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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장관 후보자가 자신은 신앙적으로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찰스 다윈은 비글호의 탐험 이후 "종의 기원"에서 발표될 내용을 거의 완성시켜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종의 기원" 발표를 서두르지 않았던 까닭은 당시 과학기술의 발달 상태로는 진화론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나친 겸손이기도 했지만, 그가 증거로 제시할 수 있었던 증거들은 진화(자연선택)라는 장구한 역사를 관찰할 수 없으며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있어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서술이 불가능한 사건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설득하기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과학적으로 단호하게 검증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에 더해 그는 믿음을 가진 신자이자 과학자의 소명의식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다윈은 우주를 지배하는 조화로운 수학적 법칙을 발견해 그 법칙을 만든 신의 권능을 드러내는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어쨌든 이후 다윈이 고민했던 과학적 증거는 멘델과 모건의 실험 등을 통해 입증되었고,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더이상 이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일부 근본주의(성서를 한 자 한 획의 어긋남도 없이 믿는다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창조과학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지구 탄생 연도를 거꾸로 연산해보려는 시도 역시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7세기 아일랜드의 성직자이자 주교였던 제임스 어셔일 것이다. 그는 성경을 토대로 천치창조의 정확한 날짜를 짚어내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그에게 있어 최상의 정보는 당연히 성경이었다. 그는 성경에서 언급하는 여러 대의 가계(~가 ~를 낳고…)를 바탕으로 몇몇 족장들의 - 종종 터무니 없이 오래 살았다고 전해진 인물들도 있는 - 수명을 계산하고 천문학 주기와 중동과 이집트 역사 속에 알려진 사실들을 비교 검토함으로싸 그는 자신이 살던 1658년, 그리고 Anno Domini 이후 1658년에서 역산하여 약 4004년 전의 10월 22일 토요일 해질녁에 지구가 탄생했음을 밝혀냈다.
어셔는 밤과 낮이 창조되었을 때, 이 둘의 길이는 같았을 것이라 가정했고, 따라서 그 날짜가 분점(分點)에 가까웠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또한 아담과 이브가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으므로 에덴동산은 수확기였을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추정했다. 18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출판된 성경 중 상당수에는 이처럼 어셔가 선택한 연대가 성경 한 편에 표기되었기 때문에 어셔 주교의 주장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계산에 매달린 사람은 어셔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몇 년 앞서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손꼽히는 케임브리지 대학(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덤 스미스 같은 이들은 당시 영국의 명문 대학 교수들이 공부나 연구는 안하고 쓸데없는 일에 매달린다고 불평했었다)의 부총장 존 라이트풋은 기원전 3929년에 천지가 탄생했다고 계산했다. 물론 그의 계산보다 어셔의 계산이 더 널리 알려졌고, 누구의 계산도 어셔가 내놓은 천지창조의 날짜만큼 용인 받지는 못했다.
물론 18세기에 이미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몇 백만 년은 족히 넘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어셔의 주장을 믿는 이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역시 이조차도 지구 6000년설을 주장하는 이들에겐 그저 가설에 불과하다.
"Mundus vult decipi(세상은 속고 싶어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