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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14-05-30 17:25:16, Hit : 2230, Vote :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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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노벨상 수상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 세트 - 전4권
l 노벨상 수상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은이) | 팔로마 발디비아 | 카를레스 바예스테로스 | 카르멘 카르데밀 | 베르나르디타 오헤다 (그림) | 김정하 (옮긴이) | 풀빛 | 2014-05-10

솔직히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란 이름도 몰랐다(몰랐던 건 아니고 '파블로 네루다'를 공부하다가 이름 정도만 접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지만, 국내엔 그 정도로 무명이었던 셈이다(내가 몰랐으니 아무도 모른 걸로 해두자). 미스트랄은 노벨상 수상소감에서 평소 여성과 어린이를 대변해온 공로를 인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는데,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이 책을 읽어보고 알았다.

거의 두 달여를 매일 같이 밤 10시 넘어서야 들어가서 딸아이에게 몹시 미안했는데, 엊그제는 잠시 짬을 내서 아이에게 이 책 네 권을 읽어주었다. 미스트랄의 이 책은 "빨간 모자,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처음 읽은, 읽어준 책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환상곡' 풍의 그림을 좋아하는 터라 그림부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어준 특별한 순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읽어준 순서는 충격의 순서와 정비례했다.

그렇다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였으니 말이다. 처음에 나는 이 시리즈가 미스트랄의 완전 창작 동화인 줄로만 알고 접했는데, 막상 책을 보니 그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적지 않이 실망했었다. 그런데 그 실망을 만족으로 바꿔준 것 역시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읽으면서였다.

나는 가끔 어린이 그림책은 시집과 같다고 비유하곤 한다. 이런 류의 비유가 좋지 않은 비유일 수도 있겠으나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사진'이 '시'라면 '영화'는 '산문'에 해당한다고 여긴다. 내가 산문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나는 소설보다 시를 좋아하고, 영화인보다 사진가를 더 좋아한다. 물론 그 이유는 그들이 좀더 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적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시적이기 위해선 먼저 시란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하는데, 시가 무엇인지 정의한 역사는 모조리 오류의 역사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천상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대신 시인의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각설하고, 미스트랄의 원문이 얼마나 시적일지, 우리 말로 번역된 이 동화책을 읽으며 새삼 간절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맨 처음 읽었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번역은 기가 막히다. 이 말은 어폐가 있다. 나는 원문을 읽어본 적이 없고, 설령 보았더라도 읽을 수가 없다. 소리내어 발음해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정하의 번역에 감사하고 싶다.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라도 감사할 일이다. 그 감사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우리 말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까에 대한 감사이고, 옮긴 말들이 놀라울 만큼 시적인 운율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다.

오죽하면 번역을 반역이라고 했을까.

그림책이라지만 이 책에 담긴 글의 분량은 제법 긴 편이다. 소화해야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에 "백설공주" 이야기는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겠으나 계모인 왕비와 백설공주의 앞 부분 이야기나 나중에 독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내용은 없다. 전체 내용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설공주와 7명의 난장이가 만나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네 편의 작품에 임하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은 개성이 넘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빨간 모자"가 제일 좋았다.

누구든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로 시작해서 "신데렐라", "백설공주" 그리고 맨 마지막에 "빨간 모자"를 읽도록 하시길.... 왜냐하면 "빨간 모자"가 가장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는 마지막까지 비밀로 해두기로 하자.(페로나 그림 판본의 이야기를 아는 분들에겐 그다지 비밀이 아닐 수도 있지만....)

http://youtu.be/Be7_AK8q-ck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74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