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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나름 이름난 조직에서 일한 덕분에, 잡지 편집장으로 여러 행사를 주관하고 주최해온 실무자로서 나도 세상의 유명한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본 축에 속하지만, 그들과 이른바 ‘인증샷’이란 걸 찍어본 적이 거의 없다. 직업적으로 가끔 남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촬영당하지만, 내가 들어가 있는 그런 사진을 어딘가에 올려본 적이 거의 없다. 인터넷 공간에 인물 아카이빙 공간을 만들어 제법 오랫동안 운영해왔지만, 생존자와 인증샷을 촬영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인증샷이란 증거를 남긴다는 의미일 텐데, 그와 함께 잠시 있었다는 인증이 뭘 증명하는 걸까?
선거 때가 되면 알게 된다. 인증샷이란 퍼포먼스만큼 정치적인 행위도 드물다는 걸 말이다. 그런 걸 보면 사진이란 미디어와 증명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헤겔사전』에 따르면 "헤겔 철학에서 증명은 주관에 기초하는 유한한 인식의 최종성과로 위치를 부여받지만, 여전히 주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인식의 존재방식이다. (…) 요컨대 증명에 의한 인식은 정리를 수단과 재료로 할 뿐이고 또 자기의 주관적 목적에 관계될 뿐이며, 정리에 기초한 인식의 진리성을 확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어려운 말인 듯하지만, 내 방식대로 풀어보면 '인증샷에 의한 관계'란 자신의 주관적 목적에 관계되는 수단과 재료일 뿐, 실제 양자의 진실한 관계를 보증할 수 없다는 말로 재정의할 수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관련한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이 단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보여주기를 위한 퍼포먼스'를 해왔는지,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개농장에서 도살 직전의 개를 구조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유기견을 입양시켜 그 홍보효과로 연간 후원금 20억 원을 받는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로 부각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증샷을 활용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단체의 초심까지 그러했으랴 싶기도 하다.
신뢰가 사라진 사회이기에 더욱 팩트(fact)에 집착하게 되고, 진실이란 본질 대신 팩트라는 외면에 집착하기에 무엇이든 인증하고, 입증되길 원한다. 인증샷 자체가 속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겠으나 남들에게 내보이는, 내보이려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더 많이 무리한 인증이, 입증이, 증명이 '보여주기를 위한 퍼포먼스(이벤트)'를 통해 나열되고, 유효한 결과, 의도했던 결과를 얻기 위한 효과(效果)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인증샷이 증명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판단 또는 그 내막과 무관하게 단지 남들에게 보이길 원하는 이미지, 보여주길 원하는 영상을 통해 누군가 유형무형의 이득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널리 이름을 알리고 유명해질수록 진정한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내가 되는 일이다. 나는 당신의 인증이나 인정이 필요 없다. 나는 나조차 잘 모르지만, 내가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