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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현대문학 100년, 도전에서 위기까지
- History of 20'C Literature

 

 

 

 

 

 

현대문학 100년, 도전에서 위기까지

 

 

 

 

 

 

 

 

 

 

현대문학 출발과 도전

－전쟁…황무지…인간에 대한 실망, ‘모더니즘’의 신세계 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1920년을 전후한 시기는 문학사상 가장 화려한 시기로 꼽힌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때만큼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대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때도 없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율리시스」 「황무지」 등 이러한 소설들은 이른 바 「모더니즘」의 특징인 「의식의 흐름」 「실존」 「전통의 단절」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평론가 프레데릭 제임슨은 19세기의 고전적 자본주의 시대는 리얼리즘, 20세기 초기 독점적 자본주의 시대는 모더니즘으로 문학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현실과 이상의 궁극적 일치를 믿은 19세기의 문학가들은 현실의 비극적 본질에 대한 묘사를 통해 합리적 이상에 도달할 수 있고 그것이 문학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 바탕엔 프랑스혁명 이래 성장해온 부르주아지의 이데올로기가 놓여 있다. 정치적·신분적 자유를 위한 그들의 무기는 과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합리주의. 이것은 문화·예술계에서는 리얼리즘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신화는 깨진다. 정치적 평등을 바탕으로 지상낙원을 그리던 이들의 꿈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장벽 앞에 좌초된다. 다만 물질의 풍요속에 강요되는 경쟁과 황폐해진 정신만이 남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류문명을 잿더미로 만든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간은 더이상 자신의 합리성을 믿지 않게 됐다. 이전까지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하던 세계에 의문부호를 남긴 것이다.

20세기의 문학은 이같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인간적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즉, 리얼리즘의 세계와는 단절된 채 파괴와 기계의 소음 속에서 사라진 인간내면의 평화와 고요에 대한 욕망을 담은 것이다. 이를 「모더니티」라고 한다.

에리히 아우어바흐는 그의 책 「미메시스」(1946)에서 『모더니즘 문학은 혼란과 무력함을 보여주는 징후이며 우리 세계의 쇠퇴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모더니즘은 프랑스의 다다이즘, 미래파운동, 심리소설, 사회소설, 실존소설, 독일의 표현주의, 신즉물주의 등을 포함하며 전개된다. 모더니즘의 해체를 주장한 20세기 후반기의 포스트모더니즘마저 자본주의 인간이란 관점에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모더니즘의 아침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연다. 1913년부터 1927년까지 쓰인 15권에 이르는 방대한 이 작품은 거의 1인칭으로 돼 있으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심리 분석소설의 전형을 제시했다. 이런 프루스트의 영향은 미국 남부의 정신을 그린 윌리엄 포크너에게서도 나타난다. 「고함과 분노」(1929)에서 그는 「내적 독백」과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상업주의와 기계문명으로 상실한 과거의 영광과 순결에 대한 강렬한 향수를 보여준다.

1922년은 모더니즘에 있어서 역사적인 해. 모더니즘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제임스 조이스와 T S 엘리어트가 각각 자신의 대표작 「율리시스」와 「황무지」를 발표한다. 또 조이스로 인해 「의식의 흐름」 문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해이기도 하다. 두 작품 모두 1차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참화를 경험한 유럽, 아니 문명의 황량함과 허무에 가득찬 인간을 포착해 냈다. 엘리어트의 장시 「황무지」는 20세기 문명을 한마디로 집약하는 상징어로 일컬어진다.

인간의 허무와 공허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로 이어져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1938),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시지프스의 신화」(1942)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1952) 등 실존문학으로 이어진다.

그외 20세기 초기 모더니즘 대작 대열에는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1916), 토마스 만의 「마의 산」(1924)이 존재한다. 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1925), 「세월」(1931) 등도 뺄 수 없는 고전이다. 그리고 희곡작가로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또한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다. 또 이 시기에 다소 경향은 다르지만 릴케가 그의 대표작 장시 「두이노의 비가」(1923)를 발표한다. 또 자본주의 아메리카의 비극을 그린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25), 디어도어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1925)도 20세기가 얻은 뛰어난 문학적 유산이다.

한편 게오르그 루카치는 『비역사적·비사회적 성격이 두드러진 모더니즘 문학은 정신병적인 발작과 왜곡된 주관성으로 도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더니즘을 비판했다. 그가 지향한 문학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었다.

사회주의 소련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1907)를 전범(典範)으로 미하일 솔로호프의 「고요한 돈강」(1928~43), 알렉산드르 파제예프의 「청년 근위대」(1945)에서 꽃피운다. 프랑스 상징주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 시인 마야코프스키는 세계 현대시에 큰 영향을 끼친 대시인이다.

소비에트 체제가 안정기에 들어간 50년대 이후에는 소련사회의 비극을 형상화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1957)와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1973)가 주목받았다. 또 중국작가 루쉰의 「아Q정전」(1921)도 혁명문학사의 고전으로 꼽힌다.

