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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tide Maillol, a bronze relief by Arno Breker. 1943

 

 

아리스티드 마욜( Aristide Maillol, 1861-1944, 프랑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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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드 여인이지요. - 누드 조각가. 마이욜

 

 

 

자드킨 오십

페르낭 레제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프란시스 고야

오귀스트 로댕

까미유 끌로델

앙투완느 부르델

헨리 무어

앙리 마티스

마타 하리

 

    1905년 루이 오귀스트 블랑키를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 제작을 의뢰받는 자리에서 클레망소와 미르보가 포함된 건립위원회가 어떤 형태로 조각할 계획이냐고 묻자, 마이욜은 "아, 누드 여인이지요."라고 답했다. 마이욜하면 누드 여인상이 떠오를 만큼 평생을 두고 누드 여인상만을 조각한 조각가이다. 그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 남부의 해안 도시 바뉠루스(Banyuls)에서 태어났다. 내가 마이욜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역시 그의 누드 조각상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서 수록된 조각가들의 작품 사진이 꽤 되는 편이지만 유독 나의 눈을 끌었던 사람은 마이욜과 러시아의 큐비즘 조각가인 자드킨 오십이었다. 그 중에서 마이욜의 조각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이제 막 성에 눈떠가기 시작할 나이의 부끄러움도 잊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것은 성적인 감흥을 동반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뭔가 소박하고 푸근한 느낌의 그런 모습이었다.

  그의 부친 라파엘 마이욜(Raphael Maillol)과 모친 카트린 로즈(Carthrine Rouge)의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장의 목가적 풍치와 아름다움에 매료된 인생을 살았다. 그의 나이 10살 무렵인 1871년 목(木)조각가로 가계를 도와오던 형의 죽음과 함께 아버지의 포도밭 농사까지 흉년이 들면서 그는 고향에서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 그의 학력이 이것으로 끝 마친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 공부할 기회를 놓친 마이욜은 1881년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떠난다. 그의 파리 생활이 가난하고 고단한 것이었음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파리 생활의 힘겨움이 익숙해져 갈 무렵(1882), 그는 조각가 장 레옹 제롬(Gerome)의 추천으로 에콜 데 보자르의 고대 양식 데셍부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알렉상드르 카바넬(Alexandre Cabanel, 1823 - 1889)의 지도를 받아 누드 데생 강의를 받았다. 1883년에는 응용미술학교 조각부에 등록하여 제롬의 강의를 받으며 소조 작품을 만들었고, 앙투완느 부르델과 친분을 맺게 되었다. 고갱을 만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마이욜은 학교교육과 더불어 루브르 박물관에서 대가의 작품을 복제하는 등의 수업을 받았는데 이때 학교에서 배운 교육에 대해 실망하여 훗날 "이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혹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화가로 내딛은 첫걸음을 좌절시킨 실명의 위기

   마이욜은 부르델과 페르낭 레제 등과 함께 공동 작업실에서 생활하면서 1889년 <인상주의와 종합주의> 전람회에서 고흐와 고갱, 베르나르 등을 만났다. 마이욜은 특히 고갱의 그림에서 큰 감명을 받았는데, "고갱의 그림은 나에게 하나의 혁명이며 퐁타방(Pont-Avant)의 그림 앞에서 나는 이 사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당시 프랑스의 예술계는 전통주의적 예술가 그룹과 혁신적인 성향의 예술가 그룹에 의해 양분되어 있었고, 마이욜은 혁신적인 예술 경향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고갱의 원근법을 무시한 새로운 화풍에 영향을 받은 마이욜은 1886년 고향 바뉠루스로 돌아가 이곳에서 일련의 태피스트리들을 제작한다. 그의 타피스트리들은 전통적인 원근법을 무시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이는 15세기 이후 화가들이 고수해온 앞에 있는 것일수록 크게 그리고 먼 곳에 있는 것일수록 작게 그리는 원근화법을 무시한 혁명적인 시도였다. 회화란 평면이란 2차원의 세계에 입체라는 3차원의 세계를 옮겨오는 방식이며 화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해왔고, 그 해결책으로 찾아낸 것이 원근법이었다.

