는 침략의 주된 피해자들이었던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공산국가가 되거나 비동맹 국가가 되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성격이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국가 간의 패권 다툼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에 의해 식민지가 되었던 민족의 독립전쟁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독일처럼 일본에게 이웃 국가들과의 화해를 강요할 필요가 없었고, 일본 스스로 자발적인 과거 청산에 나설 이유도 없었다. 역사인식이란 역사적인 사건들에 관한 집단적인 기억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자,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역사인식은 민족공동체에 공통감각을 부여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역사인식은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긍정-부정의 평가를 통해 사건의 재발/재발 방지를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된다.
미국은 우선 동아시아 안보 위기를 부추기고, '한미일 동맹'을 기정사실화하여,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한일 협력/화해가 필요하다면서 한일 관계의 장애물로 되어 있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여, 압력을 행사해왔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보장 장치인 한미일 동맹을 막고 있는 것이 과거 청산을 외면해 온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고집하는 한국인 것 같이 본말이 전도된 논리를 만들어 한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냉전 논리를 불러내어 한미일 동맹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을 표적으로 하면서, 중국 견제에 정조준하고 동북아의 군사 긴장을 유지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도모함과 동시에 한국을 '한미일 동맹'(사실상 미일동맹)에 종속시켜 미국의 세계적 경찰 행동과 패권 관철을 위한 도구로 구사하려 하고 있다.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없어지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냉전이 사라지고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미국이 한미일동맹을 통해 최종적으로 겨누는 창끝에 북한만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 청(淸)의 한 관리(황준헌)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방어(防我)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親中國), 일본과 맺고(結日本), 미국과 수교를 맺으라(聯美國)고 충고했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남북한의 평화도, 통일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냉전을 녹이고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