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 Neon Genesis Evangelion, 1995, 일본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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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 Neon Genesis Evangelion, 1995, 일본 )

이미지 자료 및 설정들

메타 애니메이션, 에니메이션에 대한 에니메이션 - <에반게리온>

카지 료오지 (Kaji Ryouji) - 카츠라기 미사토의 옛날 애인이지만 미사토가 자신의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유로 헤어져 버린다. 미사토에게는 아직 과거의 충격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제레의 스파이로 NERV에 잠입하기는 하지만 그는 스파이로서의 활동 보다는 오히려 NERV의 비밀을 미사토에게 알려주는 역할, 방황하는 신지의 듬직한 형노릇을 한다. 다만 한 가지 의아스러운 부분은 '제레' 측에서 스파이로 잠입시킨 그가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스파이는 자신이 정보를 캐내야 하는 측에 대해서는 좀 알아도 자신을 침투시킨 측에 대해서는 많이 알기 어려운 법이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카지가 제레 측에 의해 암살당한 것일 게다.

사도에 침입당한 에바3호기에 기지가 위험에 처하자 신지의 아버지 겐도우는 신지가 탑승한 1호기를 이용해 사도로 변한 에바3호기를 공격하도록 한다. 그러나 3호기에는 신지의 친구인 토지가 탑승해 있었다. 신지는 친구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없다며 이에 반항했고, 겐도우는 곧바로 더미 플러그로 하여금 에바1호기의 조정을 대신하도록 한 뒤 처참하게 사지를 찢긴 에바3호기, 그리고 토지는 한쪽다리가 잘리고 만다. 신지는 아버지를 공격하려다가 제압당하고 자의에 의해 NERV를 떠나려 한다. 이때 다시 내습해온 사도에 의해 아스카와 레이가 당하고 만다. 기지의 파괴는 이제 시간 문제인데 신지는 기지를 떠나려고 한다. 이때 신지는 카지가 수박밭에 물 주는 광경을 보게 된다.

카지: 신지, 아냐?
신지: 카지씨.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에요?
카지: 내 일. 뭘하고 있지, 신지군?
신지: 나, 난 더 이상 EVA 파일럿이 아녜요. 그렇게 결정한 다음부터...
카지: 어-? 파트타임으로 하던 일이 넘어간 담부턴, 전투에선 할 일이 없더군. 그 때부터, 여기서 물주고 있었어.
신지: 이런 때에요?
카지: 이런 때이기 때문이야. 카츠라기의 가슴이 좋긴하지만, 죽을 땐 이런 곳에서 죽고 싶었어.(카지의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흐흐)
신지: 죽어요?
카지: 맞아.
그들은 사도가 이 지하에서 자고 있는 아담과 접촉하게 될 때, 모든 인류가 사라지는, Third Impact가 일어난다고 했거든. 사도와 대등한 힘을 가진 에반겔리온만이 멈출 수 있지.

이때 레이가 변변한 무장도 없이 사도와 맞서다가 공격당한다.

신지: 아야나미! 라이플도 없이! 아, 아...
카지: 신지군, 난 여기서 물주는 것 밖엔 할 수 없지만. 너한텐, 네가 할 수 있는 것, 너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 혼자 생각해서 혼자 결정해... 뭘 해야 하는가를. 그럼, 후회하질 않길 바래.

<에피소드 제19화 - 남자의 싸움 중에서>

신지의 친구들, 스즈하라 토우지 (Suzuhara Touji)와 아이다 켄스케 (Aida Kensuke) - 토우지는 에바3호기의 파일롯을 자청하지만 그건 절대로 그의 선의가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동생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도에게 감염된 에바 3호기의 폭주로 결국 친구인 신지가 탑승한 에바 1호기에게 무참하게 파괴당하고 토우지 역시 큰 부상을 입고 만다. 한편 아이다 켄스케는 안노 히데야키의 전작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 등장하는 천재 소년 쟝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다는 오타쿠의 한 전형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밝은 인물로 보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에바의 파일롯으로서는 부적격이었다.

