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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크로'를 아시나요?
남북전쟁 중이었던 1863년 1월 1일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노예해방선언 이후 미국의 흑인들에게 참정권이 허용되었다. 비록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으나 1870년대 미국 의회에는 상당수의 흑인 정치가들이 등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미시시피주 상원의원 하이람 레벨을 비롯해 하원의원으로 벤자민 터너(알라바마), 로버트 드라지(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시아 웰(플로리다), 제퍼슨 롱(조지아), 요셉 레이니(사우스 캐롤라이나), 로버트 엘리엇(사우스 캐롤라이나) 등이 이 시대의 흑인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백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초까지도 인종에 대한 견해는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교육 받은 대다수 백인들은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흑인들이 열악한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교육받지 못한 결과를 두고, 그들이 태생적으로 미개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1828년부터 영국에서 이민 온 백인 코미디언이었던 토머스 다트머스 대디 라이스(Thomas Dartmouth "Daddy"Rice)는 얼굴에 검댕칠을 하고 시골의 초라한 흑인을 희화화한 캐릭터 짐 크로를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민스트럴쇼는 상실감에 젖어있던 백인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렸고, 대리만족을 선사했으며 인종주의를 부추겼다.
1838년에 이르러 ‘짐 크로’는 흑인(니그로)을 뜻하는 경멸적 표현의 대명사가 되었고, 흑백 분리를 목적으로 하는 인종분리정책이 추진되었던 19세기 말 이 법안을 일러 '짐 크로법'이라 불렀다. 비록 남부연방이 남북전쟁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전후 처리 과정에서 남북의 화합과 재건을 위해 북부는 남부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고,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적이었던 미국 정부의 태도는 새롭게 시민권을 획득한 흑인들을 위한 공공교육이나 복지 정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남부가 재건되기 시작하자 남부의 백인들은 흑인들의 참정권을 박탈하기 위해 문맹인 사람은 투표를 할 수 없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것이 이른바 '짐 크로 법안'이었다. 당시 흑인들의 문맹률이 높았던 탓도 있었지만, 백인들은 흑인들이 투표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마침내 1960년대까지 미국 남부 대다수 지역에서 흑인들은 연방 헌법은 보장하고 있지만, 주법의 제약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흑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미국 남부 특히 미시시피를 비롯한 이른바 '딥사우스'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흑백분리제도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악명을 떨쳤던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백인 전용 카페와 화장실로 구분되었고, 백인 카페에 흑인이 들어갔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빌리 홀리데이가 "이상한 과일"이란 노래를 부른 것도 바로 이 시대였다. 흑인들은 공공버스에 백인이 탑승하면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이와 같은 흑백차별에 반대하는 불씨를 당긴 것은 잘 알려진 대로 버스 좌석에서 일어나길 거부했던 로자 파크스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부의 젊은 대학생들이 흑인 청년들과 연대해 '자유여름운동', '프리덤 라이더스 운동'을 펼쳤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죽거나 다쳤고, 이들을 받아들인 남부의 흑인 가정은 주 경찰인 자경단원, KKK단의 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과 희생 덕분에 마침내 짐 크로우 법안이 폐기될 수 있었고, 1967년 흑인 정치인 에드워드 브룩이 메사추세츠 주에서 상원의원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세 번째 흑인 상원의원의 탄생이었다. 진정으로 평등해지기 전까지 흑인을 대변하기 위해선 '흑인' 정치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흑백차별과 같이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긴장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고, 그 후유증은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 탄생한 현재까지 남아있다.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이와 같은 흑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선거 기간에는 유력한 정치인이 청소부 복장을 갖춰입고, 일일청소부 노릇을 한다.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라며 1인 시위를 흉내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선거철이 지나면 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거만해질 것이며, 우리들을 위한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대변할 사람을 뽑는다는 건, 단순히 나보다 잘나고,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나를 시혜적으로 돌봐줄 자비로운 엘리트를 선출하는 일이 아니다. 나를 대변할 사람은 나보다 잘난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