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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호 인플루언서 ㅣ 인문 잡지 한편 2 ㅣ 민음사 편집부 (엮은이) | 민음사 | 2020년 5월
과거 1980년대 사회과학서적의 최대 저자가 누구였는가? 1980년대 금서를 연구하여 석사 논문을 펴냈지만 여전히 공부가 부족하여 단행본으로 엮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하면, ‘편집부’다. 당시 편집부란 ‘익명의 저자’, 권력기관의 검열과 탄압을 피하기 위한 가면이자 보호막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 출판사 대표나 편집장 구속 사례가 빈번했다. 마치 언론인이 자신의 정보원을 보호하기 위해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과 흡사하다.
내가 아는 민음사는 매우 영민하고 또한 기민한 출판사다. 민음사에서 펴내고 있는 <인문잡지 한편> 시리즈는 표면적으로는 잡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내용은 개념사 형태의 문고본 시리즈 형태를 취한다. 하나의 주제를 몇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여러 명의 필자를 통해 진행하는 공저인 셈이다. 사실, 이런 방식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지만, 새롭게 느껴지도록 포장하는 기술과 능력, 그런 의미에서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이란 이 잡지의 슬로건은 이 잡지의 정체성이자 마케팅 포인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잡지(엄밀하게 말하면 무크지에 가깝다. 1년에 세 번 나온다.)에 새로운 점이 없다고 폄훼하려는 마음은 ‘1도 없다’. 이 잡지의 신선함과 새로움은 그 ‘형식’ 보다는 젊고 싱싱한 대뇌피질과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싱싱한 허파를 지닌 ‘편집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었다(문득 순대가 먹고 싶긴 하다). 이 잡지의 1호 주제는 ‘세대’, 2호 주제는 ‘인플루언서’, 아마도 9월에 나오게 될 3호 주제는 ‘환상’이다. 그리고 4호 주제는 ‘동물’로 정해진 듯하다. 이와 같은 주제 선정만 보더라도 이 잡지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보인다. 한없이 가볍고, 날렵한 몸짓이지만 벌처럼 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장수말벌’은 아니겠지만, 미디어의 진정한 힘은 ‘전파성’이다. 최소한 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쳐왔다.
잔말을 길게 했지만, 24년차 계간지 편집장이자 26년차 편집자로서 작게는 황해문화, 크게는 잡지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참, 이번 <한편2호>를 열심히 읽은 것은 나 역시 한겨레 이유진 기자에 대한 ‘팬심’ 때문이었다.
“기성 언론과 대안 언론은 서로 악어와 악어새처럼 점점 더 긴밀하게 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는 인플루언서와 친분을 쌓아 구/독자가 많은 1인 미디어에 출연하고, 인플루언서는 매체의 인정을 받아 더욱 영향력을 넓힌다. 저널리스트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다시 저널리스트가 되는 상호 방향성 속에 놓인 것이다. 둘의 처지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 특정한 보도를 진짜 ‘뉴스성 있는 뉴스’로 완성시키는 것은 인플루언서다.” <이유진, 33~34쪽>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 ‘교양의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는 능력은 오늘날 지식인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다. 대중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지식인들은 ‘갈라파고스의 함정(Galápagos syndrome)’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것은 잡지도 마찬가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