 

 

 

 

 

작업실에서의 마이욜

 

 

 

 

 

 

 

 

 

 

 


나비파 Les Nabis

1888년 상징주의 운동 내부에서 주로 고갱의 미학에 공감하고ㅓ 영향받은 젊은 미술가들이 파리에서 결성한 그룹의 명칭.

나비그룹의 창시자인 폴 세뤼지에 브르타뉴지방의 퐁타방에서 머무르며 고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외 주도적 인물로는 보나르, 모리스 드니, 에두아르 뷔야르 등이 있었다. 그들은 고갱의 영향 아래 대담한 색채와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적인 묘사법에 의한 한 장의 풍경화를 제작했는데, 그 체험담을 파리로 되돌아가서 아카데미 줄리앙의 젊은 화가들에게 전해 준 것에서 시작되어서 새로운 그룹이 형성되었다.

당시 화가였던 마이욜·발로통 등이 새로 가입했다. 나비란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의미하는데,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명칭으로 삼은 것처럼 이 그룹은 매우 신비주의적인 경향을 띠고 있었다. 열렬한 가톨릭신자이고 신지학(神智學)과 신비철학에 통달했던 드니·세뤼지에·랑송 등은 나비파의 운동에 특히 신비적·종교적 취향을 부여했다.

이 그룹은 1891∼99년에 걸쳐서 르바르크드부트빌화랑 등에서 함께 그룹전을 개최하였다. 그 미학은 고갱을 비롯하여 루동과 퓨비스드샤반, 더 나아가서는 풍속화판화(版畵) 등의 영향을 받아, 반자연주의적·장식적·상징주의적인 것이자 조형요소(造形要素)의 자율성을 강조한 평면적이고도 대담한 화면구성으로 근대회화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또 그들은 잡지류와도 관계를 가져 포스터·삽화·무대 장치와 의상 디자인에도 손을 댔다.

나비파의 운동은 세기말의 10년여 동안 계속되다가, 그 뒤 각 작가들은 각기 독자적인 길을 찾았으므로, 운동은 자연히 없어졌지만 그들의 이론과 입장, 특히 미학적이거나 객관적인 왜곡과 심리학적이고 주관적인 왜곡을 구별한 점은 20세기 초 여러 방면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 <옥스포드 20세기 미술사전>과 기타 자료를 참조하여 정리
 

 


   원근법의 붕괴는 기존 질서(앙시엥 레짐)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함게 구체제의 패트런들로부터 해방된 예술가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억압해 왔던 역사, 종교, 신화 등 지금까지 전통적인 미술 작품의 주제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삶과 경험의 일부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잘 표현한 화가가 바로 프란시스 고야였다. 그는 자신이 보았던 것, 자신이 보고자 했던 것을 보았고, 그 특정 국면을 과장하여 표현해냈다. 그의 이러한 태도가 근대 미술을 여는 출발점이 된 것이었다. 1904년에 이르러 파리에서는 폴 세잔(Paul Cezanne)의 대규모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에는 세잔느의 작품 뿐만 아니라 고흐와 고갱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었는데 세잔의 작품은 물론 고갱이나 고흐의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화풍은 미술의 본질적인 원천에 시선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박물관에 전시되어 그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원시 조각들과 다른 작품들이 새로운 예술로 각광받게 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고갱은 <자유 예술의 시험>이라는 잡지를 통해 마이욜의 태피스트리 작품들을 칭찬했고, 마이욜은 작업에 더욱 정진하게 된다. 그러나 마이욜에게 예상치 못한 실명의 위기가 닥치고 만다. 그는 결국 태피스트리 작업을 중단하고 만다. 그의 나이 35세 때(1895)의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태피스트리에서 소재를 따와 목조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조각가의 길을 가기 시작하는데, 브랑쿠시가 맹인을 위한 조각이란 이름으로 포가니양의 조각을 한 것처럼 마이욜은 실명의 위기 속에서도 조각을 통해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시각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미술 감상의 특성상 회화의 감상은 불가능하겠지만 맹인들에게도 조각의 감상은 가능하다. 왜냐하면 조각은 손으로 만져보며 감상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욜은 이듬해 클로틸드(Clotilde)와 결혼하여 아들 루시안(Lucien)을 얻었고, 자신이 제작한 태피스트리 <정원>을 프랑스미술협회에 출품했다. 이곳에서 마이욜은 피카소를 만났고, 그를 만난 것을 계기로 자신의 테라코타와 도자기를 '나비(Les Navis)파 그룹'에 선보이게 되었다.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아리스티드 마이욜

