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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 자리를 두고 양 보수 후보인 고승덕과 문용린이 벌인 때아닌 패륜 파동 덕분에 고전공부를 좀더 열심히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보리라 한다.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 고의 교육감은커녕 아버지로서도 자격이 없었다는 고발을 두고,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말은 본래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후에 알게 된다. 알게 된 후에 뜻이 성실해진다. 성실해진 후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 몸이 닦인다. 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바르게 된다.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 나라가 다스려진다.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일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다는 말, "일이관지(一以貫之)"는 논어 <위령공편>과 <이인편>에서 공자가 스스로 언급하고 있는 부분으로 공자를 비롯해 유학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말이다.
'일이관지'란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위령공편>에 따르면 이렇다.
공자가 말하였다. "사(賜)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을 모두 기억하는 줄로 아느냐?" 자공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아닌가요?" 공자가 "아니다. 나는 하나로 꿸 뿐이다."라 하였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일관지도(一貫之道)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이것은 '총체성'이란 말 같고, 작게 보면 마치 연애할 때 여성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잖아"라며 작은 실수를 사랑의 부족이나 부재로 몰아 확대해석하는, 억울할(남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황 같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도 있다.
〈이인편〉에서 공자가 말하였다.
"삼(參)아, 나의 도는 하나로써 꿰었느니라." 증자가 말하기를, "옳습니다." 공자가 나가자, 제자들이 물었다. "무엇을 이르신 것인가?" 증자가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 라고 하였다.
충은 중(中)과 심(心)의 합체어로서 글자의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내 속에 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인(仁)이며 성(性)인데, 남을 나처럼 사랑한다는 의미에서 인이라 하고 살려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 성이라 한다.
공자의 가르침을 압축하면 무엇이냐를 따질 때 흔히 말하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충서(忠恕)'라 한다. 그에 대한 설명은 위에 나와있으나 간단하게 부연해보면 '충'이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국가나 민족에 대한 충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알아 삶을 도(道)와 일치시키는(내 마음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서'란 무엇인가. '서'란 남을 나처럼 사랑하는 마음이며, 남의 마음에 내 마음을 일치시키는 것, 즉 타인에 대한 관용과 용서를 뜻한다.
공자의 충서를 더욱 세분한 것이 맹자의 사단이다. 공자를 계승한 맹자는 인간의 도덕에서 근본이 되는 마음(품성)으로 사단(四端)을 주장하는데, 그것은 '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이다. 이것은 인(仁)· 의(義)·예(禮)·지(智)라 하여 하는 덕(德)의 근본이 된다.
맹자 <공손추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다소 거친 분류일 수밖에 없겠으나 '충'은 '수오지심과 시비지심'을, '서'는 '측은지심과 사양지심'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충과 서는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으나 충이 수오와 시비의 마음으로 공(公)적인 영역에 대한 개념이 좀더 강하다면, 서는 타인을 품는 마음이므로 사(私)적인 영역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좀더 그럴듯 하다. 충과 서의 개념은 이처럼 하나이면서 동시에 서로 상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그것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 중용(中庸)의 묘미이다.
"중용" 13장에는 충서를 중용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중용 13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子曰
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忠恕違道不遠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
庸德之行 庸言之謹.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아니하니 사람이 도를 행하되 사람과 멀어지면 도가 될 수 없다. 충과 서는 도에서 멀지 않으니 나에게 베풀어지길 원치 않는 것을 또한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Whatever you wish that men would do to you do so them. 마태복음 7장 12절). 평범한 덕을(중용에 맞게) 실천하며 평범한 말도(중용에 맞게) 조심한다.
공자에게 '일이관지'란 그런 의미에서 화해(和解)와 회통(會通)이란 불교의 '화쟁(和諍)'과 통하며 이는 변증법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 백악관에서 지퍼를 함부로 열고 닫는 놀이를 즐겼지만, 그것으로 인해 백악관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닉슨은 상대 후보 사무실에 대한 도청놀이를 즐겼단 이유로 쫓겨났다. 물론 그보다 더 나빴던 건 거짓말을 반복하여 사태를 더 키운 탓이었지만... 여기에서 클린턴과 닉슨의 차이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정답은 미쿡 사람들은 역시 달라요도 아니고, 시대와 문화의 흐름과 역사적 경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요'이기 때문이다. 충과 서는 고정 불변의 관념이라기 보다 앞서 "중용"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실(사람)에서 멀지 않고, 사람사는 세상과 따로 떨어져 무관한 진리가 아니다. 이처럼 충과 서는 서로 다투면서, 변화하는 개념이다.
그렇기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같은 어구 하나를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은 공자나 맹자를 몹시 답답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승덕과 문용린의 문제를 '충'으로 볼 것인지, '서'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이 시대 대중이 치열하게 다퉈야 할 몫이기도 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결국 다음과 같은 뜻이다. "사람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기 때문에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으면 된다." 이것이 '수신'의 근본이며, '제가'의 근본이며, '치국'의 근본이며, '평천하'의 근본이다.
아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지고 부모를 섬기며, 아랫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며 동생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지고 형을 섬기며, 벗에게 요구하는 것을 가지고 먼저 벗에게 베푸는 것, 그것이 수신의 근본이다. 忠, 먼저 내 마음을 알아 그 마음에 충실하고, 恕, 남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말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무슨 입신양명 출세의 방도로 오해들 하지 마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