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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의 사랑이 오래가는 이유가 뭘까? 막상 춘천역에서 내려 공지천에 가보면 볼 건 아무 것도 없고, 마치 김민기의 노래에 나오는 '작은 연못'처럼 고여서 썩어가는 물인데 사람들은 왜 춘천을 이야기하고 춘천의 그 작은 연못을 추억 속에 담아두고 있는 걸까요?
그거 아세요. '가난한 연인들의 추억'이 얼마나 질기고 오래 가는지..... 아직 손 한 번 잡기도 두렵고 떨릴 때, 몇 주를 계획하고, 용돈을 모아 말할까 말까 떨리는 기분으로 우리 춘천 한 번 가볼까? 말라붙은 입술을 달삭거리며 간신히 건네 본 춘천행 기차의 유혹.
막상 춘천역에 내리긴 했지만 처음 가본 춘천에서 어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사람들 따라 가보니 공지천. 서로에게 집중하느라 공지천 풍경은 사실 눈에도 잘 안 들어오죠. 백조 머리를 한 페달식 보트가 줄줄이 매달려 있는 천변을 걷다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이고, 가난해서 주머니엔 몇 주간 모은 용돈이 두둑해도 레스토랑에 가면서 주눅들고, 혹시 돈까스가 너무 질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설렘이 거기에 묻어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선배들은 춘천의 비밀스러운 밤 경험을 무용담 삼아 이야기해줬지만 막차 시간을 놓칠까봐 연신 시계를 보는 건 그녀가 아니라 본인이었겠죠. 공지천의 사랑이 오래 가는 이유는 도회지 촌놈이 교외로 나간 거의 최초의 연애인데다가 아직 풋풋한 기운이 빠져나가기 전의 사랑이라 그런 거죠. 모든 첫 경험은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잖아요. 마치 하얗게 내린 눈 위로 그 누구의 발자국이 찍히기 전에 먼저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공지천의 사랑이 오래 가는 이유는 내 가슴의 눈밭에 찍힌 그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녹아내리지 않아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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