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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퓨굿맨(A FEW GOOD MEN, 1992, 미국 )

 

 

감독/ 로브 라이너(Rob Reiner),
출연/ 톰 크루즈(Tom Cruise), 잭 니콜슨(Jack Nicholson), 데미 무어(Demi Moore), 케빈 베이컨(Kevin Bacon) 등

 

 

 Inner Link

 

평화의 시대, 전사의 딜레마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바람과 라이언

하워드 진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창녀와 스파이'라고 한다. 창녀야 그렇다 치고, 그 중 하나가 스파이라는 건 참 의미심장한 일이다. 스파이가 존재했다는 건 그 때도 남의 비밀을 캐냄으로 이득을 얻는 집단이나 개인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약점을 알아냄으로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물리적인 힘을 통해 강제하려는 시도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대의 필요성을 무시했던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도 없었겠지만 설령 없었다 하더라도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군대는 늘 존재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오늘날과 같은 군대의 제도와 형식이 과거에도 늘 존재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한 오해다. 직업적인 군인이 아닌 국민이 군대의 주요 구성원으로 등장한 것은 인류사에 비춰보아도 불과 300년 정도의 일이다. 정부가 더 이상 '군대 기업(용병)'과 계약을 맺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그 골치 아픈 운영을 떠맡기로 결심한 것은 17세기에 비로소 시작된 일이다. 게다가 전쟁이 군인보다 민간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게 된 것은 20세기에 비로소 시작된 현상이다(물론 전쟁의 성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약삭빠른 자. 톰 크루즈 - 영화 <어퓨굿맨>에서 그는 하버드 출신의 젊은 법무관 캐피(Kaffee) 중위로 등장한다.그의 아버지는 법조계에 이름 높은 거물이지만 자식의 출세에 보탬이 되도록 해주기 위해 경험삼아 군대에 보낸다. 물론 자식이 다치거나 부상입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그는 군 법무관으로 한동안 시간을 잘 떼우면 제대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매우 약삭바른 자로서 재판까지 갈 것 없이 사전 협상으로 재판을 마무리 짓는 그런 인물이었다.

  한동안 톰 크루즈는 미국의 여피(yuppie - young, urban, professional의 글자를 딴 신조어로 도시를 기반으로 고등교육을 받아 지적인 전문직에 종사하며 고수익을 올리지만 사회문제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젊은 층을 일컫는 말이다)족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어퓨굿맨>에서 젊은 법조인으로 등장했던 그는 이듬해 영화 <The Firm>에서 다시 성공에 목마른 변호사로 등장한다. 물론 나중에 가면 정의를 되찾기 위해 좋은 머리를 굴린다.

 

 

 

우직한 군인. 잭 니콜슨 - <이지라이더>의 조역에서 출발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샤이닝>,<차이나타운>, <배트맨>의 조커까지 잭 니콜슨의 연기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어퓨굿맨>에서 우직하고 다혈질적인 군인 역을 진 핵크만이 연기했다고 생각해봐도 역시 훌륭했겠지만 마지막 반전의 묘미.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 대해 너무나 우직한 나머지 분노에 치를 떨며 외칠 수밖에 없었던 네이선 제섭(Nathan R. Jessep) 대령의 그 한 마디는 잭 니콜슨이 아니라면 그만한 설득력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명연기자란 그런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도 믿게 만든다.

 

 

 

정의롭지만 무능한 법무관, 데미 무어 - <사랑과 영혼>을 감동적으로 본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아직까지 데미 무어의 매력이 청순함에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아쉽게도 그녀는 글래머배우가 아닌데 글래머의 몸매를, 지적으로 보이기엔 너무 예쁘고, 그렇다고 백치미를 보이기엔 너무 똑똑하다. 악역을 맡기엔 또 너무 선해보인다. 어찌보면 데미 무어는 진정한 연기파 배우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했던 모든 것들이 그녀의 단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모든 출연작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어퓨굿맨>에서 그녀는 정의감은 넘치지지만 결코 실력있는 변호사라고는 할 수 없는 조앤 갤로웨이 소령(Lieutenant Commander. JoAnne Galloway)으로 등장한다. 당시 그녀의 계급을 놓고 중령이니 대위니 의견이 제법 많았지만 미 해군에서는 소령을 타군처럼 'major'라 하지 않고, 'Lieutenant Commander'라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미 해군은 소령이 중위의 조수 역할을 하도록 시켰을까? 그 설명은 영화 속에 있다.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
military-industrial complex)란.

