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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충수(自充手)
'자충수'란 바둑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인생이란 하나의 그릇과 흡사하다고 비유한다. '그릇'을 빚는 것도 '나'이고, 그것을 채우는 것도 '나'인 '그릇'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충(自 스스로 자, 充 채울 충), 스스로의 그릇을 채운다.
바둑에서 자충수란 자기가 만든 집에 스스로 돌을 채워넣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심하면 패착(敗着)이 되도록 만드는 수를 말하기도 한다. 이 말에서 유래되어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충수를 두며 살아간다. 어떤 순간의 판단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보여줄 수는 없겠으나 그 판단의 순간(이른바 결정적 순간의 선택)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한 사람의 한 마디 실수, 한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그 사람을 모두 알아버린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내린, 순간의 판단착오가 곧 그 사람 생애의 모든 의미를 송두리째 결정하기도 한다.
자충수조차 결국 내가 두는 한 수이기에 ... 젊어서의 실수는 두고두고 갚아갈 수라도 있지만, 오래 살아서 이미 낡아버린, 되돌릴 수 있는 시간도, 채워갈 시간도 부족한 인생을 살아버린 뒤에 찾아오는 깨달음의 무서움이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