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제르마의 "세계의 최초들"을 비롯해서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나왔던 이와 비슷한 기획들이 쉼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세상 사람들은 잡학다식 혹은 잡다한 것에 정붙이고 살길 좋아하는 모양이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이런 류의 책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시간 죽이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뭘 읽을 것인가로 고민한다면 이런 책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된다.
예를 들어 길로틴 박사가 길로틴을 개발한 것은 사형 당하는 이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 위함이었다. 종종 국왕은 자신이 미워하는 정적의 사형을 이제 막 사형집행자로 입문한 이들에게 맡기곤 했다. 날이 선 손도끼로 목을 한 번에 댕강 떼어내야 하는데 초보자가 두 번, 세 번에 걸쳐 목에 도끼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사형 당하는 이는 물론 집행하는 이조차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헨리8세의 이혼에 반대하다 목이 잘린 토마스 모어의 경우가 그랬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어쨌든 그런 사형수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과학적 방법을 도입한 것인데 실제로 길로틴 앞에서 사형 당하는 사람은 매우 오랜 시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길로틴 박사 자신도 자신이 발명한 사형도구에 의해 죽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재미없어 한다면 그 사람은 매우 깊이 있는 사람이거나 재미없는 사람일 거다(게다가 이 책에 의하면 길로틴은 그의 발명품도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죽었나? 흐흐). 사람이 맨날 깊이 있는 생각만 하고 사는 것도 아니며, 생각외로 이런 처방전적 지식들이 대화 사이사이에 쓸모있게 쓰이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값이 제법 싸다는 것 아닌가. 집집마다 화장실에 한 권씩 비치해두시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