정부의 국방지출에 깊이 관여하는 군부·민간기업·정치가들이 각각의 이익을 위해 유형·무형의 제휴를 계속 유지하면서, 때로 언론계도 참가하여 국방지출의 증대를 도모하는 사회적인 유착(癒着)구조. 군산복합체란 용어는 1961년 미국 아이젠하워대통령이 퇴임연설에서, <거대한 군사기구와 군수관련대기업이 결합하여 미국사회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한 뒤로 종종 쓰이게 되었다.

제 2 차세계대전에서 <민주주의의 무기창>이라 불린 미국은 연합군측의 전쟁자재(資材)공급에 큰 역할을 했고, 경제기구가 전면적으로 정부의 군사지출에 의존하는 체질로 변하면서 전후에도 평시(平時) 경제로의 전환이 곤란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의 경기후퇴, 한국의 6·25 발발에 의한 경기회복이란 사실이 사정을 잘 반영한다.

군인출신인 아이젠하워대통령이 이러한 경고를 하기에 이른 것은, 재임(1953~61)중 통상무기 외에 우주핵무기 등장, 소련과의 군비경쟁이 격화된 점, 그에 따라 매년 비대화되는 국방력에 의해 화학·전자·정밀기기 등 산업부문에까지 국방발주(發注)를 기대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을 걱정한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 정부예산의 약 30%(1985), 국민총생산의 약 10%(1983)를 차지하는 방대한 액수의 국방비지출은 미국경제의 호황·불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국방발주(發注)에 의존하는 기업은 자칫 안이한 경영에 빠져 독직(瀆職)을 범하기 쉽다. 또한 군부는 국방을 이유로 새로운 무기 개발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게 되고, 정치가는 국방예산의 획득이야말로 절호의 선거대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군산복합체가 존재하는 한, 군비축소는 이루어질 수 없다. 군산복합체가 형성되어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뿐이나, 일본·서독·프랑스 등의 선진공업국도 가능성이 보이며, 이윤동기를 제외하면 군사대국 옛 소련에서도 유사한 구조를 찾아낼 수 있었다.

더 한층 강화돼 현재는 MAGIC(군정산학복합체: Military-Academic-Governmental-Industrial Complex)체제가 되었다.
 

 


   인류가 주로 농경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시절의 전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번기를 피해 일어났으며 때로 놀라운 전술을 구사하여 전멸전을 펼치기도 했으나 대체로 정예 전사 집단끼리 전투를 벌이거나 농성만으로 전투가 종결되었다. 봉건제 사회에서는 전투만을 전담하는 계급이 존재했으며, 전투란 현대적 개념의 전쟁에 비추어 볼 때 일반 평민이 끼어들 수 없는 특정 계급만의 유희에 가까왔다. 그들은 '기사도'라는 전쟁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들만의 룰을 정해 놓고, 싸움이란 서로의 계급이 맞아야만 벌일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 사회의 생산력으론 대규모 병사 집단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기 어려웠으며 농사일에 바쁜 농부들로 하여금 농사일을 때려치우고 전투에 나서게 만들 만큼 어리석은 영주나 군주가 없었기 때문이다(스스로의 부를 축낼 필요가 없으므로).

   오늘날처럼 군대가 상비군 체제로 넘어가기 전에 존재하던 군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용병 집단이었다. 즉, 전투를 직업적으로 대리해주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을 고용한 영주나 왕을 위해 전투를 벌였고, 유능한 전투 집단인 용병대는 고용 기간이 끝나면 바로 어제까지 충성을 다했던 군주에 대항해 싸우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생산력의 향상과 더불어 권력의 핵심이 귀족에서 왕으로 넘어가면서 왕은 자신의 부와 권위, 권력을 지켜줄 집단으로 휘하에 늘 부려먹을 수 있는 상비군을 필요로 했다. 완전한 국민개병제로 넘어가는 계기는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혁명군의 놀라운 전과 덕분이었다(혁명을 사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의용군이 곳곳에서 승리하는 등, 물론 여기엔 전술의 변화도 큰 몫이었다). 이후 근대국가가 되면서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상비군을 유지하게 되었다.

