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View Articles |
|
 |
Name |
| 바람구두 | (2003-03-31 13:40:36, Hit : 4337, Vote : 362) |
|
|
| Homepage |
http://windshoes.new21.org |
|
| Subject |
내가 사랑한 애니들-세번째 '에어리어88' |
|
|
고고학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장소에 있을 수 없는
물건이 있는 현상"을 가리켜 '오파츠(ooparts-Out Of Place ARTifactS)'라고 한다. 나는 이 애니가 89년무렵의 국내TV에서 방영한 일을 그런 오파츠 현상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같은 의미에서 '산티아고에 내리는 비'가 80년대 초입에 브라운관을 탄 것도 마찬가지이다.
내 기억으로 아마 88년 무렵이던가 89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KBS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살육장면이 넘쳐나는 이 애니를 TV에서 방송해주었다.
.
그 당시 TV에서는 '지옥의 외인부대'란 제목을 달아 상영했는데 그 무렵 나는 고딩이었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나는 저급한 수준의 밀리터리 매니아로 그중에서 특히 항공기들을 좋아한다.
그러니 특이하게도 용병 파일럿들로 구성된 외인부대를 다루는 이 애니메이션을 놓칠 수 없는 일도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
이 애니메이션 '에어리어 88'은
가상의 시대(80년대 중반), 내전이 일어난 가상의 왕국(아스란-중동의 부유한 산유국 쯤 하나)을 둘러싸고 벌이는 용병 파일럿들과 반군의 용병 파일럿 혹은 반군의 정규 파일럿들의 대결을 둘러싸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함께 고아로 성장한 카자마 신(주인공)을 용병 부대에 팔아치운 칸자키, 그리고 카자마를 사랑하는 료코의 이야기이다.
.
이 애니는 85년 작품으로 이 작품의 흥행성공으로
일본에 OVA열풍을 불어오게 한 명작이기도 하다.
항공 매니아들이 특히 '에어리어 88'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비교적 고증에 철저한 기체, 그리고 항공 기동 장면, 전투 장면들을(당시로서는 물론 현재에도 정말 놀라운 수준) 보여준다는 것이다.
.
<줄거리>
카자마와 칸자키는 어려서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다.
둘은 일본의 민항기 파일럿이 되기 위해 항공 학교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카자마는 일본민항의 사장 딸 료코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편 료코를 자신의 출세 방편으로 삼고자 한 칸자키는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되는 카자마를 항공학교 졸업 전날
술에 취하게 만들어 '에어리어 88' 용병 파일럿 입대문서에
도장을 찍게 만든다.
다음날 술이 깬 카자마는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되지만
그는 이미 용병이 되어 있었고, 용병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적기를 격추시켜 150만 달러를 채워야 했다.
타인을 죽이지 않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 되는 것이다.
.
나머지 이 애니는 몇 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에어리어 88의 동료들과 그리고 카자마가 상대해야 할 적군의 파일럿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있는 카자마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펼치는 칸자키, 카자마를 구하고 싶은 료코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물론 그 안에 아슬란 왕국의 왕자이자 에어리어 88의 대장인 샤키, 에어리어88의 No2. 미키 사이몬, 캠벨, 그레그 가츠, 구엔 반 초우, 보리스 등등.
.
이 애니메이션이 감동즐 주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뛰어난 메카닉 그림들과 전투기들 사이의 고기동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연출 등등.
그러나 이 애니의 가장 큰 매력은 사나이들의 우정과
전쟁의 허무함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설정들에 있다.
가령 보리스의 경우, 에어리어88에 오기 전 같은 편대의 모든 전우들을 앞서 떠나보내고 유일하게 홀로 생존한 인물이라 밤에 불을 끄면 앞서간 전우들이 나타나 밤에도 불을 켜놓고 자는 인물이다.
그는 에피소드1에 나오는 인물로 이 애니의 엔딩 장면을 미리 예고하는 말을 뱉는다. "전장에서 팔말 담배를 맛본 사람은 죽어도 전장을 떠나지 못하는 법이지."
.
미친 살인광처럼 등장하는 구엔 반 초우.
그는 월남전 당 시 남베트남 공군으로 참전했던 인물로
그의 잔학한 살상 행위에는 그 자신이 경험한 월남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고, 카자마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미키 사이몬 역시 월남전이 끝나고 복귀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인과 헤어진 채 돌아온 인물이었다.
