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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역사 읽기를 바다에서의 항해에 비유해보자.
지구상에서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을 '좌표'라고 한다. 좌표는 보통 위도와 경도로 표시되는데, 현대의 항해는 위성으로부터 특정 전파를 수신해 좌표를 알게 된다. 육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망망대해의 원양항해술에 도달하기 위해 인류는 천문학이 필요했다. 우리가 포르투갈의 엔리케 왕자를 항해왕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가 멀고 먼 원양을 항해하고 돌아다녔기 때문이 아니라 원양 항해에 반드시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장려하고 후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확한 태양의 적위표를 얻기 위해 천문대를 건설했고, 항해학교를 설치해 전문적인 선원들을 양성했다. 그로부터 대양의 시대가 열렸고, 훗날 원양항해를 위한 시진의(크로노미터)가 만들어지는 과학기술이 본격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첨단과학기술에 의해 이제 인류는 원양항해의 위험과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가 항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도선사'란 존재가 필요하다. 고대 인류가 그토록 염원했던 위험한 원양항해가 극복된 반면, 여전히 연안항해와 항구에 접안하는 과정엔 그보다 더 뛰어나고, 경험 많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역사로 가져와보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원근법에서 과거 고대사로 올라가면 이미 축적된 자료도 많고, 어느 정도 정리도 되어 있는 상태이다. 물론 고대사로 올라갈수록 자료가 부족해진다는 문제는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근세사로 내려올수록 읽고 해석해야 하는 자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사건에 부표를 설치하고, 그 사건의 의미가 다른 방향으로 오도되지 않도록 의미를 구축(앵커링)하는 일이 오늘의 역사가들에게 주어진 책무인 것이다.
역사비평사에서 펴낸 "20세기 한국사 시리즈"가 조만간 시리즈를 완간할 모양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것이니 거의 7년여 만의 일이다. 21세기가 시작된지도 어느덧 14년째이니 만큼 20세기에 대한 정리는 필요할 듯 싶다. 역사비평사에서 펴낸 이 시리즈가 20세기 한국사에 대한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탁월한 저작은 아니다. 애초부터 이 책이 지니는 의의는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라는 점이다. 21세기에 접어든지 14년만에 20세기를 정리하는 일이 쉬울리 없겠지만, 나는 지금 이런 작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이 시대의 책들로 인해)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된 사람들이라면 어째서 그런 작업이 필요한지 알 것이다.
역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오늘의 문화투쟁에서 역사비평사가 펴내는 이 시리즈가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작업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으리라.
* 사실, 이 시리즈는 여러 필자(서중석, 조희연, 정해구, 정재정, 김성보, 정태현, 이종석, 서영희 등)가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중석 선생이 "이승만과 제1공화국"을 정해구 선생이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조희연 선생이 "박정희와 개발독재 시대"를 맡아서 집필했다. 여기 필진들 중 상당수가 "황해문화"의 필진이기도 했고, 내 개인적으로 다른 책으로 읽었던 분들이라 대체적인 스타일은 아는데, 읽어보니 그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누가 더 낫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ㅋㅋ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212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