   전시에 군인은 영웅이 된다. 그러나 평화시에 군인은 늘 눈칫밥을 먹는 신세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 육군은 5억 1,900만 켤레 이상의 양말과 2억 1,900만 벌 이상의 바지를 주문했고, 독일군은 1943년 한 해만 440만 개의 가위와 620만 개의 군대용 스탬프를 주문했다. 이처럼 군대를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소용된다.) 세계 각국은 국제 정세의 긴장된 상태 때문에 군대를 유지하려고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고, 군대가 유지됨으로써 세계는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 경찰은 도둑이란 실제하는 존재를 잡기 위해 존재하지만, 군대란 집단은 실질적인 위협의 대상이 없더라도 늘 적이란 존재를 상정하고 준비되어 있는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는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평화시에도 늘 전쟁이란 파국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이에 대비하며 지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군대를 난로와 같다고 말한다. 겨울엔 없어선 안될 고마운 존재지만 여름엔 불필요한 존재. 다만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지만 전쟁은 예고없이 닥치기도 하고,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전쟁이란 불행히도 너무 철저히 대비하다보면 주변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도리어 전쟁을 불러들이는 짓이 되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거리와 생각거리를 담고 있는 영화 <어퓨굿맨>

   앞서 근대에 이르러 국민개병제가 실시되면서 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짊어진 것처럼 말했는데 이는 사실과 약간 다르다. 근대에도 여성은 여전히 한 사람의 시민권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거기에 덧붙여 군대라는 집단이 전투를 목적으로 한 속성 을 지니고 있어 오랫동안 남성만의 전유물로 존재해왔다. 최근 여성 총리 후보 지명자에게 어떤 몰지각한 정치인이 "대통령 유고시 국방을 전혀모르는 여성총리로는 직무수행에 문제가 있다"와 같은 말을 한 배경에도 군대가 오랫동안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결과다. 여성이 군대의 일원이 된 것은 상설화된 군대의 짧은 역사 속에서도 가장 최근의 이야기이다. 농담처럼 만들어진 우리 사회의 우스개 중에 여자들이 가장 재미없어 하는 이야기는 군대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축구 이야기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군경험자 집단 혹은 군대가 여성이나 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배타적인 속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에릭 홉스봄은 "제1차 세계대전 때에 복무한 대부분의 사람들 - 징집병이 압도적이었다 - 은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확고한 전쟁혐오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반감을 가지지 않은 채 이러한 종류의 전쟁을 겪었던 퇴역군인들은 때때로, 함께 목숨을 건 용기로 살았던 체험으로 인하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야수적 우월감 - 특히 여성 및 싸우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을 느꼈고 이러한 우월감이 전후 극우파의 초기 대열을 지배했다. 히틀러는, 일선의 군인이었던 것이 인격형성기의 체험이었던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극단의 시대:20세기 역사』>라고 말한다. 그들은 함께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며, 늘 최악의 상황이랄 수 있는 전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전우간의 신뢰란 것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한 것이며 병사 한 사람의 실수가 전 부대원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상황을 헤쳐나온 사람들이다. 이 영화 <어퓨굿맨>은 바로 그런 집단에서 일어난 사병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쯤에서 나의 의도를 미리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영화 <어퓨굿맨>은 원래 업데이트 예정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루고자 결심한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하나는 최근 조작임이 밝혀진 '허원근 일병 자살조작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치부 중 하나인 의문사 진상규명 문제에 대한 관심, 다른 하나는 9.11 테러 사건의 보복 공격 차원에서 이루어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결과 포로로 잡힌 알 카에다 요원을 비롯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억류되어 있는 미군 기지가 이 영화의 배경인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이기 때문이다.

