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노 사파타 ( Emiliano Zapata, 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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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노 사파타 ( Emiliano Zapata, 1879 - 1919, 멕시코 )

풍운아. 에밀리오 사파타의 생애

사파타의 혁명은 비록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토지 재분배라는 목적을 성취해냈다. 비록 사파타의 혁명이 정치권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는 한계는 있었으나 사파타의 이런 혁명 정신은 멕시코인들의 핏 속에 면면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사파타가 죽은지 8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멕시코 농민들이 그들이 자신의 토지를 열망하면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고, 그들이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믿는 한 사파타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식 카우보이'라고 할 수 있는 차로 복장을 하고 있는 에밀리아노 사파타 - 그는 멕시코 차로 문화가 상징하는 남성다움의 상징이기도 했다.

사파타는 1879년 8월 8일 멕시코 모렐로스주 아네네쿠일코에서 10형제 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부모 모두 모렐로스의 전형적인 메스티조 농민들이었다. 그의 부모는 사파타를 일곱 살 때 마을의 학교에 보냈다. 그는 집안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종종 수업을 빠지기도 했지만, 그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멕시코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농사일에도 흥미를 갖게 되고, 나중에 그의 전설을 이루는 일부가 되는 말 다루는 솜씨도 익혀 나간다. 어린 사파타는 1887년경 고향 모렐로스주의 한 아시엔다의 토지침탈 과정을 지켜 보며 멕시코의 현실에 눈 뜨게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 10월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이나, 중국 혁명을 이끌었던 모택동의 사례를 보더라도 완전한 빈민층에서보다는 어느 정도 살림에 여유가 있는 층에서 혁명가가 배출되는 예가 많았다. 어떤 이는 그런 이유에 대해 너무 빈곤하면 당장 사는 일에 급급해 혁명이나 개혁과 같은 일에 몰두할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없으며, 그것을 추진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하는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집안은 다른 농부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의 나이 16세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지만 "나는 약간의 땅이 있었고 그것으로 가족들과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다. 한동안 나는 건축용 벽돌과 석회를 운반했고, 농업에도 이득을 얻었다. 수박 농사로 수지를 맞기도 했고,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우에르타 장군에 의해 마데로가 살해당한 뒤 사파타의 농민 반군들은 재봉기하게 된다.

혁명 직전인 1910년 그는 3,000페소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가 독립된 농부로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1897년 한 아시엔다와의 대립으로 체포되어 6개월간 징집되기도 했다. 1906년 토레스 부르고스라는 교사가 마을에 왔는데 그는 사파타와 매우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사파타는 그를 통해 당시 반 디아스 성향의 신문들을 접하게 되었고, 이는 그의 의식을 일깨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파타는 이웃마을의 오틸리오 몬타뇨를 통해 유럽의 급진 사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르고스와 몬타뇨는 훗날 사파타와 함께 사파타 혁명군을 이끄는 주요 인물이 되었고, 사파타의 중요한 참모로 활동했다. 사파타 역시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인식이 성숙되었다. 그의 고향 모렐로스 역시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아시엔다의 토지 집중 문제가 심각했다. 1909년경만 하더라도 28개의 아시엔다가 모렐로스 전체 경작지의 77%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파타 이전에도 멕시코에는 많은 독립운동가와 혁명가들이 있었다. 그들과 사파타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사파타에게는 혁명아로서의 기질보다는 '인간' 사파타로서의 체취가 더욱 강하다. 수많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파타를 따른 것은 소외와 가난이라는 구조적 억압을 극복하려는 의지이기도 했지만 사파타라는 인간이 보여준 개인적 매력 또는 카리스마에서 오는 면도 있다. 그가 만약 백마 위에서 솜브레로를 쓰고 허리에 권총을 차고 그들과 똑같은 거친 말투로 진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모렐로스의 혁명은 또다른 역사가 되었을지 모른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차로'라는 멕시코적인 문화적 전통과 집단적 심성을 간과할 수 없다.

