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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구두 | (2003-03-31 13:44:22, Hit : 4415, Vote : 3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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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ndshoes.new21.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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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내가 사랑한 애니들-네번째 '에반게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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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1990년대 그러니까 20세기의 막바지 대한민국이
만들어 낸 그 어떤 문화상품도
일본 가이낙스의 '에반게리온'보다 시대를
잘 읽고 표현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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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 시대의 새로운 신세대 작가들의 등장도,
그들이 산출해 낸 그 어떤 문학 작품도 시대를 읽고, 사람들을 읽어내는데
'에반게리온'을 능가하지 못했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에반게리온은 그렇게 80년대라는 거친 시대를 힘들게 달려온
사람들에게 혹은 90년대라는 삶의 좌표를 잃은 사람들에게
때로 위안이 되고, 때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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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리나라의 90년대 문화예술이 손쉽게
후일담 문학이나 80년대의 치열했던 정신들을
한순간에 치졸한 그 무엇으로 폐기하려 들었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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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차 다루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율리시즈, 나에게 에반게리온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도록 해줘.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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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서기 2000년 지구는 'third impact '라 명명된 대재앙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인류의 많은 수가 죽고, 과거의 대도시들은 물에 잠기는 등의 극심한 피해를 경험한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사도'라는 괴이한 물체(?)들에 의해 공격당한다. 사도를 물리치기 위해 특무기관NERV에서는 비밀생체로봇병기인 '에반게리온(이하 에바)'을 제작(혹은 배양, 에라 모르겠다)하고, 이를 움직이기 위해 세계에서 파일럿들을 모집(사실은 수집)한다. 이카리 신지, 아야나미 레이, 아스카 랑그레이는 에바에 파일럿으로 탑승하여 사도에 맞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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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대체의 줄거리이다.
사실 '에바'는 지독하게 난해한 텍스트이다.
해석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 난해한 텍스트들은 질 들뢰즈나 보드리야르를 갖다 붙여서 해석한다고 해도 드럽게 어렵긴 매한가지이다.(뭐, 그럴 능력도 없으므로)
그러나 아주 바보라서
그냥 로봇인줄 알았던 에바가 사도를
고기처럼 뜯어먹는다던지
정신병을 앓는 인간처럼 폭주한다던지 하는
대목에만 너무 눈길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에바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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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철학적인 요소,
문명비판적인 요소들을 듬뿍 함유하고 있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애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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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TV방영물로 제작된 1-26화,
그리고 Death & Rebirth, The End of Evangelion
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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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목과 대사를 읽다보면 정말 엄청난 녀석을 상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1화 사도 내습 ANGEL ATTACK
제2화 낯선, 천장 THE BEAST
제3화 울리지 않는, 전화 A transfer
제4화 비, 가출 후에 Hedgehog's Dilemma
제5화 레이, 마음의 저편에 Rei I
제6화 결전, 제 3 신도쿄시 Rei II
제7화 인간의 일이란... A HUMAN WORK
제8화 아스카, 내일 ASUKA STRIKES!
제9화 순간, 마음을 합하여 Both of You, Dance You Want to Win!
제10화 마그마다이버 MAGMADIVER
제11화 정지된 어둠 속에서 The Day Tokyo-3 Stood Still
제12화 기적의 가치란 She said, "Don't make others suffer for your personal hatred."
제13화 사도, 침입 LILLIPUTIAN HITCHER
제14화 제레, 영혼의 왕좌 WEAVING A STORY
제15화 거짓말과 침묵 Those women longed for the touch of others' lips, and thus invited their kisses.
제16화 죽음에 도달하는 병, 그리고... Splitting of the Breast
제17화 4번째 선택받은 자 FOURTH CHILDREN
제18화 생명의 선택 AMBIVALENCE
제19화 남자의 싸움 INTROJECTION
제20화 마음이 있는 곳에, 인간이 있는 곳에 WEAVING A STORY 2: oral stage
제21화 네르프 탄생 He was aware that he was still a child
제22화 적어도 인간이 되어라 Don't Be.
제23화 눈물 Rei III
제24화 최후의 사도 The Begining and the End, or "Knockin' on Heaven's Door"
제25화 끝난 세계 Do you love me?
최종화 세상가운데서 나를 부르는 것 Final : Take care of yourself
와 같다.
에바의 많은 요소들은 신화, 전설과 같은 부분에서 인용해 온 것들이지만 '사해문서'라든지, '세라피스의 나무', '롱기누스의 창' 등은 사실 에바 팬들을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이야기 거리를 풍성하게 꾸며주기 위한 장난 혹은 서비스)이고, 실제로는 그것이 굳이 롱기누스의 창이던 아니던 전혀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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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에바에서 중요한 것은
가령 이카리 신지가 사도들과 싸우는 일에 회의를 품을 때마다
신지를 대신해서 투입되는 더미 플러그(dummy plug),
AT필드(ATField) 같은 것들이다.