.
아스란 왕국의 마지막이 다가오자
에어리어 88의 대장 샤키 바슈탈은 카자마에게
아스란 왕국의 왕을 프랑스에 망명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그를 용병에서 해제하여 떠나보낸다.
.
카자마는 그리던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리던 료코가 있는 파리에 도착한
카자마는 파리의 평온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최후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에어리어 88의 동료들을 향해
유니콘이 그려져 있는 F-20 타이거샤크를 몰고 날아간다.
.
얼마전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북파공작원(HID)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주었다.
한 북파공작원 출신이 말한다.
"지금도 법이 금지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산 사람이라도 뜯어먹으라면 얼마든지 뜯어먹을 수 있소."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부대로 복귀시켜달라고 하고 싶소. 사회에는 적응할 수 가..." 등등.
전장을 누비며 혹독한 훈련을 감수해 온 이들에게...
일상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해 백병전을 치른 한 영국 병사의 회고담을 들으며 나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총은 방아쇠를 먼거리에 당기며 내가 쏜 총알에 누군가 맞았을 거라고 생각지 않게 해줍니다. 그러나 백병전 때 총검으로 누군가를 찔렀을 때는 그 총검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나라는 겁니다. 그 느낌은 아마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평생 동안 잊을 수 없을 겁니다."
.
에어리어 88이 명작인 이유는 바로 그 부분에 있다.
그리고 가련한 중동의 아스란 왕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죽음의 (무기)상인들의 거래.
.
(끝으로)
에어리어 88은 오락실 게임으로, 그리고 해적판 코믹스로도 나와 있어 전권을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카자마의 복귀 이후 다시 뭉친 에어리어88의 대원들이 벌여나가는 사투에 대한 것이 재미있긴 하지만 그후부터는 현실감이 완전히 떨어져 재미가 없어진다.
<작성일 : 2002/03/06 오전 11:30:10>
re) 에이리어 88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
이름 : 율리시즈 , 작성일 : 2002/03/06 오후 2:22:28
주인공 카자마와 칸자키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선생님이 새로운 친구라며 칸자키를 소개한다. 그러나 칸자키는 말이 없다. 대개 이런 장면에서 등장인물은 상황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지만 칸자키의 그것은 그가 친구인 카자마 신을 제물로 삼아 욕망을 성취하는 인물로 성장하기에 칸자키의 침묵은 단순한 상황묘사라기 보다는 그의 강철같은 의지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칸자키에게 카자마가 다가가서는 여러 가지를 물어 본다.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는 칸자키. 그러다 카자마가 물어본다.
'엄마란 어떤 거지?'
'어떤 거냐니?'
'난 태어나자마자 이 고아원에 맡겨져서 엄마가 어떤 건지 몰라. 엄마란 어떤 거야?'
'엄마란... 따뜻해. 좋은 냄새가 나고....'
'엄마'를 카자마에게 설명해주던 칸자키는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악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짝 비춤으로써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본 만화 특유의 장면이었지만 이 장면은 두고두고 머리에 남았다.
언젠가 바람구두와 에이리어 88 얘기를 하다가 이 장면을 회상하면서 이심전심이랄까...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닌 그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왜 이렇게 우리 나라엔 일본 만화처럼 사는 인생들이 많은 거야'... 그러면서.
|
|
대니보이 |
앗! 에어리언 88 ㅜㅜ 지옥의 외인부대엿지요. 세계지도를 펼쳐서 아스란 찾는다고~~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도~~ 너무나 멋진 남자주인공..오랫동안 가슴속을 뛰게 했엇지요..감사합니다. |
|
 |
바람구두 |
흐음, 대니보이님은 취미도 각별하셔....그렇게 탐구욕이 강하시다니....
새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습니다. 하하. :) |
|
|
대니보이 |
앗. 에어리언이 아니고 에어리어 88이네요.. 이런 실수 한 두번이 아니라 이젠 좀처럼 쪽팔리지가 않으네요~ 만화나 잘생긴 남자에 대해서만 탐구욕이 있었다고 봐야.. 안되겠어요? |
|
|
je sens |
저 이 애니, 초등학교 때 봤는데요.. 그 때 거의 뭐에 홀린 듯이 봤던 기억이.. 정말~ 대단했지요. 명작입니다. 보리스가 죽고 나서 신이 불을 끄며 하는 말, '잘 자, 보리스..' 아~~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