   마이욜이 본격적으로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접어들어 그의 나이가 거의 40세 가까이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마이욜은 거의 대부분의 조각을 누드 여인상으로 제작했고, 누드를 통해 형태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표현했다. 비구상 조각들이 보편화된 현대에는 그 차이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지만 조각은 회화나 드로잉, 판화에서 다루는 인체의 묘사가 옷 입은 모습을 주로 다룬데 비해 오래전부터 인간의 나신(裸身)을 묘사하는 특징을 보여 왔다. 고야가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와 같이 누드로 여체를 묘사하는 데 있어 회화가 일정한 금기에 시달린데 비해서 조각에서의 누드는 훨씬 더 자유로운 표현을 허락받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창작 욕구를 만족시켜줄 형태를 찾아 삼차원의 세계(현실 세계)를 탐구한 도전자(조각가)들은 곧잘 인간의 아름다운 나체에 매료당했다. 그들은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고 구체화시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인간의 몸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비너스상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는 자신의 조각에 말을 걸고, 음식을 차려 놓고 조각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신이 조각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그 조각상은 진짜 살아있는 여인으로 변했고, 조각가는 자신이 만든 조각과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조각가가 자신이 만든 조각이 살아서 움직이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불멸을 꿈꾸며 그 조각이 영원토록 이 세상에 남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가 이상적인 남녀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표현하도록 조각가들을 부추겼으며 때로 종교와 신화가 주는 이야기들은 조각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나 역시 조각을 바라보며 한순간 피그말리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었는데, 나를 그토록 매료시킨 대상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스웨덴 조각가였다. 19세기 후반의 스웨덴 사람으로 파리에서 조각을 공부한 페르 하셀베리(Per Haselberg)의 <눈꽃송이 Snow drop>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나는 이 조각을 보는 순간 조각 속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정도로 표현하도록 하자.)

  물론 조각에서도 남성이나 여성의 비밀스러운 부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에 대해서는 여러 제약들이 있었다. 때로 나뭇잎으로 가려야 하는 등 조각가들은 당시의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형상 그대로를 드러내기 위해 골머리를 썩혀야 했고, 때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조각이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채였기 때문에 이것을 가리도록 하라는 교회측과 이를 거절한 미켈란젤로 사이의 일화는 매우 잘 알려진 것이다. 평생 가난에 시달린 모딜리아니가 조각가의 꿈을 꾸었음에도 건강과 가난 때문에 조각가의 길을 포기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조각은 그 자체로 회화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문에 응하는 방식이 아니면 여간해서 조각 그 자체 만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다. 미켈란젤로나 도나텔로 같은 이들은 물론 19세기의 로댕 같은 이들도 주로 주문에 따라 조각을 만들어야 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중세 조각의 주요 주문자들이 주로 교회와 귀족들에 의한 것이었다면 근대 조각의 주문자들은 경제력 있는 부르주아지들이었다.

