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과학자 이야기 - 송성수 지음 / 신원문화사 / 2002년 7월
"청소년을 위한 과학자 이야기"를 다른 말로 바꿔보면 '사람으로 살펴 본 근현대 과학사'가 될 수 있겠다. 과학에 대해 관심 좀 가져봐야 할텐데란 고민은 오래되었지만 막상 과학에 대한 관심은 쉽게 생겨나질 않는다. 나도 어렸을 적엔 분명히 로봇이나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자를 꿈꾸었을 텐데 언제부터 과학에 대해 이렇게 흥미를 잃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성취동기는 있었지만, 그에 대한 흥미를 잃고나니 더이상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럴 때 가장 편한 변명거리는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가장 이해가 필요한 학문을 암기식으로 외워대야 하는 학문으로 변질시켜 놓으니 과학에 관심을 갖고자 해도 가질수가 없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이건 핑계다. 내 적성이 이과보단 문과쪽이란 걸 알고 난 뒤... 그보다는 공부와 담쌓고 지내면서 기초가 부족한 분야는 더이상 쫓아가기 어려웠던 탓이리라.
그러다보니 남들은 수준높게 읽는 과학교양서도 내게는 별다른 취미를 붙이기가 어려웠다. 낮으면 낮은 수준대로 흥미를 느껴보잔 취지에서 읽은 책이 "청소년을 위한 과학자 이야기"다. 이 책 제목이 이렇게 연령대를 지칭하게 된 까닭은 사탐(사회탐구)영역이니 뭐니 해서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의 교양 습득을 염두에 둔 작명법일 것이다. 필자 자신도 애초부터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시잡지에 연재하던 것을 정리했다고 서두에 밝혀두고 있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서구의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더이상의 과학적 진보는 없다고 단언하거나 인간의 진보는 무한대로 확장해 갈 것이라고 믿었다.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의 유럽인들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시대로부터 시작해서 가장 가까운 현대에 이르는 시기의 과학, 기술적 발전을 이끈 선구자 30인을 각각 물리, 화학, 생물, 기술로 구분해 다룬다. 물리편에서는 갈릴레오, 볼타, 패러데이, 윌리엄 톰슨, 뢴트겐, 플랑크, 페르미를, 화학편에선 보일, 캐번디시, 돌턴, 멘델레예프, 하버, 캐러더스, 이렌느 퀴리, 폴링을, 생물편에선 린네, 제너, 파스퇴르, 파블로프, 밴팅, 왓슨을, 기술편에선 와트, 노벨, 벨, 에디슨, 포드, 라이트형제, 마르코니를 다룬다.
300여쪽의 책에서 30인을 다루니 과학자 일인에게 할당된 페이지는 각 10여쪽 안팎이다. 그러니까, 이 한 권을 읽고 과학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이해할 욕심을 품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책의 기획도 그저 맥이나 짚어가보자는 뜻인 듯 싶다.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 업적이 후세에 미친 영향을 차분하게 살펴가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문장도 평이하고, 다루고 있는 과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부분도 대중적인 난이도 이상은 아니다. 과학사에 대한 기초적인 입문서로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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