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 2006.07.09. 대나무 숲
* 대학에 들어가고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을 나는 구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보냈다. 당시 내 애인이 자신의 친구 고향 마을의 폐가에 머물 수 있도록 주선해준 덕이었다. 구례구역에서 내려 조금더 들어가면 산비탈을 끼고 섬진강 아래에 발목을 적시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이 마을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아마도 강감찬 장군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강감찬 장군이 이 마을을 지날 무렵 밤에 잠을 자는데 개구리가 하도 많이 울고, 모기 등쌀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가 진노하여 이 마을의 개구리들은 밤이 되어도 울지 말 것이며, 모기들은 범접하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이 마을의 개구리들은 울지 않았고, 모기는 물론 파리도 범접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전설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정말 이 마을에 있는 동안 밤이 되어도 개구리가 울지 않았고파리는 물론 모기에게도 한 번 피를 빨린 적이 없었다. 얼마전 이 마을은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기도 했다. 내가 머물던 폐가의 뒤편으론 대나무 숲이었다. 이제 옛 애인은 가고 없고, 그녀의 소식도 가물가물하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밤마다 대숲에서 불어오던 서로 몸을 비비던 잎새소리를 기억해내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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