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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서머 1964 - 브루스 왓슨, 삼천리(2014)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리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가 매달린 채 흔들리네. 포플러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 멋진 남부 풍경에 튀어나온 눈과 찌그러진 입술, 달콤하고 상쾌한 향기, 그리고 어디선가 살덩이를 태우는 냄새! 까마귀가 뜯어먹고 비를 맞고 바람을 빨아들이면 이상하고 슬픈 열매는 나무에서 떨어지네.”
1964년 6월 22일....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세 명의 젊은이가 실종되었다. 그들은 흑인 유권자의 등록을 돕기 위해 미시시피 주로 온 세 명의 민권운동 자원 봉사자, 즉 백인인 앤드류 굿맨, 마이클 슈워너, 그리고 흑인인 제임스 체이니였다.
이들은 납치 직후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그들의 시체는 흙으로 만든 댐 속에 숨겨져 있었다. 이들의 실종이 알려진 직후부터 실종자 가족들은 수사를 촉구했지만, 지역보안관은 물론 정부나 FBI 조차 선뜻 이들의 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의 실종 사실에 주목한 민권운동가들과 시민들의 독려에 마지못해 FBI가 수사에 나섰고, 수사 결과 현지 경찰관이 이 잔혹한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수색 과정에서 그동안 이 근방에서 실종되거나 사라졌던 다른 흑인들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손이 묶여 있거나 발이 잘려져 있었고, 몇 명은 산 채로 강에 던져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들의 죽음은 사법당국에 의해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이들의 죽음에 주목하지 않았고,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시시피에서 흑인들은 투표권이 없었고, 시민권이 없었다. 존재하지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
이른바 '짐 크로' 법안 이후 100년간 잊혀졌던 미국 내 흑인참정권 운동은 윌리엄 듀보이스를 비롯한 급진적인 흑인 지도자들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회합(1905년)을 갖고, 인종차별 종식, 자유투표권 보장, 흑백의 동등한 지위와 경제적 기회 보장 등을 담은 대정부 요구안을 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60년이 흐르는 동안 미국 사회, 특히 남부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그 사이 수많은 미국의 흑인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 했다.
1923년에 벌어진 '로즈우드 학살사건'은 미국 사람들도 그리 많이 들어보지 못했을 성 싶다. '로즈우드'는 미국 노예 해방 이후 흑인들이 플로리다에 세운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는 한 명의 백인 부부가 작은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백인의 아내는 어느날 자신이 백인 정부에게 구타를 당한 뒤 바람 핀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흑인에게 강간당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사건은 평소 흑인 마을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주변 백인 마을(섬너) 주민들의 인종적 편견과 흑인에 대한 오래된 성기 콤플렉스까지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흑인 소탕에 나선다. 로즈우드의 흑인 주민들 대부분은 모두 처절하게 학살당했다. '흑인이 백인 여자에게 윙크했다고 태워죽이던 시대'를 보낸 뒤에도 생존자들 대부분은 70년이 넘도록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기에 1994년에 이르러서야 몇몇 매체를 통해 진상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존 싱클턴 감독의 1997년 작품 <로즈우드>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화된 것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회합 이후 60년이 흐른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수많은 민권운동가들의 희생(말콤 X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메드거 에버스와, 바비 씰과, 케네디 대통령과, 비올라 리우조 등)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 이후 비로소 '민권법'을 통과시킬 때까지 흑인들의 민권은 멈춰 있었다. 앞서 말한 세 젊은이의 죽음으로 촉발된 '프리덤 서머운동'은 남부의 실상에 대해 깨우친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죽음을 각오하고 남부로 향하게 만들었으며, 미국 남부는 민권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브루스 왓슨의 "프리덤 서머 1964"는 그 시절, 폭발할 것처럼 뜨거웠던 그 여름에 대한 가장 뜨거운 책이다. 그리고 지금 300여명의 죽음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