제24화 최후의 사도 편에서 궁극적인 사도는 인간과 같은 얼굴하고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학교에서도 영 인기가 없었던 유약한 신지의 친구, 카오루였다.
신지는 카오루와 싸우기 위해 출동하면서
"넌 날 배신했어! 넌 내 마음을 배신했어!
넌 아버지와 똑같이 날 배신한 거야."라고 소리친다.
신지는 카오루와 싸우는 동안 A.T. 필드란 사실은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이었음을 깨우쳐 준다.
(참 죽이는 설정이 아닌가?)
게다가 더미 플러그는 언제라도 이카리 신지를 에바의 조종석에서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개성도 없고, 인격도 없으므로 고민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의 정체성이 조직 혹은 회사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며 일하는 사람이 과연 현대자본주의 사회 질서 속에 존재하는가?
혹시 당신이 싫다고 거부한다면 언제라도 당신을 대신할
아야나미 레이의 복제인형들처럼 혹은 이카리 신지를 대신한 더미 플러그들이 줄줄이 서있으므로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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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The End of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써드 임팩트 후 모든 사람들이 LCL의 바다에 녹아든 뒤
영화는 실사를 비춰준다.
텅빈 극장이 보이고,
다시 일상.
자연과 도시,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그리고 이어지는 독백
꿈이란 건 뭘까?
(극장 안의 관객들이 보이고)
그 안에 있으면 기분이 좋으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거리)
그러나 현실도 잘 모르겠다.
현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어서 나만의 꿈을 꾸었다. 그러면 안되는 건가?
(3명의 성우들이 그들이 맡은 에바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거리에 서 있다. 그들의 뒷모습.)
(다시 극장 안.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모습.)
현실은 어디인가? 그것은 꿈의 끝.
동시에 리리스의 목이 잘려나간다.
그리고 L.C.L.의 바다속. 모두의 마음이 합쳐져 있는 곳. 상처받지 않는 곳. 내가 바라던 세계.
하지만 뭔가 다르다. 이곳엔 내가 없다.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다시 타인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이제는 받아들이겠다.
그런데 왜 너희는 내 마음속에 있니?
서로를 이해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믿음이야. 영원할 순 없어. 언젠간 배반당하겠지.
그래도,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다. 그 때의 마음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찾아야 해. 기회는 언제나 있는 거니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할거야. 나 자신에 대해서.
하지만, 어머니는 어떻게 할거예요?
난 영원히 살겠다. 아무리 쓸쓸해도 살아갈 수 있다면, 영원히 살겠다.
안녕히 계셔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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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FINAL : I need you.
이제는 현실이다. 난 네가 필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현실은 여전히 힘이 드는 것이다.
*추신: 난 이 대목에 가서 울었다.
아무리 쓸쓸해도 살아갈 수 있다면 영원히 살아가는 일을 택하겠다는
어머니와 헤어져서 우리는 다시 쓸쓸하고 외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
꿈은 깨어졌지만 현실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여전히 힘이 든다.
난 네가 필요하지만.....
에반게리온은 다양한 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참으로 명작 중의 명작,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에바는 보기 전엔 짐작도 할 수 없다.
- 에바는 보고나서도 말하기 어렵다.
- 에바는 이해하려고 들지 않아야 한다.
- 에바는 외로운 이들에겐 최고의 애니이다.
<작성일 : 2002/03/06 오후 2:2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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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
나 이것도 몹시 좋아하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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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
그런데? 흐흐. 이것도, 저것도 좋아하는데...라고 말하는데...거기에 '그런데'란 질문 한 마디가 끼어들면 삽시간에 서늘해진다. '그런데'라니....참 냉혹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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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
구두님, 냉혹이 아니라 우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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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
크크.....우습다니....나름대로 진지한 건대.....하하. 뻘쭘해지잖아요. 그런데? 라고 해버리면...
좀 글 좀 길게 쓰면 안 되나? 딸기님 글은 너무 짧아요.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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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one |
에반겔리온(기쁜복음)이라는 말보다 레이가 더 맘에 들었고.내친구가 날보고 레이같다고 했을때 난 정말 레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근데..사실은 이 에반겔리온을 아직도 다 보지 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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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one |
했다는 거다. 그친구는 아마도 레이가 앉아있는 자세를 보고 그랬을까~..한때..레이가 되기 위해 머리를 보랏빛으로 무장을 할 정도였으니..으..언제보지..날잡아 애니만 보고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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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
아, 보고 싶어요. 보랏빛 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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