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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 안토니오 마차도
(Antonio Machado, 1875년 7월 26일 – 1939년 2월 22일)
저녁은 죽음으로 들어가네,
항복하면서 꺼져가는 화덕처럼.
저기, 산들 위에,
몇몇의 잉걸만이 머물고 있네.
그리고 하얀 길 위에 꺾인 저 나무는
연민 앞에서 흐느끼네.
상처 난 둥지에 붙어 있는 두 개의 가지, 그리고
가지에 달려 있는 검고도 바랜 잎 하나.
그대여 우는가? 아득한 저편 황금빛 포플러나무 사이에는,
사랑의 그늘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오.
방랑자여, 그대의 흔적들만이
길이지,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오.
방랑자여, 길은 없다네.
길은 가면서 다만 생겨나는 거지.
가면서 생겨나는 길,
돌아보오, 좁은 길이 보일 터, 다시는
그대가 디딜 수 없는 그 길이.
방랑자여 길은 없다네,
다만 바다를 지나가는 포말일 뿐이라네.
● 순수한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욕망이 아직은 때 묻지 않았던 날들에는. 그 시절 동경했던 순수한 삶이란 나의 감정에 충실한 삶이었다. 나는 욕망과 감정은 거칠었고,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했다.
1875년 세비야에서 출생한 마차도는 1883년 가족을 따라 마드리드로 이주했다. 이 무렵 마차도는 사회주의자들이 설립한 ‘자유교육학교’에서 공부했다. 이 무렵 그는 평생 사회주의자로 살기로 결심했고, 그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20대 초반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마차도는 1907년 소리아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열아홉 살 연하의 레오노르 이스키에르도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열렬한 연애 끝에 1909년 결혼했고, 1912년 6월 마차도의 첫 번째 시집 『카스티야 들녘』이 출간되는 행운을 누렸다. 마차도는 자신의 첫 시집을 “나의 레오노르”에게 바친다. 그러나 신은 그가 모든 것을 누리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첫 시집이 출간되고 한 달 뒤 아내 레오노르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내가 없는 소리아에서 살 수 없었던 마차도는 바에사로 떠나 그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시를 썼다. 그의 세 번째 시집은 바에사에서 쓰인 것들이었다. 그리고 스페인시민전쟁이 벌어졌다. 그는 공화당 정부를 지지했고, 공화당 정부가 프랑코 반란군에게 쓰러지자 1939년 1월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망명을 시도한다. 프랑스 국경을 불과 몇 킬로미터 앞둔 채 그는 기력이 쇠진해 죽고 말았다고 한다.
특정한 장소에 묶인 영혼을 지박령(地縛靈)이라고 한다. 그에게 카스티야, 스페인은 그런 장소였을지 모른다. 그의 영혼이 노래한 땅을, 그가 속한 땅을 떠나길 원치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때가 묻고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무렵, 나에게 ‘순수한 삶’이란 단순히 욕망의 문제이거나 감정대로 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몸과 영혼이 따로 놀지 않는 것, 감정과 이성이 서로 쟁투하지 않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싶어졌다.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
그럼에도 어긋남이 없는 곳, 텔렘수도원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