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명 - 밥


		Home > Literature > 이진명 포토포엠 - 밥



	photo by windshoes
	밥

	얼마나 밥을 먹어야 앞으로 얼마나 밥을 먹어야 죽을까 어떤 저녁은 어떤 점심은 너무나 맛없어 뱉아내듯 흘리며 먹는다 식탐에 겨워 맛난 것들 끌어당기며 숨차게 먹을 때도 있지만 많은 날을 젓가락과 숟가락이 못난 뜨개질하듯 줄창 코를 빠뜨리고 코를 빠뜨리고 이지러진 생활을 짜듯 저녁 또는 점심 소도구로 앞에 밥공기가 하나 놓인 일인 무언극처럼 우스꽝스러운 행위 이 밥 먹는 일 언제나 끝날까 이 세상의 밥들이란 밥들처럼 임자가 확실한 게 또 있는지 이 세상의 죽음이란 죽음처럼 아무에게도 침범당하지 않는 임자가 확실한 게 또 있는지 밥을 떠먹는 손이여 결국 죽음의 뜨게질이여

	이진명 1955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0년 <작가세계>로 작품 활동 시작 주요 시집으로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 보다> 등

	Home > Literature > 이진명 포토포엠 -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