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컬렉션 사진
류얼골든 지음, 김우룡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영화를 제외하고, 사진은 가장 최근에 출현한 예술 장르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 가운데 하나이다. 이때 "즐긴다"는 "play+enjoy"의 의미를 갖는다. 즉, 대중이 예술가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감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수용자이자 동시에 창조자의 위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 붐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대한 책들은 여전히 빈약한 편이고, 실제 카메라에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 책을 통해 좀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괜찮은 입문서의 수도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 "20세기 컬렉션 사진"은 일정한 한계와 더불어 괜찮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사진 역사 서술은 발터 벤야민 이래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춰왔다. 사진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한 예술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런 서술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35mm카메라의 출현, 새로운 렌즈,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등 기술적 변천의 역사만으로 사진의 역사가 기술될 때, 우리는 당연히 주목해보아야 할 인물들을 놓치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20세기 컬렉션 사진"은 기술발달의 연대기적 서술에서 벗어나 작가를 중심으로 20세기 사진사를 펼쳐보인다.
우리는 지난 20세기의 역사를 증명해주는 수많은 사진을 알고 있다. 마치 대중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늘상 접하고 있음에도 클래식 음악하면 먼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것처럼 그간의 사진사는 대중들로 하여금 사진은 잘 알고 있으되, 그 사진을 만들어낸 사진 작가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도록 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대목이다. 이 책의 저자 류얼 골든은 다큐멘터리 사진은 20세기의 또다른 주요 장르인 초상사진과 겹쳐지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초상사진은 마치 영혼을 찍기 위한 엑스레이처럼, 표면 가치를 넘어 관객에게 모델의 내면을 보여준다. 20세기는, 랭의 사진 <이주민 어머니>가 여인과 그녀가 처한 상황을 드러내 보이는 것처럼, 하나의 사건으로 다루어진 개인들에 의해 정의된다. 랭의 사진은 넓게 보면 1930년대의 대공황을 상징한다. <본문 12쪽>
"20세기 컬렉션 사진"은 책 제목 그대로 20세기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수많은 사진작가들을 컬렉션하고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이 대개 동일한 장점과 단점을 공유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같은 장단점을 미리 노정하고 있다. 이 책은 256쪽으로, 지질은 아트지(미술, 사진 책에서는 지질과 판형이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도판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모두 50여 명이 넘는 사진작가들을(영문 알파벳 순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권에 소화하려는 무리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한 명의 사진 작가에게 할애될 수 있는 지면은 기껏해야 대여섯쪽 내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약간의 갈증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나열하고 있는 사진과 작가들은 우리가 어디선가 흔히 본 사진의 주인공들이다. 그럼에도 그 이름조차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이기도 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 누군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면, 이 책은 본래의 소명을 다하는 것일 게다. 이 책의 단점을 한 가지 더 말해둬야 할 듯 싶다. 판형의 문제인데 1250 X 1800(mm)로 사진책치고는 판형이 너무 작다. 다만 판형의 문제를 제외하고 수록된 사진들의 상태는 좋은 편이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20세기의 사진작가들을 두루 만나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단, 어빙 펜, 다이앤 아버스, 메이플소프 등등 당연히 수록되어 있을 줄 알았던 20세기 중요 사진작가 몇몇은 다른 책을 통해서 만나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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