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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사람으로 살펴 본 20세기 문화예술사"

 

 

 

 

 

 

 

 

핀란드역에 이르기까지
  -To The Finrand Station

핀란드역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로 떠나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들은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기꺼이 떠났고, 많은 사람들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거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변해버린 사람들과 남은 것은 모두 쓸쓸하게 타다만 재와 그 흔적들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까만 밤에 남은 별은 사라지고 우리는 아직까지도 도달하지 못한 핀란드 역 근처의 호숫가에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거나 아니면 모두가 레밍스(Lemings)처럼 달려갔던 그 때를 회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80년대에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제게 많은 상처의 기억들을 남겨주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아직 등푸른 생선처럼 싱싱했고, 세상에 희망을 걸었고, 세상의 모든 인간이 하나의 형제로서 어깨를 굳게 걸고 연대의 정신으로 자본의 탄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선생들을 믿었고, 선배들을 믿었고, 동지들을 믿었고, 저자신을 믿었고 그리고 우리들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가 저물고 90년대가 오자 수많은 변혁운동가들이 전광판의 광고가 바뀌듯, 리모콘으로 선택된 TV채널처럼, 하드 포맷된 컴퓨터처럼 등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제게 이 모든 것은 패배의 기억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절망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희망을 걸수밖에 없는 일" 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 홈페이지는 그런 저 자신의 패배의 흔적들입니다. 우리들은 시민운동단체에 얼마간의 후원금을 내고, 자랑스레 <한겨레>신문과 <한겨레21>을 구독하며, <오 마이 뉴스>의 기사들을 안주삼아 주워 섬깁니다. 홍세화와 박노해의 강연을 들으며 맞장구를 치거나 변절자라고 침을 뱉고, 노래방에서는 <그날이 오면>을 목청껏 외치며 정작 그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은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누가, 주식 투자를 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10억만 은행에 넣고, 그 금융 이자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은밀히 뇌까립니다.

그람시에 따르면 국가건 사회건 어떤 역사적 실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단지 지배계급의 집행력(폭력)만이 아니라 그 계급 특유의 세계관에 대한 피지배계급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인류의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지배계급의 통치질서는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도덕적 승복을 수반하는 동의의 바탕 위에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람시는 이 '동의를 통한 지배'를 '헤게모니'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저들의 헤게모니에 동의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저는 저들의 헤게모니에 동의하지 않는 의미에서 오프 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활동할 생각입니다. 그 중 온라인 활동의 일환이 지금의 이 <바람구두 커뮤니티>입니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자'는 것이 이 <바람구두 커뮤니티>의 정신입니다.

"인간 영혼의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난다. 사회주의는 비참함,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에 타오르는 연민과 분노와 만나 태어난다. 한쪽엔 호화, 사치가 있는 하면 다른 쪽엔 궁핍이, 또 한쪽엔 견딜 수 없는 노동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엔 거만한 게으름이 있는, 이 터무니없고도 서글픈 대비에서 사회주의는 태어난다."(레옹 블룸)
 

 

 

 

 주제와 표현방식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이하 '문화망명지')"라 이름 붙여진 이 사이트는 망명지기 바람구두(ID: windshoes)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비상업적인 개인 홈페이지입니다. "사람으로 살펴 본 20세기 문화예술사"라는 부제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20세기라는 시간적 영역을 문화와 예술이라는 측면에 비중을 두어 탐색해 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학, 미술, 음악, 사진, 영화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하여 역사적인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일반적인 '예술사'라 할 수 있겠지만, 문화와 예술은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분야로서 '문화망명지'에서는 창조의 주체인 '사람'이라는 코드(code)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양식의 변천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일반적인 예술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문화망명지'는 한 시대와 사회를 20세기라는 시간대의 제한을 두고 고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근대의 예술사가 인명(人名)없는 예술사였고, 그로 인해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전문 용어들의 나열에 그치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일반 대중과 괴리된 예술은 소수의 향유자들만을 위한, 고급하지만 대중을 소외시키는 예술 아닌 예술로 전락해버립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망명지'는 "예술가 열전", "예술가 평전"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해 비전문적인 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이 사이트의 서술 수준은 되도록 많은 이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하되 알아두어야 하는 필수적인 정보들은 누락되지 않도록 하였고, 학적 수준은 그렇게 서술할 능력도 없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내용이 누락되지 않으면서도 비평이라는 측면에서 만큼은 독창적인 시각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사실은 자부하고 싶습니다.)

물론 "문학, 미술, 음악, 사진, 영화" 만이 20세기의 대표적인 예술 장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20세기의 주요한 한 흐름들인 연극이나 무용 등의 분야가 누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야가 누락된 까닭은 무엇보다 이 홈피를 운영하는 제 자신이 이 분야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식과 식견을 가진 탓이 가장 크며, 동시에 이 이상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을 때 전체 구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대신하여 연극은 문학 분야에서 극작가들을 포함시켜 다루는 것으로 대신할 것이며, 무용의 경우에도 별도의 장을 만들기 보다는 "역사"편에서 일정 부분을 보충할 생각입니다.

또한 열전과 평전이라는 인물 중심의 개별화된 접근 방법이 한 시기의 전체적인 구도를 살펴보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각장르별 연대표와 주제별로 살펴볼 수 있는 연대표를 별도도 제작해 제공하고 있습니다.(이 연표는 홈피 업데이트와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될 예정입니다.) 이런 보충 자료, 보론과 더불어 20세기를 상징할 수 있는 10대 사건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20세기 문화예술사를 정리할 수 있는 총론 성격의 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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