고요와 평온이 담긴 소우주를 남긴 조각가
- 여성은 그 자체로 여성이다

   마이욜은 때로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조각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1898년 나무에 부조 형식으로 제작한 <원천>이 그렇다. 마이욜은 여성의 신체를 통해서 작은 소우주를 재현하고자 했는데, 그의 소우주는 지극히 고요하고 평온한 세계였다. 1900년부터 마이욜은 본격적으로 테라코타와 브론즈 작품을 제작했고, 마티스가 주물을 도와준 <웅크린 여인>은 나중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지중해>로 불리게 되었다. 마이욜은 1902년 최초의 개인전을 열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이때는 태피스트리, 목조, 철조, 석고 조각, 브론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33점이 전시되었다. 특히 <지중해>는 야수파의 주목을 받으며 앙드레 지드는 이 작품을 일컬어 조각의 부활이라고까지 찬미했다. 이 무렵 로댕의 소개로 여러 후원자들을 만나면서 마이욜은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갖을 수 있게 되었고, 1908년에는 독일의 미술품 수집가 케슬러(H.C.Kessler)와 함께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소박한 양식미를 추구한 그의 작품세계를 염두에 두었을 때, 그가 동행한 케슬러에게 "나는 파르테논의 예술보다는 올림피아의 프리미티브(Primitive)한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로댕이 추구한 격렬한 움직임이나 낭만적인 신체가 아니라 고풍(archaic)스러운 고대의 예술 세계와 닮아 있다. 마이욜이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의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몇 차례의 정치적 혼돈을 겪은 뒤에도 여전히 전근대적인 에토스(ethos)에 젖어 있었다. 프랑스의 예술계가 전통주의적인 그룹과 혁신적인 성향을 지닌 그룹으로 나위어 있었던 것처럼 당시 프랑스는 1894년의 드레퓌스 사건(Dreyfus Affair)의 극명한 갈등이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공화제와 프랑스혁명의 이념에 반대하는 왕정복고주의자와 옛 귀족들, 군부, 반유태주의에 몰두한 과격 가톨릭주의자, 보수적인 정치인들, 군국주의자들과 공화주의자, 시민사회를 옹호하려는 자유주의자 등 여러 계층들 사이에서 뚜렷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마타 하리편을 참조하시길).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에서 종교가 미치는 영향은 대혁명 이후 눈에 띄게 축소되긴 했지만 반동적인 성향은 여전했다.

   마이욜과 함께 이 시기에 활동한 조각가. 로댕과 부르델의 공통점은 조각에서 종교(기독교)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이욜은 로마 시대 이후 종교적 테마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첫 번째 조각가로 기록된다. 그는 신을 통해 자신이 바라던 것들을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누차 강조하고 있듯이 서구 사회에서 기독교의 단일신 신화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엄청난 것이었다. 마이욜은 그런 엄청난 영향력에서 이탈한 조각가였으며, 그후 많은 조각가들이 그의 뒤를 이었다. 1944년 그는 자동차 사고로 임종을 앞두고 "우리들의 시대는 이미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단지 자연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형태의 조화, 그 건축적 균형에 마음을 쏟는 것에 의해 인체의 지고한 미를 발견하고 그 연구를 통해 위대한 것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 가능할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표현하는 여성은 더 이상 어떤 특정한 여인이나 신화 혹은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에게 여성은 그 자체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관련 사이트 & 참고 도서

『20세기 서양조각의 거장들』/ 정금희 지음/ 재원/ 2000년 -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드는 아쉬움은 좀더 두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20세기의 서양 미술사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열 명의 조각가들을 살펴보고 있는 이 책에서 각 조각가들에게 배분된 페이지 10여쪽을 약간 넘기는 분량이다. 그만큼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앙상하다는 느낌을 거둘 수가 없다. 아쉽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책이라는 뜻이다.

『20세기 미술사』/로즈메리 람버트 지음/ 이석우 옮김/ 열화당/ 1998년 - 로즈메리 람버트의 이 책은 사실 20세기 전반부만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제는 이 분야의 고전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우 평이한 서술로 20세기 전반부의 미술사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긴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저자와 시대가 너무 가까운 탓이다.

『조각 감상의 길잡이』/ 데이비드 핀 지음/ 김숙, 이지현 옮김/ 김영나 감수/ 1995년 - 책을 구입할 때 나는 목차를 유심히 살핀다. 목차가 자세히 잘 되어 있는 책일수록 내용이나 책의 질이 높은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차란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의 축쇄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책의 목차는 부실한 편이지만 내용은 꽉 차있다. 말 그대로 조각 감상의 실질적인 길잡이인 것이다.

『옥스퍼드 20세기 미술사전』/ 해럴드 오즈본 편/ 김영나, 오진경 감수/ 한국미술연구소 옮김/ 시공사/ 2001년 - 하도 잡다하게 이것저것 뒤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는 누가 뭐래도 사전이다. 그 사전의 수준이 높고, 관점이 좋다면 그만큼 먼 길을 돌아가는 수고를 덜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옥스퍼드란 말이 붙은 책들을 좋아한다. 중립적이란 표현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별도로 하고라도 일단은 정확하기 때문이다. '옥스포드'의 권위란 독자에게 그런 것이다.