신지에게 있어 카츠라기 미사토의 존재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에게 존재한 메텔과 같다. 어머니를 잃은 철이에게 메텔이 어머니이자 누이 그리고 동시에 연인인 것처럼, 그리하여 메텔이 소년이 통과해야 할 청춘의 의례가 된 것처럼 미사토는 신지로 하여금 어른이 되는 길을 일러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이 두 사람의 키스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성인식'이다. 한 마디로 미사토는 메텔의 또다른 버전인 셈이다.

신지와 카오루 - 동성애 만화의 한 장면 같다.(조심하시라. 쟤들 턱에 찍히면 죽는다. 정말 뾰족 턱이다.)

NERV 병동, 제1 뇌신경과, 303호실. 폭주한 아스카가 누워 있는 병실 - 신지는 정신적 혼란 속에 어디 한 군데 의지할 곳이 없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카오루가 마지막 사도라는 사실이 밝혀져 자신의 손으로 유일한 소울 메이트를 죽인 직후 신지는 정신적 공황을 견딜 수 없었다. 신지는 아스카의 병실로 찾아간다.

침대에 누어 있는 아스카의 옆에 선 신지. 심전도기 소리가 울린다.

신지: 미사토 씨도, 아야나미도 무서워. 도와 줘, 도와 줘, 아스카. 응...일어나 있어? 응...눈을 떠 줘! 응...응...아스카...아스카...아스카!. 도와 줘...도와 줘...도와 줘...도와 줘!. 도와 줘...또, 언제나 처럼...날 바보 취급해 줘! 응!!

대답이 없는 아스카를 흔드는 바람에, 그녀의 가슴이 드러난다.

잠깐의 침묵. 점점 거칠어지는 신지의 숨결. 신지의 손에 묻어 있는 정액.
신지: 형편없어. 난

사도(Angel) - '에바'시리즈에 등장하는 막강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사도'인데 '사도'라는 말 자체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한 마디로 꼬이기 시작한다. 사도는 사도일 뿐 특별한 해석은 사실 별로 필요없다. 다만 인간과 흡사한 서도는 우리의 선조인 아담이 에덴 동산에서 '지혜의 열매'를 따먹었을 때 신의 의지에 충실하여 그들은 '생명의 열매'를 먹었다는 차이가 있다는 정도만 알아두자. 그 결과 우리는 자유의지로 고통받는 존재가 되었고, 그들은 자유의지와 고통 대신에 영생을 보장받았다.

제1사도 아담(Adam) - 세컨드 임팩트의 원인이 된 사도. 아담은 모든 사도의 근원이자 에바의 모체가 된다.

제2사도 릴리스(Lillith) - LCL액이 가든 찬 터미널 도그마의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롱기누스의 창이 박혀 있던 존재인 그는 내내 아담으로 여겨져 왔으나 아담이 아닌 릴리스로 판명된다. 결국 신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제3사도 사키엘(Sachiel) - 인류가 맞닥뜨린 세 번째 사도이자 신지가 조종하는 에바 1호기의 폭주로 궁지에 몰리자 자폭하고 만다. 자폭 후에 하늘로 십자가 형 섬광이 생겨난다.

제4사도 샤무셸(Shamshiel) - 에바1호기에 공격당해 활동이 정지된채 NERV에 입수된다. NERV는 이를 통해 사도의 정체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는데 인간의 DNA구조와 99.79%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제5사도 라미엘(Ramiel) - 원거리에서의 공격밖에는 파괴가 불가능했던 사도로 이를 위해 초대형 라이플이 동원된다. 결국 이때의 공격으로 제2대 레이가 사망한다.

제6사도 가기엘(Gaghiel) - 아스카의 첫번째 출동을 이끌어낸 사도로 수중전이 벌어진다.

제7사도 이스라필(Israfil) - 에바1호기와 2호기의 합동 공격이 필요했던 쌍둥이 사도(원래는 하나였는데 나중에 둘로 쪼개진 뒤 둘이 된다). 아스카와 신지가 사실은 궁합이 좋다는 증명을 위해 출동했던 걸까?

제8사도 산달폰(Sandalphon) - 화산 속에 태아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발견되었지만 마그마 속에서 급성장한다. 아스카에 의해 파괴된다.