60년대 이후 모더니즘과 서구중심의 문학이 해체되는 시기다. 최초의 포스트모던 전쟁으로 불리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일어난 진보주의 물결은 자본주의의 견고한 벽에 막혀 좌절되고 만다. 그와 함께 모더니즘의 극복, 완전한 탈현실, 세계의 해체를 외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힘을 얻는다.

피식민지배의 경험과 문화이식, 빈부의 격차로 갈등과 모순이 일상을 지배하는 남미는 스페인어라는 역설적 혜택을 입고 일약 세계문학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보르헤스는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 서구 지성을 대표하는 석학들에 의해 기호학, 포스트 모더니즘의 원형으로 인정받았다.

상상력의 마술사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백년동안의 고독」(1967)에서 파란만장한 콜롬비아의 역사를 포스트모던 시각으로 형상화했다. 또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이 연결되는 원형구조를 채택, 좌절을 거듭한 멕시코 역사에 대한 환멸과 매혹을 드러냈다.

서구문명의 몰락을 경고한 토머스 핀천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그외 20세기 후반기의 대표적 작가로 옥타비오 파스, 움베르토 에코, 알랭 로브그리에, 밀란 쿤데라 등이 있다.

20세기와 작별을 고하는 시점에서 많은 문학가들은 문학의 위기를 말한다. 프로 스포츠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열광으로 순간에 탐닉하는 정신에는 현실의 어두운 단면이나 인간존재의 본질은 머리속을 울리는 소음만큼이나 거추장스럽다.

그러나 문학은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는 한, 즉 「정신적 사망」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광호기자〉

 ◇도움말 주신분들

김병익 (문학과 지성사 대표) / 최원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 창작과 비평주간) / 김성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박종소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 20세기 한국문학 －‘분단 굴레’속 리얼리즘 강세

20세기와 함께 시작된 우리 근대문학은 뒤늦은 출발만큼이나 세계의 주류로부터 뒤처진 채 전개돼왔다. 문예사조의 측면에서도 모더니즘보다는 리얼리즘적 경향이 20세기 우리문학을 이끌어왔다.

우리 문학 앞에 숙명처럼 가로놓인 「식민지 경험과 민족적 자존심의 상처」 「남북분단」의 결과이다. 게다가 서구와 달리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동시에 등장해 뒤섞인 영향도 크다. 이것은 올바른 「근대」의 단계도 거치지 못하고 산업화를 통해 「현대」로 넘어가게 된 사회·경제적 상황과도 맞물린다.

최남선 이광수로부터 시작된 한국 근대문학은 20년대 들어서면서 꽃피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창조」 「폐허」 등을 중심으로한 순문학운동과 사회주의 계열인 카프가 대립한다. 이는 해방공간의 좌·우대립, 70·80년대 보수·진보 논쟁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또 시인 김소월과 한용운은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시의 세계로 승화시키며 한국문학의 한축을 형성한다.

「시문학파」 「모더니즘」 「생명파」가 출현한 30년대는 시의 시대. 특히 서구의 최신 사조인 초현실주의를 유입한 이상과 30년대 농촌의 풍속을 질박한 글로 풀어내고 요절한 김유정은 한국문학을 잠시 스쳐간 독특한 감성으로 기억된다.

좌·우의 대립이 극에 달한 해방공간을 거쳐 50년대는 전쟁과 이념이 우리 문학의 주된 소재로 뿌리내린다. 이범선의 「오발탄」, 하근찬의 「수난이대」 등이 대표적이다.

최인훈의 「광장」으로 분단문학의 새 장을 열며 시작된 60년대는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문학이 현대성을 획득하고 만개한 시기다. 4·19와 5·16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변속에 김수영 신동엽 김승옥 등 새 세대들이 등장, 그 외연을 넓힌다. 「현대시」 동인들은 모더니즘적 난해성으로, 소설은 인간내면을 탐구하는 창작기법으로 문학에 현대성을 부여했다.

산업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70년대는 시의 언어적 해체, 일상적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의 등장이 특징이다. 그 결과 시의 민중지향성과 산문화 경향, 소설에서 「장마」 「삼포가는 길」 「토지」 등 사실주의계열의 걸작들이 나타난다.

80년대의 작가들에게 「5월 광주」는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민중지향적이고 저항적인 시와 소설들이 주류를 이루는 속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분단문학의 최고봉으로 자리매김된다.

이념이 사라진 90년대는 시와 소설에서 장정일 신경숙 은희경 최영미 등 소위 「신세대 작가」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이들은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보다는 영화나 컴퓨터 등 갖가지 문화를 통한 간접체험으로 본원적인 감수성의 세계를 펼친다.

21세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한국문학은 세계가 지난 세기동안 걸어온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극복의 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제 우리문학 앞에는 세계적 맥락을 지닌 진정한 국민문학 건설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던져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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