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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헤르만(Wolfgang Herrmann, 1904 ~ 1945)은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신비로운 침묵의 세계인 도서관의 숨은 주인공 중 한명인 사서치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일 것이다.
그는 도서관 사서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으며 종종 실직자로 생활해야 했다. 볼프강 헤르만은 비숫한 시대,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아돌프 히틀러를 알게 되었고, 그의 사상에 깊이 공명했다. 그는 독일 정신에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책들의 목록을 모아 기록했고, 이것을 다시 책으로 편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헤르만은 자신의 개인적인 집착을 업적의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으리라 믿었다. 그는 정치인, 작가, 시인, 철학자, 역사가들을 비롯해 세상의 거의 모든 부류의 작가들에 대한 개별 목록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노력에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할 때까지는 말이다.
정권을 잡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은 베를린의 도서관들을 검사하기 위해 '정화위원회'를 설립했고, 때마침 이곳에 배치받을 수 있었던 헤르만은 단숨에 평소 자신이 '문학적 매음굴'이라 불렀던 것들을 한 번에 처벌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했다. 그는 오랫동안 수집하고 정리해온 서지목록을 펼쳐들었다. 독일학생연합은 헤르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헤르만은 기꺼이 자신의 보물을 공유하기로 했다. 무명의 조용한 사서에 불과했던 볼프강 헤르만은 몇 달만에 독일 전역의 모든 도서관을 장악했고, 검열했다.
1933년 5월 10일. 헤르만의 리스트와 횃불로 무장한 청년들이 독일의 거의 모든 대학, 공공도서관, 서점, 학교 도서관을 습격했다. 도서관 서가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책들은 어떤 아우성도, 비명 한 번도 지를 수 없었다. 수만 권의 책들이 수레와 트럭에 실려 광장으로 옮겨졌다. 마녀를 화형하기 위해 수많은 장작이 사용되었지만, 책들을 불태우는데는 장작도 필요없었다.
베를린에서 괴벨스는 "극단적 유대 지성주의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 (.....) 미래의 독일인은 단순한 책벌레가 아닌 인격자일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해 5월말까지 독일 전역에서 책들이 불탔다. 이 당시 독일 게슈타포가 압수한 책은 500톤이나 되었다. 화형장에서 불태워진 책들은 카를 마르크스, 스콧 피츠제랄드, 앨버트 아인쉬타인, H.G.웰스, 하인리히 하이네, 헬렌 켈러 등의 책이었다.
5월의 대대적인 분서 사건 이후 헤르만은 지속적으로 도서목록을 보강해나갔다. 1933년에는 500명이었던 금지된 작가 목록이 1938년에는 수천 명으로 늘어났고, 정권의 지원에 힘입어 블랙리스트는 끊임없이 팽창했다. 한 역사가는 이 당시 나치의 공업중심지인 에센의 공공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책의 69%가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들이 이토록 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제거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점에서 미치광이일뿐만 아니라 멍청이였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