'멕시코식 카우보이'라고 할 수 있는 차로 문화는 남성다움의 과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파타는 주정뱅이는 아니었지먼 코냑을 무척 즐겼다고 한다. 또 페리아(마을의 전통 축제)가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았고 카드 놀이도 좋아했다고 한다. 크라우세의 연구는, 사파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훗날 "그는 용감했고 미남이었고 장난기가 있었으며 여자들에게 매우 친절했다"고 회상했다고 밝혔다. - 임상래, 에밀리아노 사파타 : '토지와 자유'의 혁명,『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이성형 외 지음/ 까치/ 1999년209쪽 중에서

농민군들과 회의하고 있는 사파타

곤잘레스 장군과 협상중인 에밀리아노 사파타(1919) - 그는 얼마 뒤 정부군을 이탈했다며 찾아온 장교 헤수스 과하르도 대령을 만나기 위해 치나메카의 농장을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암살당한다.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최후

미국의 개입과 마데로의 죽음 - 비극의 10일

독재자 디아스를 축출하고 마데로를 대통령으로 만든 멕시코 혁명은 일단 성공을 거두는 듯이 보였다. 마데로는 민주주의를 주고 싶어했고, 언론의 자유를 확립했다. 의회에게는 행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독립적인 권한을, 시민들에게는 결사의 자유와 정당을 결성하는 것을 허용했다. 마데로는 이 모든 것을 멕시코에 주었다. 그러나 그는 멕시코의 진정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못했다. 디아스 정권에 길들어진 오래된 관료제도, 독재자 시대의 군대, 그리고 무엇보다 아시엔다 제도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농민들은 여전히 헐벗고 굶주렸으나 마데로는 멕시코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민주주의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마데로는 민주주의의 회복이 우선했지만 농민들에게는 혁명이 이대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디아스던, 마데로던 인물이 바뀌었을 뿐 본질적인 변혁이 없었던 것이다. 해산할 것처럼 보였던 농민군은 마을과 지방 도시를 침공하기 시작했고, 노조와 경찰 사이에서는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시가전이 벌어졌다. 결국 사파타는 마데로를 배신자로 비난하기에 이른다(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지자들은 개혁이 더디다는 이유로, 반대자들은 개혁이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한다. 소수지만 힘이 있는 기득권자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의 상실을 너무나 뼈 아프게 느끼는데 반해 그로인해 혜택을 입게 될 다수의 사람들은 아직 그 혜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멕시코의 정정이 불안해지자 이를 지켜보는 미국 역시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마데로의 개혁조차도 내심 불만이었던 군대의 장군들도 구체제를 부활시키고 싶어했다. 마침내 1913년 2월 멕시코 시티는 '비극의 10일'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비극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미국 대사였던 헨리 레인 윌슨은 마데로가 적들에 대해 지나치게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이유로 군과 대토지소유자들과 공모하여 반란을 선동한 것이다. 마데로는 그의 지지자들로부터는 개혁이 너무 불철저하고, 더디게 진행된다는 이유로 외면당했고, 적들로부터는 우유부단하고 무력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멕시코인들을 가리켜 "성숙이 덜 된 인간", "감정적인 라틴계 인종"이라는 비난을 서슴치 않았던 윌슨 대사는 스스로 이들의 판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마데로 정권에게 죽음을 판결하였던 것이다. 당시 미국의 태프트 행정부는 멕시코에서 위험 인물로 두 사람을 꼽고 있었는데, 모든 토지를 재분배하고, 농업사회의 직접적인 자치를 단호하게 주장했던 '판초 비야'와 '사파타'가 그들이었다.

이 두 사람은 멕시코의 안정과 미국의 불안을 위해 제거 당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데로가 제거 당해야 했다. 너무나 허약한 마데로는 자신이 신뢰하는 부하 장군인 우에르타가 미국 대사와 공모하여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안심하고 있다가 우에르타에 의해 냉혹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마데로의 죽음은 비록 그의 개혁이 더디다는 이유로 불평을 늘어놓던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해주었다. 우에르타에 대항하는 세력은 마데로와 비슷한 사회계급 출신인 베스티아누스 카란사를 중심으로 기업가, 전문직업인, 시골 지주 등 디아스 정권 밑에서 소외당했던 세력이 권력을 차지하고, 강력한 민족주의적 국가를 건설하고자 모여 들었다. 그리고 남부에서는 사파타가 이끄는 농민군이 우에르타의 초토화 작전에 대해 아시엔다를 불태우며 저항했다. 북부에서는 판초 비야가 북부사단을 조직하고 '황금의 남자들(Dorados)'을 휘하에 두어 연방군과 싸워 승리하며 카란사와도 경쟁히며 이루어지고 있었다. 카란사는 혁명전쟁 중 유능했던 사령관 알바로 오브레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혁명군의 멕시코 시티 입성과 몰락

