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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구두 (2009-08-11 22:44:06, Hit : 1709, Vote :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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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미 - 엽서, 엽서

엽서, 엽서


- 김경미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 년 혹은 이 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에서 좋은 그림엽서를 보았을 때
우표만큼의 관심도 내게 없을 사람을
이렇게 편안히 멀리 있다는 이유로 더더욱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마치 애인인 양 그립다고 받아들여진 양 쓰지요
당신, 끝내 자신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 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내로 찢어
처음 본 저 강에 버릴 테니까요
불쌍한 당신, 버림받는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 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  사랑은 어린 왕자 앞에 피어난 수백 송이 장미가 아니라 한 송이 장미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차별한다. 너도, 너도, 너도,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다 사랑할 수 없다. 그래선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너도, 너도, 너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만을 사랑해야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 신적인 사랑,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더이상 누구의 사랑도 될 수 없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죽은 사람이거나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죽어서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사랑을 베푼다. 들짐승의 먹이가 되거나 꽃이나 나무를 살아나게 하는 비료가 된다. 죽은 사람은 아무런 불평도 늘어놓지 않는다. 새가 날아와서 왜 눈알을 파먹는지 묻지 않는다.

당신은 행복해 보인다. 나 없이도... 행복하냐고 묻는다.

불쌍한 당신, 버림받는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워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 보고는 하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

진짜 사랑은 짝사랑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겠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 때, 그저 바람처럼 지켜볼 뿐 앞으로 나서지 않을 때 사랑은 가장 사랑스럽다.  서로서로 행복하게.... 맥도 없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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