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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18-01-11 09:25:56, Hit : 1488, Vote :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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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마티외 - 악어 프로젝트

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l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은이) | 맹슬기 (옮긴이) | 권김현영 | 이렌 자이링거 | 안-샤를로트 위송 | 길거리 성폭력 중단 단체 | 로랑 플륌 (해제) | 푸른지식 | 2016-06-01

연합뉴스가 외신으로 재미(?) 있는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배우 카트린 드뇌브, 카트린 미예 등 100명의 여성이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는 것이다. 불어로 되어 있을 터이니 글을 읽어 볼 방법은 없지만(물론 영어로 되었다고 쉬울리 없지만), 국내 주류언론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성폭행은 범죄다. 하지만 누군가를 끈질기고 서투르게 유혹하는 건 범죄가 아니다.

남성들에게 유혹할 자유를 허락하자.”라면서 카트린 드뇌브 같은 이들이 최근의 한 흐름인 ‘미투’에 반기를 들며 저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이 저렇게 말하고 생각할 만한 이유나, 근거도 아마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반드시 그에 대해 말하고, 저들을 비난하려는 바는 아니란 뜻이다.

그보다는 조금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캣콜링(catcalling)'이란 말이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을 노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묜서 남성이 휘파람을 불거나 추근대는 말을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노상 성희롱(street harassment)'이다. 전문가들은 캣콜링을 당할 때 마주 보고 웃는 것은 최악의 대처법이라고 한다. 이는 캣콜링을 하는 남성들을 더욱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대부분의 남성이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 "이만하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는 자뻑 심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상상해보라. 자다 깨서 부시시한 얼굴, 들뜬 머리, 침이 말라붙은 입술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이만하면 괜찮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예의상 웃어주는 미소가 어떤 신호로 이해될지에 대해서...

프랑스 만화가 토마 마티외의 책 "악어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길거리 성희롱 방지에 대한 책이다. 부제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은 이 책의 의도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만화 속에서 남성은 푸른 악어로 일반화된다. 서구에서 욕망에 불타는 남성을 '늑대, 이리, 코요테'로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징이나 비유는 두 가지 의미에서 탐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남성이 되었든, 여성이 되었든 인간을 전체적으로 우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류만 우화시켜 비유하거나 상징하는 것은 비인간화의 전조라는 점에서 잘된 비유법이 아니더라는 경험에서 근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똘이장군>의 사례가 있듯 이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그들도 사람이었네?' 같은 것 말이다.

남성 일반을 잠재적 성폭력자이나 성희롱범으로 간주하란 말이냐는 공격과 비난이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을 부인할 방법이나 그렇지 않다고 간주할 근거가 없다. 게다가 그것이 남성을 악어나 이리로 동물의 의인화한다고 해서 남성의 존엄이 살아나지도 않는다. 어쨌든 작가의 상징적 의도는 '포식자'로서의 남성을 비유하기 위해 악어로 묘사한 것이다.

이 만화에서 다루고 있는 길거리 성희롱의 대표적인 것이 '캣콜링'이다. 우리도 이태원(난 미술관 가느라 한두 번이나 지나갔을 장소지만)에 가면 외국인들이 한국 여성들을 상대로 "유아소뷰티풀"하면서 추근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영어가 되었든 불어가 되었든, 그 말이 칭찬이더라도 자기들 나라에선 엄연히 '성희롱'으로 분류되는 행위를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카트린 드뇌브나 카트린 미예 같은 저명한 여성들이 뭐라고 하든, 그들이 길거리 일상에서 보통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추근거림, 불쾌함을 똑같이 경험하는 여성일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남성이 모두 똑같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