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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에 수정주의적 시각을 접목시킨 <특전 U-보트>

 

 

 

 

 

특전 유보트 Das Boot (1981, 독일-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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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늑대, U-보트

 

 

 

  멤피스벨

  갈리폴리

  풀메탈자켓

  뉴저먼 시네마

 

감독: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출연: Jurgen Prochnow, Klaus Wenneman, Herbert Gronemeyer 등

시대적 배경과 U- 보트

  U-보트는 대전 초기 U보트의 전성시대라 불리는 기간 동안 U-49 귄터 프린 소령, U-99 오토 크래치머 소령 등 뛰어난 함장과 사기 충천한 숙련된 승무원들이 탑승하여 '바다의 늑대'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며 뛰어난 전과를 기록한 잠수함을 말한다. 그러나 U-보트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그리 우수한 함정은 아니었다. 무장으로는 전방 어뢰발사구 4문, 후방 어뢰발사구(스턴 토페도) 1문, 88mm주포 1문, 20mm 대공포 1정 뿐이었고, 보조로 선수부에 어망을 절단하는 톱니를 장착했다.

 

U-보트에 의해 침몰당하는 연합군 함선(실제 사진)

U-보트에 의해 침몰당하는 연합군 함선(실제 사진)

 

 

승무원의 생존과 전쟁의 비극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함장역의 Jurgen Prochnow

 

U-보트의 심도계

U-보트의 심도계

 

 

적함의 추격 속에 함내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베테랑 기관장마저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키고 만다.

 

 

U-보트의 함내는 극도로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이었다.

 

 

적함의 공격으로 부상한 병사는 신선한 공기를 필요로 하고, 계속되는 추격은 U-보트 선원들에게죽음같은 침묵을 강요한다. 수중에서 떠오를 수 없는 U-보트는 공기의 부족으로 죽음 일보직전까지 치닫게 된다. 영화 <멤피스벨>에서도 승무원이 부상을 당해 적지 상공에 동료를 낙하산으로 떨어뜨릴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뇌하는 장면이 나온다.

 

 


  디젤 엔진으로 수상 16노트, 배터리를 사용한 잠행에 8노트라는 느려터진 속력은 U-보트의 치명적 약점이었다. 지금과 같이 진보된 디젤엔진이 개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U-보트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이를 충전하기 위해서 다시 부상해 엔진을 구동해야 하는 등 잠수함이라기 보다는 수상함정에 가까왔다. 그러나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U-보트가 뛰어난 전과를 올리며 대서양을 누빌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연합군의 대잠 작전체계의 부재, 소너를 비롯한 대잠무기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집단으로 선단을 사냥하는 U-보트의 운용법, 독일 해군의 뛰어난 전술 운용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전 후기에 이르면 슈노켈을 장착해 수중에서도 엔진을 가동하여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타입이 개발되었으나 이때는 이미 뛰어난 함장과 승무원을 거의 잃은 뒤였으며 대잠작전능력을 향상시킨 연합군에게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U-보트가 목표물을 추적하여 어뢰를 발사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연합군 선박의 실루엣과 마스트의 높이 등이 적힌 매뉴얼북을 보고, 잠망경으로 관측한 선박의 눈금과 매뉴얼에 적혀있는 선박의 크기를 지멘스사에서 만든 계산기에 입력하여 대강의 거리를 산출하고 어뢰를 발사하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대륙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겉으로는 '중립주의'를 표방하면서도 1941년 3월에 <전시연합국 무기대여법 Lend Lease>에 의해 영국에 막대한 물량의 전비 물자를 공급해 주었다. 독일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의 이런 행동은 눈가리고 아웅이지 사실상 독일에 대한 적대행위나 마찬가지였다. 1941년 가을 무렵 독일 해군의  U-보트는 미국의 전시물자를 실은 수송선과 그 호위선단인 미국 구축함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여 미국이 추축 동맹국에 선전포고를 하기 3주일 전의 일이었다. 독일 해군의 U-보트는 이때 꾸준히 증산하여 그 보유량이 200척 이상으로 늘어났고 그 중 80척 이상이 상시 취역 상태에 있었지만 그에 비해 수송선단에 대한 격침 전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연합군의 해군이 레이더를 장비하였고, 수송선단을 호위하는 호위함대의 대잠전술이 정교해지면서 이들 '바다의 늑대'는 조금씩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거기에 연합군은 U-보트를 사냥하기 위한 신무기를 개발했으니 일종의 전파탐지기인 하프 디프를 통해 U-보트 함대가 합동작전을 펼치기 위해 무전통신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고, 그로 인해 U-보트 함대는 이전의 늑대떼 전술(수송선단을 발견한 U-보트가 주변의 U-보트 함대에 연락하여 공동으로 공격하는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고립된 채 개별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거기다 연합군은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비행기가 미국의 카타리나 수상기였는데 이 비행기는 한 번 이륙하면 25시간 동안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 해군은 이렇게 불리한 여건 속에서 지브롤터 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제외하고는 닫힌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지중해 작전을 개시한다. 지브롤터 해협은 아프리카 전선을 지원하기 위해 떠난 영국 해군의 수송선단 역시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1941년 11월 31일 영국 함모 아크로열이 U81에서 발사된 어뢰에 맞아 격침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행운도 잠시 지중해는 독일 U-보트 함대의 묘지가 되었다. 1942년말까지 지중해에 투입된 62척의 U-보트 중에서 살아서 대서양으로 돌아온 U-보트는 단 한 척도 없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승무원들은 출항 전에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 먹고 마시고 즐겼다.
- 사진 우측의 인물이 <특전 U-보트>의 내러티브를 담당하고 있는 독일군 종군기자(Herbert Gronemeyer).
 