제9사도 마트리엘(Martriel) - 모든 전원이 끊겨 몸 안에 내장된 배터리만으로 싸워야 했던 상황에서 에바 시리즈의 협격을 받아 파괴된다.

제10사도 사파키엘(Sahaquiel) - 우주에서 추락해내려오는 사도로 결국 파괴당한다.

제11사도 이루엘(Iruel) -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NERV의 중앙 컴퓨터인 마기 시스템에 침투하지만 급속한 진화 능력을 보여주는 이루엘의 능력을 역이용해 파괴하고 만다. "진화의 종말은 결국 죽음 뿐이다."

제12사도 레리엘 (Leliel) - 블랙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도로 공중의 검은 구체는 허상이고 지상에 비추는 그림자가 실체이다. 에바1호기를 죽음의 바다로 날려보내나 절망적인 순간에 재가동하는 에바에 의해 몸이 찢겨져 죽는다.

제13사도 바르디엘(Bardiel)- 에바 3호기의 기생하는 형태로 등장해 에바3호기 파일롯인 토지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제14사도 제루엘(Zeruel) - 가장 놀라운 최후를 맞이하는 사도로 에바 0호기와 2호기를 해치우지만 폭주하는 에바1호기에 의해 무참히 뜯어먹히고 만다. 제루엘의 S2기관을 뜯어먹은 에바1호기는 S2기관을 갖게 된다.

제15사도 아라엘(Arael) -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는 사도로 2호기에 탑승한 아스카의 정신을 오염시킨다. 아라엘을 파괴하기 위해 롱기누스의 창이 이용되고 그 결과 롱기누스의 창은 달 표면에 꽂힌다.

제16사도 아르미사엘 (Armisael) - 목표와 생체 융합을 통해 대상을 파괴하는 사도로 에바0호기와 생체 융합을 시도한다. 에바 1호기로 하여금 레이를 구해내려고 하지만 오히려 더욱 위험해질 것을 염려한 제3대 레이가 에바0호기와 함께 자폭함으로써 신지를 구하고 자폭한다.

제17사도 타브리스 (Tabris) - 자유 의지를 담당하는 천사의 이름이라고 한다. 제레에 의해 제5의 칠드런으로 파견된 사도이다. 제레는 이전부터 NERV의 인류보완계획 수행 의지를 의심해 왔고, 자신들이 직접 서드 임팩트를 일으키기로 결심하여 최종 사도인 타브리스 즉 나기사 카오루를 보낸 것이다. 완전한 인간형의 사도인 카오루는 스스로 서드 임팩트를 일으킬 수도 있었으나 스스로의 의지로 이를 포기하고 결국 신지의 손에 죽고 만다. 이제 서드 임팩트의 결과는 에바 1호기와 신지의 손에 달려있게 된다.

에반게리온을 가리켜 혹자는 20세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총체라고도 한다. 일명 '메타 재패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에바>에는 낯익은 모습들과 그간 일본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들 소위 '아니메'라 불리우는 애니메이션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와 캐릭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가까운 부분부터 찾자면 사도(Angel)들의 모습에서는 포켓몬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고, 에바 자체의 모습에서는 안노 히데야키가 작업에 참여했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중 초대 거신병의 모습과 실루엣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거기에 <에바>는 <마징가Z> 이래 계속되어 온 로봇 만화의 등식인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에바'의 경우엔 로봇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생체병기지만)을 탄다.