1914년 우에르타는 패배하고, 혁명군은 멕시코 시티로 들어갈 준비를 갖추었다. 이제 혁명은 성취되었지만 카란사와 판초 비야, 사파타가 추구했던 혁명의 이상은 달랐다. 사파타와 판초 비야는 이전부터 유지되어 왔던 지방자치적인 농민의 공동체 자치사회의 민주주의를 추구했고, 카란사가 이끄는 세력은 중앙집권적, 국가주의적 근대화를 추진했다. 이 두 세력의 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혁명이 혁명과 반목하고, 형제가 형제를 죽여야 하는 비극적인 유혈극이 벌어진다. 카란사는 잠시 동안 사파타와 비야가 주도한 혁명에 의해 멕시코 시티로부터 축출당했고, 이 두 사람의 민중지도자들은 말머리를 함께하며 수도로 입성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도를 장악했음에도 그들의 고향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이들의 이상은 멕시코 시티의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향에서 다른 이웃들과 형제 자매들과 그들의 공동체 사회를 이루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토지를 재분배했고, 학교를 세웠으며 발전 대체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로 사파타는 모렐로스 주민들과 함께 단 1년만에 중앙정부의 간섭이나 도움없이 그들만의 자치를 성공적으로 이룩해냈다. 그것은 21세기가 된 오늘날까지도 라틴 아메리카의 그 어떤 정부도 성취하지 못한 성공이었다. 토지는 각 촌락의 선택에 따라 공유지 혹은 개인의 사유지로 분배되었고, 농업은 이전 상태로 회복되었다. 사파타는 농민군 사령관이 아니라 촌락의 농민으로 돌아가 지역협의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활동했다. 사파타는 통치자나 정치가로서가 아닌 농민의 일원으로 농민들 속에서 '신뢰를 통한 정치'에 성공한 것이다. 사파타는 국가나 경찰을 조직하지 않았고, 각 촌의 의회라고 할 수 있는 자치 단체들이 법을 유연하게 결정해 집행했다. 모렐로스 주의 주민들은 사파티즘(Zapatismo)의 기치 아래 그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여 쟁취한 이상을, 그들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소박한 이상을 실현해 냈다. 그들은 더 이상 절망하지 않았고, 체념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의 얼굴을 한 기능적인 경제-사회 조직을 건설했고, 이를 자율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카란사를 주축으로 한 국가적 혁명을 추진한 세력의 의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사파타주의는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경우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적 혁명, 즉 근대화는 각기 다른 이질적인 사회를 번영시키기 위해 행정 서비스와 같이 무형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부터 통신, 전력, 운송 등과 같은 유형적인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내야만 했다. 결정적으로 모렐로스 주에 주로 치중된 사파타의 혁명은 국제관계가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해도 좋았지만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던 제국주의 대국 미국은 끊임없이 압력과 군사적 개입이라는 위협을 가해 왔다. 결국 미국의 우드로우 윌슨 정부는 1914년 베라크루스를 점령하도록 명령하고, 1916년엔 존 퍼싱 장군(일명 '블랙 잭' - 훗날 유럽에 배치되는 중거리 전술 핵무기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바로 그 장군, 맥아더와 패튼이 존경했던 제국주의적 용장)에게 명령을 내려 미국 영토인 뉴 멕시코에 침입했던 판초 비야를 징벌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판초 비야는 퍼싱 장군의 미국 기병대를 농락하며 끝끝내 잡히지 않았다). 미국의 기업들은 이참에 멕시코를 병합해 버리자는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미국은 마치 전국통일을 이룩한 일본처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100만명의 군인과 무기가 남아있었다. 멕시코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두 사람의 민중지도자를 제거해야만 했다.