앗, 쿠바에 미군 기지가 있다고....

  내가 이 영화를 언제 보았는지 기억은 정확치 않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일 중 하나는 어떻게 사회주의 국가에, 그것도 서로가 앙숙지간일 수밖에 없는 역사를 가진 쿠바에 미 해군 기지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도 적지(쿠바와 미국은 현재까지도 국교가 단절되어 있다) 한 가운데 있는 관타나모 기지의 군사적 긴장은 중요한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옆면의 설명을 참조하시길).  적지 한 가운데 고립되어 있는 미군 기지는 마치 인디언들의 영토 안에 건설된 서부 개척 시대의 기병대 요새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서부 개척 시대가 아니라 20세기라는 것이다. 그런 관타나모 기지에서 산티아고라는 한 사병이 2명의 선임병이 휘두른 폭행에 숨지고 말았다. 사건은 이처럼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한 사병이 병영 안에서 금지된 사적인 구타(린치)에 의해 숨졌고, 범인이 누구인지도 명확했다. 그것이 민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군대 내부의 사건이란 차이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사건은 즉각 워싱턴에 보고되었고, 사건은 법무관 캐피 중위와 갤로웨이 소령이 한 팀이 되어 조사하도록 맡겨진다. 이 영화는 법정드라마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유능하지만 영악하고 자기 자신을 챙길 줄 아는 변호사와 법적인 지식은 거의 없거나 한때는 매우 유능했으나 현재는 거의 폐인 상태로 있는 조언자, 그리고 배후에 숨어있는 권력자, 이렇게 서로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 사람 사이의 갈등이 있고, 단순해 보이지만 파고 들면 들수록 복잡하고 위험한 사건이 있다. 그리고 법정에서 밝혀져야 할 진실이 바로 그것이다. <어퓨굿맨>은 이런 법정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만큼 삼박자를 잘 살리고 있다. 여기에 그 배경이 바로 군대라는 교묘한 무대장치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군대는 계급 사회인데 어째서 갤로웨이 소령이 팀장이 아니라 중위인 캐피가 팀장이 되었을까.  거기엔 이 사건의 배후까지 파헤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군수뇌부의 입김이 녹아 있는 것이다. 갤로웨이 소령은 정의감에, 진실추구의 의지는 있지만 유능하지 못했고, 캐피 중위는 머리는 있지만 적당한 타협선만 나온다면 진실보다는 안정된 미래를 선택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캐피는 군 법정에 서서 변론을 맡기 보다는 그 시간에 농구나 야구를 즐기면서 시간이나 떼우다가 복무 기간이 지나면 출세가 보장된 사회로 다시 돌아가면 그뿐인 사람이었다. 그는 비록 군복을 입고 있지만 군인의 긍지나 명예, 군인정신 따위에는 조금의 존경심도 품지 않았다. 그는 군 법무관으로 일하는 동안 실제로 법정에 선 일이 한 번도 없는 법무관이었다. 그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죄질 협상'(- 이란, 미국의 형사법에서 정식 재판을 통하지 않고 피고인과 검찰 사이의 협상을 통해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배심원을 통한 법정 공방 없이 피고가 인정한 혐의에 대해 검찰측이 가벼운 구형을 하는 제도를 말한다. 많은 할리우드 법정 영화들에서 나타는 제도이므로 알아두시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가령 <타임 투 킬> 같은 영화에서도 '죄질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할 것을 종용 받는 흑인 피고를 볼 수 있다. 이는 혐의가 비교적 명백한 사건이나 공범 사건의 경우 주범이 아닌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종범에게 주로 행해진다)을 통해 사건을 간단히 마무리지어 왔다. 검찰측 법무관인 잭 로스(케빈 베이컨) 대위는 타협을 통해 20년형을 감형해줘 12년형을 받게 해주겠다고 제의해왔다. 그러나 갤로웨이 소령은 달랐다. 그녀는 비록 남성 사회인 군대에서 소외되는 여성 법무관이긴 했지만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명백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갤로웨이는 캐피를 추궁하고 충돌하며 그로 하여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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