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고 말한다. 브레히트의 입장과 다른 차원에서 나는 우리 시대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고 생각한다.
고흐가 그린 측백나무는 엄밀하게 말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측백나무가 아닌 서양 측백으로 보통은 '사이프러스'라고 하며, 좀더 엄밀하게는 이탈리안 사이프러스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흐가 그린 '이탈리안 사이프러스'의 타오르는 푸른 불길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측백나무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안다는 건, 인류가 살아오면서 체득한 공동의 심상을 경험하고,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20세기는 전인류의 5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 세기이기도 했다. 도시화 이후 자연은 우리 삶과 사유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은 환경도, 생태도 아니라 말그대로 주변부화 되었다. 자연이 주변부화된 뒤 우리들은 버드나무도, 느티나무도, 버즘나무도 모른다. 산수유는 어떻게 피는지 알지 못하며 딸기가 본래는 어느 철에 나야 하는지 혼동되고, 교란당한다.
도시의 풍경과 일상은 트렌드다. 오늘 알지 못하여 담화(談話)에서 소외된 내용은 내일은 이미 유행에서 뒤처진다. 우리가 오늘 모르는 첨단 유행은 10년 뒤엔 영원히 모르거나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그것은 자연에 비교하면 찰나의 유혹에 가깝다.
시인이 자연을 잃는다는 건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잃는 것이고, 감각을 잃는 것이며 궁극적으론 언어를 잃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이 자연의 비유력을 회복한다 할지라도 이제는 그것을 알아줄 독자가 없다.
지금 서정시를 쓰기 힘든 이유는 거기에도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