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없는 미술관
임옥상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10월
"벽없는 미술관"은 언젠가 임옥상 선생에 대해 글을 쓰게 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오자마자 별다른 망설임없이 구입해 두었던 책 가운데 하나다. 언젠가 이 책이 절판되었단 소식을 듣고 그 때 구입해두길 참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90년대에 접어들기 전만 하더라도 외신을 통해 들려오던 영화나, 라디오 DJ들이 이야기하던 음반을 제 때 구하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영화는 그렇다치더라도 음반의 경우엔 이런저런 검열 제도에 걸려 앨범 재킷이 변경되거나 수록곡이 제외되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당시 음악팬들은 황학동으로 달려가 해적판 음반을 구하거나 아니면 미군 부대 혹은 외국의 친척, 친지들에게 부탁해 음반을 구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제도적 검열의 문제로 인해 재킷이 달라진다거나 수록곡이 빠지고 다른 곡으로 대체되는 일은 없지만 음반 수입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한 번 때를 놓치면 다음 번에 원하는 음반이 수입되기 까지 오랫동안 기다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음반뿐만 아니라 영화도 과거에 비하면 순환 주기가 매우 빨라졌고, 비교적 긴호흡을 요하는 책도 수명주기가 매우 짧아졌다. 이 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2000년이면 불과 5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어느새 절판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사실 임옥상이란 화가를 모르는 이에겐 별 것 아닌 책일 수도 있으나 임옥상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 책 "벽 없는 미술관"과 맞춤 책이라 할 수 있는 "누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 않으랴"를 함께 읽어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도 두 책은 같은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앞의 책이 임옥상의 7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는 시기 동안 그가 만들어낸 작품집이라면, 후자는 그의 에세이집이다. 앞의 책은 그림을 위주로 글을 삽입한 것이고, 뒤의 책은 글을 위주로 그림을 삽입했다는 차이가 있다. 절판된 책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 이제사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 절판된 책이지만 다소 가격 인상을 해서라도 복간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하는 말이다.
"한바람"이란 호를 쓰는 임옥상 화백은 최근 공공미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활발한 활동들을 보이고 있는데, 밑의 홈페이지에 가면 그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 책 소개 대신 올려 본다. 많이 알면 좀 더 사랑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http://www.oksangl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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