마이욜 미술관 -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인터넷 미술관이다. 그의 작품세계와 여러 작품들을 둘러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영문)

 

아르노 브레커(Arno Breker)를 위해 모델로 선 아리스티드 마이욜(Aristide Maillol). 1943년 그의 고향 바닐로스(Banyuls-sur-Mer)에서(아르노 브레커는 나치미술의 대표적인 조각가였다. 1943년이란 시점은 그러니까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해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다시 전통과 혁신 사이의 갈림길에 선 조각가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조각의 위상은 회화에 비해 어찌보면 애처롭다고 느껴질 만큼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가장 큰 책임은 조각가들 자신에게 있다고 해야하겠지만 '푸대접'이란 말 자체가 상대성이 있는 만큼 우리 사회가 조각을 하나의 예술로 대접한다기 보다는 건축물에 부속된 하나의 장신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이란 법률의 '제11조-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장식' 조항과 시행령 제24조에 보면 소위 '1% 법안'이라고 해서 건축물을 신설할 때 그 비용의 일정한 액수를 조형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비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설치하게 되는 환경조각물의 경우, 그것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시각 환경 공해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작품 자체의 질을 떠나서 조각이란 주변 환경과의 조응 문제도 고려에 넣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설치되어 있는 조각이나 설치되고 있는 조각들의 경우에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거나 마치 프레스로 찍어 만드는 듯 천편일률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것들까지 있다. 이렇게 조각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 아니라 건축에 부속된 하나의 장식으로 전락하게 된 까닭은 조각작품 자체의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탓도 있고, 이런 방식을 제외하고는 거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기인하는 탓도 크다. 이런 방식으로 주문되는 조각은 대부분 건축주의 입김이나 기호가 크게 작용하는 탓에 조각가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미리 여러 형태를 만들어 놓고 건축주들과 가격을 담합하거나 리베이트를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도 한다.

   조각 그 자체가 순수하게 예술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조각의 역사는 구석기 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산을 기원한 일종의 제의적 상징물로 해석되는 이 조각은 물론 이집트와 그리스의 수많은 조각들이 신전에 바치는 봉납품으로 제작되었다. 4세기에서 14세기에 이르러 중세 미술의 시대에 제작된 조각들은 대부분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과 주제를 표현하게 되었다. 이 시기 대부분의 교회들이 그에 따른 부속물로서 조각을 제작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때의 조각가들은 교회나 왕의 권위를 높이는 방편으로 주문된 조각을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 나름의 독자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중세 시대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와 연관한 연구를 진행시킨 성과물들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당시의 조각가들은 예술가라기 보다는 장인에 가까왔기 때문이다. 조각가가 작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이르러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베로키오, 기베르티 등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조각의 전성 시대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 유화물감이 개발되면서 미술은 회화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고대의 조각은 종교적 제의에 사로잡혔고, 중세의 조각이 신과 왕의 권위에 사로잡혔다면 바로크 시대와 로코코 시대를 거치며 조각은 다시 부르주아지들의 심미안을 위해 봉사하며 창조력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을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그 자신의 예술적 가치가 훌륭한 탓이 크지만 무엇보다 로댕의 활약 덕분에 조각이 예술로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티드 마이욜은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 앙투완느 부르델에서 브랑쿠시와 헨리 무어에 이르는 현대 조각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조각가이다. 마이욜은 로댕의 격정을 적절한 절제와 감성으로 제어했고, 무엇보다 그는 종교와 문학 그리고 사회의 여러 권위에 볼모로 잡혀 있던 조각을 해방시켰다. 그의 작품들은 초기 그리스 조각들의 소박함과 역동성을 닮아 있다. 그는 자연을 가까이 하며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자연관과 다원주의를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발견한 조각가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의 조각가들은 다시 자본의 포로로 잡혀 있다. 이제 조각은 어디로 갈 것인가? 다시 한 번 물어봐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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