멕시코 시티 대통령궁에서 판초 비야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1916년경

에밀리아노 사파타와 판초 비야의 최후

판초 비야는 퍼싱 장군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에르타 독재정권을 처단하기 위해 함께 싸우기도 했던 카란사군의 총사령관 알바로 오브레곤 군대와 셀라야 평원에서 결전을 벌였다. 1917년 우에르타의 정부군이 완전히 평정되고 혁명이 성공하자 이들 혁명군 사이에는 다시 내분이 일었다. 혁명의 마지막 장이 펼쳐진 것이다. 북부지방의 판포 비야나 농민들의 우상 사파타는 카란사나 오브레곤 장군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이 게릴라 대장은 기마 병력을 앞세워 연방군을 유린하는 전법을 즐겨 사용했는데 오브레곤 장군은 그런 그의 전법을 역이용했다. 그는 진영의 맨뒤에 화기를 집중배치했고, 판초 비야의 기병대가 통과하는 길목에 참호를 파 그들이 그 위를 통과하도록 했다. 판초 비야의 기병대가 일선을 돌파해 들어오자, 참호 속에 있던 병사들은 말의 복부를 노려 총검을 휘둘렀고, 2선에 대기하고 있던 화력이 집중되면서 판초 비야의 군대는 궤멸당하고 만다. 이 전투는 너무나 격렬하여 오브레곤 장군도 한 쪽 팔을 잃고 만다. 1915년의 일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사파타였다. 1919년 4월 10일 에밀리아노 사파타는 정부군을 이탈했다며 찾아온 장교 헤수스 과하르도 대령을 만나기 위해 치나메카의 농장을 찾아갔다. 그가 농장에 들어서자 나팔 소리가 울리고, 동시에 그 호위병들이 사파타를 향해 근거리에서 두 방의 총성이 울렸다. 사파타는 쓰러졌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헤수스 과하르도 대령은 오브레곤 장군에게 5만 2,000페소의 상금을 받았다. 사파타의 시체는 노새에 실려 쿠아우틀라로 옮겨져 도로 한 복판에 버려졌다. 그의 죽음을 담은 사진이 찍혀져 전국으로 널리 퍼졌다. 멕시코 정부는 사파타의 죽음을 전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싶어 했다. 그들은 그토록 사파타를 두려워 했던 것이다.

그를 죽이도록 한 카란사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1920년, 혁명 내부에서 일어난 불화를 피해 도주하다가 누군가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오브레곤은 권력을 장악하고, 셀라야 평원 전투에서 죽음을 피해 달아난 판초 비야를 회유하기 위해 그에게 북부 멕시코의 한 목장을 선물한다. 그리고 1923년 판초 비야는 이 농장에서 암살당한다. 정권을 장악한 오브레곤 정권은 작가 호세 바스콘셀로스를 문교부 장관에 임명하고,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저항한다. 바스콘셀로스는 국가적인 프로그램으로 종합적인 국가 교육 계획을 실시한다. 농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시골로 보내진 많은 교사들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살해당하거나 코와 귀가 잘려진 채 돌아왔다. 멕시코 아시엔다의 사설 경비원들의 짓이었다. 대농장주들은 농부들이 교육받는 것을 두려워 했다. 제2, 제3의 사파타와 판초 비야가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브레곤 정권 아래에서 교사들은 다시 지방으로 향했고, 국민 교육 프로그램은 진행되었다. 바스콘셀로스는 교육의 일환으로 멕시코의 역사를 담은 벽화를 그리도록 화가들에게 공간과 자금을 지원했다. 멕시코 벽화 운동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메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등은 멕시코 벽화운동을 이끌며 민중들을 일깨웠다.