<특전 U 보트>가 다른 전쟁 영화와 다른 점

  <특전 U 보트>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최근에 이 영화에 대한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오리지널 컷 DVD가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TV를 통해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심야 라디오 방송의 <영화음악실>을 통해 먼저 이 영화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소너의 음파탐지음을 배경음으로 사용한 이 영화의 타이틀 <Das Boot>는 마치 독일의 프로그레시브 그룹 <크라프트베르크Kraftberk>의 <Radioactivity>를 연상케 하며 나를 심해의 깊은 어둠으로 끌어들였다.

  그외에도 이 영화에서는 독일 캬바레풍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독일의 극우정권 하에서 유행한 음악은 우습게도 가장 퇴폐적이랄 수 있는 캬바레 뮤직이었다.(물론 우리 식 캬바레와는 다른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리타 캐딜락(Rita Cadillac)의 보컬이 가미된 <Mon Gars>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캬바레 풍의 이미지를 잘 살려주고 있다. 영화 처음에 U-보트 승무원들이 출항하기 전 술 마시고, 노래부르던 바(Bar)를 기억하신다면 무슨 곡을 말하는지 좀더 알기 쉬울듯. <추억>이라는 의미의 <Erinnerung>는 죽음에 직면한 대원들의 애절함을 그려내고 있다.(작, 편곡, 제작, 지휘를 모두 클라우스 돌딩거(Klaus Doldinger)가 했다.)

  <특전 U-보트>가 이전의 전쟁영화와 다른 것은, 기실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드라마 투르기의 기법이나 담고 있는 주제 의식, 내용들도 이전의 영화로부터 이후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전 U-보트> 이후의 영화들은 이 영화의 수정주의적 시각을 받아들여 독일군도 인간임을 조금씩은 드러내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독일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나치 체험을 반성하려고 노력했고, 나치 독일의 피해당사국들에게 오랜 시간동안 사과와 배상, 반성의 몸짓을 해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비슷한 주제로 일본인들이 자국의 태평양함대, 혹은 가미카제를 영화로 다룬다면 우리는 쉽게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원작(로타르 귄터 부크하임Lothar-Guenther Buchheim,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시나리오(볼프강 페터젠 감독 자신이 스스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를 토대로 감독은 심해의 어둠에 갇힌 젊은 영혼들의 상처에 냉정하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마 지금의 내 연배 이상의 사람들은 예전에 TV에서 해주던 빅 모로우의 <전투Combat>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독일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독일군이 항상 패하고 죽는 모습을 보아야 했는데 전후 제작된 대개의 과거 연합국 국가들의 전쟁영화풍이 이랬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이미지는 승전국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한 가지 문제를 갖게 된다. 전쟁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독일인들 모두가 나치는 아니었으며 그에 반대한 사람들도 있었음을 간과하게 만들고, 동시에 전쟁이란 것이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독일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미보다는 적군의 시각으로 바라 본 전쟁은 어떤 것일까? 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적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총을 든 사람은 누구라도 제노사이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평소 일반적인 미국 영화들을 통해 세뇌된 미군(연합군)은 우리 편, 독일군은 나쁜 편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로부터 혼란을 빚어낸다. 이것이 헐리우드 영화가 가진 무서운 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민족은 세 차례에 걸쳐 미국과 싸운 적이 있다. 한 번은 제너럴 셔먼호 사건 때, 그리고 신미양요. 이 두 차례의 싸움 혹은 전쟁을 미국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본다고 생각해보자.(다른 한 번은 언제냐고요. 한국전쟁이죠. 다만 남북이 나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반쪽과 싸운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백인의 시각으로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후진국이라고 생각되는 국적의 사람들을 폄하하게 되거나 역사적으로 미국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재단해보는 우를 범하게 된다. 어쨌든 이 영화는 창문도, 출구도 없는 잠수함 속에 갇혀있는 신참 병사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긴장, 흥분, 지루함, 욕망과 희망을 섬뜩할 만큼 생생하게 전달해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휴머니즘과 반전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즉, 전쟁을 위해 기계처럼 소모되는 병사들의 비극을 통해 진정한 전쟁의 의미를 묻고 있는 것이다.

