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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네 독서실에 굴러다니던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어우야~담' 같은 류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이 이야기가 서양 중세의 기사 이야기인지, 조선 시대 선비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기사가 마상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가는데 밤이 깊어 하룻밤 묵어 가야 하는 처지였다. 마침 불빛이 보이기에 하룻밤 유숙을 청했다. 마침 이 집에는 방이 둘뿐이었는데, 일층 방에는 부부가 쓰는 방이라 2층에서 아름다운 딸과 한 침대를 써야 했다.
기사는 아름다운 딸과 한 침대에서 밤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마침내 밤이 되어 침대에 눕자 이 여인은 침대 가운데 베개로 담을 쌓고는 '이 담을 넘어오면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기사는 하는 수 없이 그냥 잤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기사는 다시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딸은 이층 창에서 기사를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그것을 본 기사가 그제야 용기를 발휘해 "내 이 돌담을 넘어 당신에게 가겠소!"라고 외쳤다. 그러자 아름다운 아가씨는 기사를 바라보고 한심하다는 듯 한 마디 쏘아붙였다. "이 바보 같은 놈아! 고작 베개도 못 넘는 주제에 돌담을 넘겠다니~"하곤 창을 휙 닫아버렸단다.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민주당'인지 '새천년민주연합'인지, '새정치민주연합'인지 하는 천치들 생각이 나서 그렇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제안했단다. 청와대의 반응인즉 '너네 당내 문제 가지고 자꾸만 청와대 오려고 하지 말고, 너네 입장부터 하나로 정리해서 오렴'이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CBS에 당직자가 나와서 말하길, 이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야당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야당에선 한다고 하는데 청와대와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할 수 있다며 만약 청와대가 응하지 않는다면 기초선거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웃기는 것도 유분수지.
MB의 4대강을 비롯한 국정실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을 비롯한 대선개입 의혹 등등 하고 많은 수많은 사안들을 앞에 놓고, 자중지란에 빠져 헤매다가 안철수랑 김한길이랑 자기들끼리 밀실 야합으로 합당하곤 고작 내놓는 선거 이슈가 '기초선거 무공천'에 사활을 건다는 게 말이 되냐. 박근혜가 묵묵부답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베개도 못 넘는 주제에 돌담을 넘겠다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