캐릭터의 면모를 살펴보았을 때 일부 주연급을 제외하고,(당연한 말이겠지만 '신지'의 경우엔 그가 지극히 평범하다는, 그가 평범하면 할수록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신지의 면모를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변모하게 만든다) 신지의 친구로 등장하는 아이다 켄스케는 가이낙스의 전작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 등장하는 천재적인 소년의 '쟝'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미사토의 옛 애인이자 제레 측이 NERV의 비밀 계획을 알아내기 위해 침투시킨 스파이 '카지 료오지'에게서는 <루팡3세> 이후 아니메에서 강화되거나 혹은 약화되는 반영웅(Anti-hero)의 흔적들이 보인다. 이런 안티 히어로 경향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Spike Spiegel)'이나 '시드 비셔스(Vicious)'에 와서 더욱 강화된다. 이 두 사람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카지 료오지'와 '스파이크 스피겔'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옛사랑을 찾아 부나방처럼 죽음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결국 사랑을 구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의 성격은 매사에 시큰둥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순간엔 동정심을 보이는 선량함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엄밀히 이야기해서 '스파이크'와 '카지'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인 셈이다. <에바> 시리즈 제19화 '남자의 싸움' 편에서 카지는 싸움을 두려워하는 신지에게 충고를 던지며 이렇게 말한다. "카츠라기의 가슴이 좋긴 하지만, 죽을 땐 이런 곳에서 죽고 싶었어." 나는 어쩐지 이 대사에서 "이 미친 세상에서 동시에 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랄 순 없다"고 말하는 릭 블레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폭주하는 에바에 갇힌 신지 혹은 스스로 폭주해 버리고 마는 신지- 에바는 어머니의 자궁이자 동시에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탯줄을 질질 끌고 세상에 나온 괴력을 지닌 아기와 같은 존재이다. 아기에게 선악을 물을 수 없는 것처럼 에바에게 선과 악의 경계는 불명확하다. 에바는 사도가 일으키려는 서드 임팩트의 저지자이자 그 자신이 그노시스의 중개인 역할을 하는 매개체이다. 이런 복잡한 비유와 상징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와 마찬가지로 '카츠라기 미사토'의 캐릭터에서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의 메텔을 연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신지에게 있어 카츠라기 미사토의 존재는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에게 존재한 메텔과 같다. 어머니를 잃은 철이에게 메텔이 어머니이자 누이 그리고 동시에 연인인 것처럼, 그리하여 메텔이 소년이 통과해야 할 청춘의 의례가 된 것처럼 미사토는 신지로 하여금 어른이 되는 길을 일러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이 두 사람의 키스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성인식'이다. 한 마디로 미사토는 메텔의 또다른 버전인 셈이다. 레이는 남성 성 판타지의 거의 모든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레이는 아내이자, 어머니, 성적으로 돋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판단을 보여주지 않는 미성숙한 소녀이자 동시에 남자 앞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벗는 창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레이에겐 롤리타 콤플렉스와 동시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보인다. 극장판 장면에는 어머니 레이와 신지가 마치 섹스를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의 몸에는 세상을 구원하거나 파멸시킬지도 모를 잠재된 힘이 숨겨져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품고 있는 기본적인 정서 두 가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구원 아니면 바로 파멸이다. 레이는 이 모든 성격을 내장하고 있다(게다가 말대꾸는 또 얼마나 짧게 하는가, 흐흐).

<에바>시리즈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아스카는 학원물 시리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신감 넘치는 소녀 캐릭터의 한 전형이자 동시에 <에바> 시리즈의 성적인 코드들을 강화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에바>가 청소년층에서 성인층까지의 광범위한 매니아층을 거느릴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건 스토리 자체의 뛰어난 흡인력도 있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성인용 아니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들이 거침없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도와 싸우는 에바 1호기 - 등 뒤에 꽂혀 있는 일종의 전기 플러그인 언비리컬 케이블(unbillical cable)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한 번 상상해보라. 등 뒤에 전원을 공급하는 줄을 연결한 에바의 모습은 일견 기다란 전기 밭솥이 싸우는 것 같기도 하다. 에바는 어머니의 자궁에 연결된 탯줄을 질질 끌며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에바>에는 <철인28호> 이후 줄곧 이어지는 슈퍼 로봇물의 한 전형이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특촬물인 <울트라맨>이 그러하듯이 활동에 제약을 두고 있다. '엔트리 플러그' 없이 내장된 배터리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5분이다. S2기관을 포식하기 전의 '에바'는 <울트라맨>에서 활동 시간에 제약을 두는 방법을 채택해 성공한 이래 수많은 '아니메'에서 여러 제약을 두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시청자의 가슴을 조리게 하는 방법,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완벽한 로봇이 아니라 단점과 약점을 지녔다는 것은 강점이 된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싸움을 보는 것만큼 재미없는 승부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수법은 다양한 형태로 변조된다. 가령 <인조인간 케산>은 강력하지만 태양열에 의존하기 때문에 흐린 날, 비오는 날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슈퍼 로봇의 파일롯이 고뇌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리얼리즘 로봇물인 <건담>의 계보를 잇고 있다. <건담>의 파일롯 '아무로 레이'는 본인이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건담'의 파일롯이 되어야 했고, 전쟁의 와중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나는 왜 싸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사실상 최초의 파일롯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개인적인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초기작인 <전설거신 이데온>을 비롯해 일관되게 지켜 온 것이다. 그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미래의 전쟁 이야기를 통해 아니메 팬들에게 전례없는 처참한 비극을 보여준다.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야키에게서 훌륭한 작가 정신의 일단을 발견하기 보다는 매우 뛰어난 장인의 솜씨가 먼저 느껴지는 것은 안노 히데야키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기 보다는 그가 기존의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세계와 캐릭터를 매우 능수능란한 솜씨와 베껴오는 능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에바> 시리즈에는 이처럼 아니메의 다양한 기호와 코드들이 녹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할리우드의 수없는 패러디물들도 그렇지 않은가? 그것만 가지고 <에바>를 설명할 수는 없다.

