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1999년 6월
절판
그런말을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초판을 갖고 있는 독자들만의 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 이 책을 살 때만 해도 "반 고흐, 영혼의 편지"가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기껏해야 이건 어느 미치광이 화가의 편지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여기저기 많이 있으므로, 책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른 이들의 것을 읽는 수고를 조금만 들이면 될 터이다. 밑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누구라도 공감할 말이지만, 가끔 사람들에게 나는 반 고흐가 그토록 유명한 까닭은 고흐의 그림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흐가 워낙 글을 잘 쓰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 위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나는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
- 빈센트 반 고흐 , 1888년 6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어떤 의미에서든 문학을 다른 예술과 별개의 예술로 취급하려는 경향은 문학이 반드시 위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소통의 매체로서 언어가 지닌 힘에 문학이 그만큼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억해둘 만한 사실(혹은 욕먹을 진실인지는 몰라도) 고흐가 스스로 편지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가난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고흐가 사용한 물감을 분석하거나 당시 테오의 위치 등을 실증적으로 접근한 미술사가들 가운데 그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있는데, 고흐가 사용한 물감(특히, 빈센트 블루)은 당시로서는 매우 고가의 것이었다는 것, 테오가 당시 상당한 거물급 화상이었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증거이다. 이유야 어쨌든 누군가 한 명의 예술가가 불멸의 명성을 얻을 만큼 유명해지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흐나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불경하기 짝이 없는 말이겠으나(나 역시 고흐를 좋아하는 것을 전제로) 고흐의 편지가(그것도 매우 잘 쓴 글들이) 남았기에 그에 대한 전설은 더욱 증폭된다. 그것을 불가해한 것으로 생각하든, 아니면 조목조목 근거를 따져 살피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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