볼프강 페터젠
(Wolfgang Petersen)에 대하여

  1941년 독일 엠덴에서 태어난 페터젠은 베를린 영화학교를 졸업하여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영화경력을 시작한다. 당시 독일 영화들의 일반적인 분위기(다소 엄숙하고 철학적인)와는 달리 스릴러나 범죄를 소재로 한 느아르 장르에 집착하며 능숙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독일에서 만든 <특전 U보트>(1981)의 성공은 독일어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션 되었고, <네버 엔딩 스토리:The Never Ending Story>(1984)를 만들어 판타스틱한 신비로운 동화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두 편의 성공으로 독일을 떠나 헐리우드로 도착한 페터젠은 <가면의 정사>(1991), <사선에서>(1993), <아웃 브레이크> (1995), <에어포스원>(1997) 등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과거 독일시절의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에서는 비록 작가의 그것은 아니더라도 장인의 솜씨가 엿보이는 것들이다.

 

 

참고사이트 & 참고 도서

 『시네21 영화감독사전』 / 한겨레신문사/1999년

 『알기 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 1-6』/ 이대영 지음/ (주)호비스트/1999년
  - '알기 쉬운' 이란 말과 플라모델 잡지를 출판하는 회사인 <호비스트>란 출판사에서 나왔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이 책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오랫동안 군부독재 하에 있었다는 경험과 문(文)숭상의 전통 탓에 우리나라는 전쟁에 관한 연구가 드물고, 제대로 된 세계대전사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읽을 만하다. 역시 알기 쉽게 서술되었고, 일반인이 저술했다고 해서 비전문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역사인식이나 관점이 기존의 군사문제 전문가라고 TV에 나오는 이들보다 훨씬 더 건전함을 느낄 수 있다.

 『10년 20일 - 제2차 세계대전 잠수함전 회고록』 칼 되니츠 지음 / 삼신각 / 1995년
  -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U-보트 함대를 재건하고, 총지휘했으며 히틀러 사후에는 국가 수반이 되어 항복협정에 서명한 당사자인 칼 되니츠 제독의 회고록이다.

 『U-Boats in action』/ 글: Robert C. Stern, 그림: Don Greer/ Squadron-Signal publications/ 1977
  - 미국의 스쿼드론 시그널 출판사의 <in action> 시리즈는 세계 대전 당시의 무기들에 대해서 각각의 시리즈물을 내고 있다. 팸플릿 수준의 얇은 책이지만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이란 나라가 나름의 선진국일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U-보트 네트
  - 전투함으로서의 U-보트와 U-보트가 치뤄낸 전쟁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다루고 있는 사이트이다(영문)

  소니사의 U-보트 홍보 사이트
  - DVD로 리마스터링된 U-보트를 홍보하고 있는 사이트

  영화 U-보트 사이트
  - 역시 영화 U-보트를 소개하고 있는 사이트

  도이칠란트 카페
  - 바람구두의 강적. 독일에 관한 한 이 페이지를 모르고서는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독일의 역사, 사회와 관련하여 강력히 추천하는 사이트이다.

