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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1949>

 

 

 

 

 

김수영

시인 김수영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싶어 그에 대한 소개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이 시에 대한 나의 느낌을 밝혀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진리에 대해 불경의 어떤 가르침에서는 "깨우친 사람에게는 진리이지만 깨우치지 못한 사람 즉 미(迷)한 사람에게는 진리가 아니라 장애"가 되는 것을 진리라 한다. 우리 전통의 성인식을 치르며 새로운 이름(字)을 받을 때 "생의 미아(迷兒)에게 갓을 씌우는데 오자의 가르침을 힘입었사와 감사하나이다."라고 한다는데, 이때 "생의 미아(迷兒)"라는 말의 미(迷)라는 것은 불교적인 가르침에서는 착각, 즉 잘못 보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 김수영이 "동무여, 이제 바로 보마"라고 말하는 것. 그것은 각(覺)의 의미일 것이다. 사물을 바로보며, 그 생리를 바로보며, 그 수량과 한도를 바로 보며, 우매와 명석을 바로보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됨일 것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신의 한계와 시대의 한계를 안다는 것. 우매함과 명석함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로소 어른됨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단호하게 선언한다.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듯 삶과 죽음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시작을 알았으니 그 끝도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이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삶, 꽃과 열매를 모두 취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이룰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어른됨의 시작인 것이다. 이상과 현실, 세계와 자아를 조화시킨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그것을 열정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의 말대로 인생이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기엔 너무나 길고,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나 짧다는 것을 깨우치지 못한 "생의 미아"들에게 어울리는 미오(迷吾)의 세계일 것이다. 이 시는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 대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도록 요구한다. 이 둘을 조화시키려고 할 때 결국 필연적으로 적당한 타협과 자아의 죽음, 자기소외가 따르게 된다는 것을 시인은 경고하고 있다.

시인은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강렬한 현실 부정을 통해 자신의 반란성, 즉 관습적인 세계에 대한 부정을 통해 남과 다른 실체로서 자아와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리라는 결심을 한다. 시인은 죽음으로써 인생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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