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철학자)
: 1956년에 후쿠시마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교양학부 프랑스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있다. 지은책으로 <전후책임론>, <교육과 국가>, <기억의 에티카>, <역사/수정주의> 등이 있다.
일본의 우경화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김지하 시인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한국이 유신독재 치하에서 고통받고 있을 때 가장 믾은 도움을 주었던 나라가 일본이었고,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를 거치면서 어느덧 아시아에서 민주화에 가장 성공적인 국가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되었다. 1980년대를 거치며 한국은 분명 '아시아의 자존심(Pride of Asia)'이라는 자부심을 외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숙의 이면엔 여러 문제점들을 은폐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근대화의 이중 고리를 연결하는데 성공했으나 그 고리는 여러모로 취약한 것이었음이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무렵 일본은 미국의 외채를 일본이 대신 감당한다는 '프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란 장기불황에 시달렸다. 예전에 한국은 일본을 10년 뒤에서 쫓아간다고 했었다.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일본은 독감을 앓고, 한국은 폐렴에 걸린다고도 했었다. 단순히 산업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치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의 동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통과하면서 가뜩이나 취약했던 일본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급격하게 쇠락해갔고, 작고 일상적인 운동으로 후퇴해 들어갔다. 일본의 지식사회도 함께 위축되어 버렸고, 그 결과가 일본의 우경화였다. 일본의 우경화는 1990년대 후반 교과서 파동, 자위대 재무장 등으로 나타났다.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카하시 데쓰야 선생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반대운동을 좀더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오카모토 유카(편집장)와 함께 계간지 <전야>(前夜)를 창간한다. “전쟁과 차별의 시대에 편승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기대할 것이 없었기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매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갖는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힘을 갖는다는 의미다. 내가 이들을 만난 것은 2006년 6월의 일이었다. 그러나 <전야>는 이후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발기인들 몇몇의 품앗이, 소수의 사람들이 <전야>의 생존을 위해 선구독료를 내는 방식으로 후원했지만 일본의 지식인 운동, 시민사회운동 특유의 문제들까지 겹치면서 결국 더이상 출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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