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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비위가 약한 분들은 읽지 마세요. 본의 아니게 전두환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ㅠ..ㅠ
"흔히 복지엔 세금이 든다고 불평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겐 차라리 세금이 더 싸다. 각자 알아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공동구매가 더 저렴한 것과 같은 이치다."
복지가 세금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복지는 ‘조삼모사(朝三暮四)’ 같기도 하다. 마치 국가가 세금으로 내가 번 돈을 빼앗아가서 나의 노후생활을 책임져 주는 것이나 내가 세금 낼 돈 아껴서 스스로 계획한 노후생활을 하는 것의 차이가 없을 것처럼 말이다. 굳이 세금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국가는 채권을 발급할 수 있고, 대기업(재벌)의 수출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환율방어를 위해 세금을 쓰는 방식으로도 서민의 호주머니를 충분히 얄팍하게 만들 수 있다. 물가상승을 방조하는 방식(인플레이션)으로도 충분히 재벌들을 위해 국민들을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다. MB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서민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며 내세웠던 ‘낙수효과’는 결과적으로 이것을 극도로 철저하게 수행했던 말장난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두환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런 전두환조차 잘한 일이라고 평가해주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물가안정’이었다. 아웅산묘지 폭파사건 때 목숨을 잃었던 김재익 청와대경제수석은 전두환의 경제가정교사 또는 경제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전두환에게 물가안정을 국정지표이자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조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희 정권의 고동성장정책에 따른 경기부양은 확실히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그의 임기 말이었던 유신시대에 이르러서는 과도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과 방만한 정책운영이 원유 가격의 폭등과 맞물려 인플레(물가상승)를 심화시킨 요인이 되었다.
박 대통령의 사망 직후였던 1980년에서 1981년에 이르는 시기의 물가인상률은 30%를 상회했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경제가 파탄 날 지경이었으니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한 전두환 정권에게는 매우 시급한 과제였을 것이다. 사실 1970년대 말부터 경제 관료들 사이에선 치열한 물가논쟁이 벌어져왔다. 1962년부터 고도성장 위주로 짜인 경제개발계획의 틀을 전면적으로 수정해 이제는 내실지향의 안정정책을 써야한다는 안정론자들과 현대·삼성 등 대기업을 등에 업은 성장론자들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통화증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의 성장이론을 들이밀며 경제부처에 온갖 압력과 로비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1년 더 이상의 인플레이션은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물가안정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도성장정책을 지양해야만 했기 때문에 정권 차원의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정권안보를 위해서라도 물가인상률을 잡아야만 했다. 여기에는 김재익 당시 경제수석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가안정정책을 통해 내실을 다지게 되었고, 그에 힘입어 1986년 세계적인 3저(低) 현상과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흑자를 달성(86년 46억 달러, 87년 99억 달러 등)할 수 있었다.
1980년에서 1985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누계)가 1백 65억 달러, 무역수지 적자는 1백 34억 달러에 달했지만 전두환 통치 기간 전체로 보면 경상수지 적자 20억 달러, 무역수지 적자 16억 달러라는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아마도 이것이 전두환 정권의 존립에는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정책으로 물가를 잡았는지는 경제학자가 아니어서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시기(1982~1983) 도매물가가 마이너스 0.8%, 소비자 물가 2%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통계에 드러난 자료이다. 그의 물가정책은 심지어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이른바 ‘선거예산’이라고 해서 선거 시즌에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데)에도 예산을 동결할 정도로 철저했다.
예산 동결은 언제나 인기 없는 정책의 대명사였다. 비록 전두환을 좋아하진 않지만, 지금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가 경제대통령으로 추앙 받는 이면에 당시 경제가 사실은 파탄지경에 이르렀었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비록 3저 호황이라는 사상 유례가 없는 시대의 운도 따랐지만, 재벌 기업들의 탐욕과 일정하게 선을 그은 정책이 추진되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이어 ‘이명박근혜 정부’라고 하면 화내고 싶은 사람들도 내 주변에 적지 않게 많지만, 최소한 경제정책을 보면 이 두 정부 사이에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란 기업이 만족할 때까지 수익을 얻으면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정말 철없는 ‘낙관’인지, ‘대국민사기극’인지 모를 장난이었지만, 그 책임과 피해는 여기에 속아 넘어간 국민들이 고스란히 전가된다. 과연 이 세상에 기업의 탐욕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 MB정부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내세웠던 셈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에게 MB처럼 보랏빛 희망도, 거짓말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이 길을 간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인지, 나근혜 정부인지, 나그네 정부인지 알 수 없어라~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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