 


<특전 U-보트>의 내용

  독일군 전격전의 신화도 끝나가고 있던 1941년. 이제 전선은 유럽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러시아 대평원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독일이 패할 것이라고는 대부분 믿지 않던 시기였다. 그러나 유능하고 경험많은 함장(Jurgen Prochnow)은 바다에서만큼은 연합국 해군에게 턱없이 부족한 독일 해군의 전력과 바다 사나이의 기질(당시 독일의 군대 중 해군이 그나마 가장 반나치적인 분위기) 때문에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험난한 대서양의 파도를 헤치고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그에게서 수많은 동료들을 바다에 수장하게 만들었고 이제 그의 주변에 고참 승무원이라고는 몇 안 남고 새로 배속받은 승무원 대부분은 아직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신참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한 번 바다에 나가면 몇 달씩 계속되는 선내 생활과 끊임없이 그들을 추격하는 연합군의 항공기와 구축함 때문에 극도의 긴장과 피로, 형편없는 음식을 겪어야 할 참이었다. 드디어 출항하기 전날 U-96의 승무원들은 먹고 마시고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오늘을 즐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이 전쟁이 지긋지긋하기 그지없다. 드디어 출항. 그러나 이 배에 난데없는 불청객이 탑승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독일군 기관지의 기자를 함께 대동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그들에 대한 기사를 쓸 사람이 탑승했으므로 함장을 포함해서 다른 승무원들이 그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

  이 영화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있다. 영화 속에서 보면 함장이 출항하고 얼마 후 긴급 잠항을 명령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급속 잠항을 하고 계속해서 수중으로 내려간다. 100, 110, 120, 130…. 수심이 깊어질수록 U보트의 함내에는 음울한 기운이 감돌고 선체 여기저기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린다. 심도계는 붉은 표시의 위험경계를 넘고 있다. 모두의 긴장이 한데 모여 폭발이라도 할 것 같은 침묵이 흐른다. 이때 함장은 부상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침묵은 일거에 휩쓸려가고 다시 함내는 기쁨의 환성이 넘친다. 이런 장면을 영화 앞부분에 배치한 까닭은 이후 닥쳐올 잠수함의 위기에 대해 잠수함에 대한 비전문가인 관객들로 하여금 그 위험성에 대해 미리 숙지함으로써 영화의 진행에 부담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잘 짜여진 상업영화는 5분 안에 관객들에 모든 상황을 설명한다.

  그 후의 모든 장면들은 영화를 직접 보면 느낄 수 있다. 잠수함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과 우울함. 어느날 밤 적군의 수송선을 호위하는 영군 군함과의 교전, 그리고 승리. 그리고 침몰하는 함정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적군의 아우성, U-보트는 함선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물에 빠진 포로를 수감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결국 U-보트는 긴 침묵 속에 자신들의 배를 향해 헤엄쳐오는 적군 포로들을 버리고 도망간다. 크리스마스 무렵 이들은 드디어 기다리는 귀항 명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기대하던 귀항 명령은 오지 않고, U-보트 함대의 묘지나 다름없던 지중해 행을 명령받는다. 영군군의 본거지인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자살 명령이나 다름없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적지 한 가운데로 향하는 U-96. 예상대로 잠수함은 적의 치열한 추격과 공격을 받지만 함장과 승무원들은 일치단결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기지로 귀함한다. 그들이 간신히 기지로 돌아와 마음을 놓으려는 순간 연합군의 전폭기들이 기지를 폭격하고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U-96은 침몰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전쟁은 허망한 것이란 사실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끔찍할 만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특전 U-보트>

  이 영화는 실제 전투상황을 잘 고증하여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거의 모든 전쟁영화에서 독일군은 적군, 혹은 사악한 악당의 이미지였는데, 이 영화는 독일군을 주인공으로, 독일군의 시각에서 영화를 풀어내며 그들도 역시 피와 땀이 흐르는 인간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영화 촬영시 사용된 미니어처 U-96모델(길이 : 10m)

  제작 준비 기간 3년, 참가 스텝 250여 명, 촬영기간 1년, 필름 1백만자, 제작비 2천만 마르크(당시 한화로 약 72억)가 투입되었고, 원작 소설은 16개국에 번역 출판되었다. 개봉 당시 3주 동안 독일에서 70여 만 명이 관람했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에는 TV 방영용의 6시간 짜리 미니 시리즈로 방영되었고, 그 뛰어난 작품성이 극찬을 받자 다른 나라에는 2시간 25분 짜리 극장용 영화로 편집해서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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