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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Literature > 이영진 포토포엠 - 본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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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windsho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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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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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본적지엔 지금도 한 세상 징역 살듯 늙어가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뜰 앞엔 무화과나무 한 그루 블록 담벼락을 가리운 채 소리없이 가슴에 돋는 피를 삭이고 있습니다. 고문하지 않아도 그저 고문 같은 세월, 끝나지 않는 통증 속에서 꽃조차 피우지 않고 열매를 맺는 것은 누구의 겸손을 배운 탓일까요. 모든 것을 눈빛과 한숨으로 대신하던 당신들은 지금도 여전히 말이 없고 세들어 살던 사람들마저 떠나버린 빈집에 간간이 도둑고양이의 시장기 서린 울음소리만 들려옵니다. 마루 끝 먼지 낀 외등에 불을 켜면 예전처럼 하루살이 떼들 쉼없이 날아들고 아버님, 당신이 평생 동안 기다렸던 북쪽의 편지는 오지 않습니다. 비만한 세월의 감당할 길 없는 피로가 수액을 다 빨아들인 탓일까요. 뼛속까지 숭숭 구멍이 뚫려버린 골다공증의 관절을 스스로 주무르며 돌아눕는 당신 곁에서 나 또한 끝나지 않는 긴 기다림을 새로이 시작합니다. 내 사지에 붉은 꽃, 피어오르지 않아도 온 몸에 향그러운 과육이 가득 차오를 때까지 우리의 가난하고 헐벗은 담장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신발 쓰는 소리를 죽이며 무화과나무 밑을 지나 마당으로 내려서면 등뒤에서 가득 전해져오는 따스한 온기에 나는 언제나 눈시울이 뜨겁고, 아버님, 당신이 그랬듯이 아직 사는 일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나는 다시 문을 나서서 길을 떠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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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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