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l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은이) |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 엄혜숙 (옮긴이) | 비룡소 | 2002-01-04 | 원제 The Hundred Dresses
어린이책은 아니고 로우틴에이저들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엘레노어 에스테스의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란 것이 있다.
가진 것 없던 시절에 나는 책 많이 읽은 것이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내 머릿속에 담긴 책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이었고,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책을 읽으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몽골기병처럼 친구들을 바꿔가며 그 집에 놀러가 책만 읽었다.
나는 언제나 친구보다 친구 엄마들이 예뻐하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날엔가는 세상의 모든 책을 읽어내리라 마음 먹은 적도 있었다. 나중에 중학생이 되면서 세상엔 나 같은 책 약탈꾼들이 나말고도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나의 책읽기가 변질되었다. 읽지 않고도 읽은 체하거나 나중에 가서야 부랴부랴 읽게 되는 일들 말이다. 그런 책 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자존심 경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완다에겐 모두에게 나눠주고도 남을 만큼 풍족한 드레스 백 벌이 있었다. 작가는 매우 담담한 어조로 이 나이 또래 청소년들의 심리를 그린다. 나는 완다의 집 옷장 속에 한 줄로 걸린 백 벌의 드레스가 걸려있는지 읽는 내내 함께 마음 조리며 걱정했다.
그 마음조림과 걱정이 클수록 완다가 페기와 메디에게 준 마음이 얼마나 당당하고 아름다운 마음이었는지, 또 그 두 친구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