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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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하늘	(2013-02-18 21:25:14, Hit : 1610, Vote :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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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에서

나날이 늘어지며 사는 게 즐겁다

끊어질락 말락 거미줄의 권태를 견디며

스물 네 시간이 추격하는 부연 피로의 먼지를

담담하게 응시하며 나날이 무엇 하나 걸리는 게 없는

축 늘어진 빈 빨랫줄을 보는 게 재밌다

친구의 딸이 혼인하고 또 친구의 모친이 사망하고

친구의 아들이 아들을 낳고 그거 기념한다고

서둘러 놓는 발길이 시간과 줄행랑치는

나날의 일상이 즐겁다

매일 매일 사랑이 없는 날은 사랑이 없고

돈 없는 자는 매일 매일 돈이 없고

세월에게 빌어 쓴 희망은 나날이 복리이자를 치고

어느덧 사기꾼이 되어버린 희망이

겨울가뭄을 쪽쪽 빨아먹는

마른 냇가의 뻔뻔스러움 같아서 즐겁다

즐거우니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냅다

나귀처럼 짧은 뒷발차기도 한다

녹슨 못처럼 박힌 생활의 판 전체가 즐겁다

늦은 밤 열린 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아내는

고행을 완성하고 암벽 속으로 들어가는

관세음보살 같다

매일 밤 그대 없는 벽을 두드리며

소주냄새처럼 쓸쓸한 이 삶이 즐거워

빈 방의 어둠을 붙들고

오늘 참으로 빡세게 좋아서

늦은 식탁에 빈 술병을 놓으라고 한다

-졸시 '귀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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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ㅡ 전성원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12년 10월 13일인가 14일인가......
영풍문고에서

좀 유식한 체 하고 싶으면 꼭 소장하고 있어야 할 책
나처럼 술만 먹느라 책 볼 여유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냥 서가에 찔러 넣어놓으라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러구 저러구
그새 얼마나 됐다구 아디도 잃어버리고
비번도 망각하고
그리하여
엄청난 기억재생술을 시도했다는
악전고투하여 사랑방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아이고 예전보다 엄청 시들시들해......

뭐..... 사람사는게 그렇지

조석이 다르고
변소깐 드나들때 다르고

그래도 그립다

바람구두

바람구두	저도 그리워서 술 한 잔 받아드리려고 책 나온 뒤에 전화 한 번 드렸었는데요. ^^	2013/02/21
청동하늘	오랜만에 바람구두의 댓글을 받으니 마음이 참 행복합니다. 한 잔 술은 마신 것이나 진배없고 우리 평강하여 이곳에서 오래오래 보고 만나고 합시다 ^^	2013/02/22
바람구두	생이 다하기 전에야 어디선가 또 마주 설 일이겠지요. 오랜만에 잊지 않고 들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201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