에밀리아노 사파타와 마르코스, 체 게바라를 한 폭에 담아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멕시코인들

관련 사이트 & 참고 도서

『라틴아메리카사』-상권/ 강석영 지음/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9년 - 비록 교과서적인 편집에 읽기 어렵지는 않지만 비교적 건조한 서술로 재미를 얻기는 어려운 책이지만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서성철 옮김/ 2000년 -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페인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한 매우 뛰어난 저술이다. 푸엔테스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다는 사실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놀랄 만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이성형 외 지음/ 까치/ 1999년 -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 까치 출판사에서 여러 좋은 출판물을 많이 내고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국내의 라틴 아메리카 학회 소속 학자들이 각자 논문을 만들어 라틴 아메리카의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역사와 사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

『멕시코 혁명사』/ 백종국 지음/ 한길사/ 2000년 - 이 책은 한국인이 쓴 최초의 멕시코 혁명사이다. 우리들이 멕시코에 대해 알고 있는 간단한 상식들, 아즈테카 문명과 솜브레로 모자, 그리고 선인장 용설란으로 만든 술 데킬라, 바로 그 멕시코인들이 일으켰던 20세기 초엽의 혁명에 관한 책이다. 그런 멕시코인들의 혁명에 대한 찬가이다.

에밀리아노 사파타 - 멕시코의 혁명가 에밀리오 사파타에 대한 충실한 자료들이 있는 곳이다.

토지와 자유의 혁명, 멕시코 혁명의 의의

멕시코 혁명은 20세기 최초의 사회 혁명으로 소련의 볼세비키 혁명보다 7년 가량 앞서 일어난 것이었다. 비록 사파타와 비야는 카란사와 오브레곤 세력에 의해 제거당하고, 멕시코 혁명의 결과는 후 오브레곤에 의한 통일로 마감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파타의 과감한 농업개혁, 즉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농지를 배분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개혁들은 혁명정부에 의해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혁명정부는 계속되는 미국와 외세의 자본에 의한 국내 경제 장악을 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1917년 헌법을 통해 국토와 그 지하자원이 국가소유임을 명확히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디아스 독재 체제를 적극 지원했던 교회를 교육과 정치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켰다. 또한 혁명 전쟁에 참가했던 메스티소와 인디오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멕시코가 백인들의 국가가 아니라 '메스티소의 국가'임을 분명히 했고, 이들의 문화와 전통이 멕시코의 문화가 되었다. 아즈텍와 마야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 미국에 대한 민중적 반감의 기초, 민족 의식은 이때 싹튼 것이다. 이런 혁명정부의 전통은 멕시코가 중남미 국가들 중 미국에 대해 가장 비협조적이고 비판적인 국가로 만들었다. 국민들 사이의 반미 감정이 매우 높아 현실적으로는 멕시코 경제의 75%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외형적으로는 미국에 대해 도도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멕시코인 것이다. 어떤 정치 지도자도 그가 미국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줄 경우 그의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혁명정부의 성공은 중남미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당이라고 하는 '제도혁명당(PRI)'을 1927년 창당하여 오늘날에 이르는 70여년을 집권하는 폐단을 낳기도 했다. 제도혁명당이 모든 정치를 독점해 버리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는 혁명의 전통 아래 중남미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정치를 이루고 있다. 1934년 대통령에 취임한 카르데나스는 혁명시 전투에 직접 참여한 인물이었다. 그는 또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마지막 장군이기도 했고, 6년 단임 원칙을 최초로 실현시킨 인물이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멕시코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두 명의 대통령은 인디오 출신의 후아레스와 카르데나스이다. 1939년 카르데나스 대통령은 과감한 토지개혁을 통해 농지를 재분배하는 한편 군부와 카우디요들을 제도혁명당으로 흡수하여 정치안정을 도모하고, 철도를 국유화하여, 미국과 영국의 석유회사를 국유화하여 멕시코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세계에 보여주었다. 사파타의 혁명은 비록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토지 재분배라는 목적을 성취해냈다. 비록 사파타의 혁명이 정치권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는 한계는 있었으나 사파타의 이런 혁명 정신은 멕시코인들의 핏 속에 면면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사파타가 죽은지 8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멕시코 농민들이 그들이 자신의 토지를 열망하면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고, 그들이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믿는 한 사파타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저항하며 북미 자유 무역 협정(NAFTA)발효에 맞추어 멕시코 동남부 라칸돈 정글에서 1994년 1월 1일 NAFTA의 발효와 동시에 봉기한다. 그들이 내건 선언문의 제목은 "오늘, 우리는 말한다. 이제 그만좀 해!(Ya! Basta!)"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사파타의 후예, 사파타의 혁명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사파타스타'라 불렀다.


사파티스타의 부사령관 마르코스를 에밀리오 사파타와 동일시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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