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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216년 위왕에 올랐고, 큰아들 조비를 왕세자로 내세웠다. 민심이 흉흉했다. 이럴 때일수록 온갖 요망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역시 그랬다. 좌자라는 기인이 나타나 조조를 농락했다.
그는 조조에게 산으로 들어가 자기 밑에서 도술이나 닦고 정권은 유비 현덕에게 물려주라고 한다. 화가 치민 조조가 좌자를 죽이려 하자 그는 “간신은 경자년 정월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곤 사라졌다. 이에 놀란 조조가 기절하고 병이 들었다.
후한의 신하였던 경기와 위황은 조조가 위왕에 올라 황제의 지위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의분을 느껴 반란을 획책했다. 이들은 태의 길평의 아들 길막과 길목을 끌어 들여 정월대보름에 행사로 분주한 틈을 타 궁중에 불을 지르고, 당시 수방사 사령관격이었던 왕필을 제거한 뒤 백성들을 선동하고, 황제에게 교서를 받아 구원병들을 제압한 뒤 조조를 사로잡을 계책을 세웠다.
그들은 계획대로 정월대보름 날 밤 거사를 일으켰다. 밤 10시경이 되자 성안에 불길이 올랐고, 갑작스러운 불로 조조의 군사들은 당황하고 혼란에 빠졌지만, 조휴를 비롯한 조조의 군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궁문을 지켰고, 하후돈은 성 밖의 군사 3만명을 이끌고 성을 에워쌌다.
날이 밝자 승부는 손쉽게 갈렸다. 경기와 위황은 도망치다가 하후돈에게 잡혀 죽었고, 반란을 일으킨 다섯 가문의 가솔들을 모조리 죽이면서 화재로 빙자해 난을 일으키고자 했던 거사는 막을 내린다.
난이 진압된 다음날 조조는 군사훈련장에 붉은 기와 흰 기를 좌우에 나란히 세우게 한 뒤 말했다.
“경기와 위황 등이 반란을 일으키고 불을 질러 허도를 태웠다. 너희들 속에도 역시 나가서 불을 끈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문을 닫아걸고 집안에서 꼼짝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을 끈 사람은 붉은 깃발 밑으로 가서 서고 불을 끄지 않은 사람은 흰 깃발 밑으로 가서 서도록 하라.”
많은 관리들은 불을 껐다고 해야 죄를 묻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붉은 깃발 밑으로 달려갔다. 3분의 1만이 흰 깃발 밑에 모였다.
조조는 붉은 깃발 밑에 서 있는 자들을 모두 잡으라고 했다.
많은 관리가 말했다.
“아무 죄도 없사옵니다.”
조조가 말했다.
“너희들은 당시 불을 끄려고 나간 것이 아니라 실은 역적들을 돕고 싶어 나갔을 것이다!”
모두 장하(漳河) 가로 끌어내어 목을 쳐 죽이라고 명했다. 죽은 사람이 3백여 명이나 되었다. 흰 깃발 밑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는 빠짐없이 상을 주고 허도로 돌려보냈다.
조조는 어째서 흰 깃발 밑에 선 사람들만 살려두었을까? 당시 화재가 반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화재를 진압하는데 동참한 사람이야말로 조조의 우군이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조조는 흰 깃발 밑에 선 사람들, 다시 말해 복지부동한 사람들만 살려두고 나서서 불을 끄려고 한 사람들은 처단했을까. 흰깃발 밑에 섰다는 것은 나는 겁쟁이라고 고백한 것과 진배없는데...
"권력은 자기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가장 두려워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