레이와 카오루는 첫대면에서 상대방의 존재를 눈치채게 된다. 그들은 하나의 뿌리로부터 나온 존재들이다. - 두 사람의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 눈빛의 공통점은 캐릭터 디자이너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레이를 맡은 성우가 신지의 어머니 이카리 유지 역도 맡았다.

그노시즘에 바탕을 둔 스토리. 에반게리온

<에바>시리즈는 2015년부터 시작되지만 설정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는 2000년 남극에서 '빛의 거인' 즉 제1사도 아담을 발견한다. 이 '빛의 거인'은 마치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에너지인 '불'의 발견과 맞먹을 만한 일대 사건이 된다. 거기엔 인류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국제연합을 비롯해 각국 정부를 능가하는 초거대 비밀조직인 제레(SEELE)는 아담의 발견을 계기로 잇따른 사도의 출현을 감지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류진화계획을 세우니 이것이 바로 '인류보완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제레는 아담이 다른 사도들을 각성시키기 전에 S2기관(이런 과학적인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할 능력도 안 되지만 대개의 SF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적 설정들이란 결국 그럴 듯하면 할수록 비과학적인 경우가 많이 있다. 즉 과학적인 설정이라고 해서 과학은 아니라는 말이다. <에바>에서 등장하는 S2기관 혹은 이론이란 것은 결국 유전자DNA의 염기 서열이 어쩌구 저쩌구 해서 사도와 인간의 DNA가 99.9% 흡사하므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서드 임팩트가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즉 사도도 생물이며 그것도 인간과 거의 흡사한 염기서열을 지닌 생물이라는 것인데 거기에 덧붙여 신과 흡사한 능력들도 가지고 있다.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이때 과학은 설명이 불가능할수록 더욱 믿음이 간다는 점에서 유사종교와 흡사해진다). 을 이용해 아담을 다시 알의 형태로 환원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 발생한 '세컨드 임팩트'로 말미암아 대폭발이 일어나 남극의 빙하를 녹이고 만다. 그 결과 지구는 일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망하고 만다. 그러나 제레와 제레의 하부조직이자 별도의 기관인 게히른(NERV의 전신)은 '세컨드 임팩트'를 대규모 운석 충돌로 위장한다.

2015년, 아버지 겐도우의 부름을 받고 제3신 도쿄시로 온 이카리 신지는 같은 날 15년만에 제3의 사도가 습격해오는 광경을 목격한다. 신지는 에바의 파일롯인 레이의 부상으로 말미암아 하는 수 없이 에바 1호기에 탑승한다. 처음 탑승이었지만 어머니의 영혼이 '코어'라는 형태로 숨겨진 에바1호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인 신지는 어려운 승부이긴 했지만 제3사도를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이후에도 사도의 습격은 계속되지만 퍼스트 칠드런 레이, 세컨드 칠드런 아스카와 함께 사도를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사도들은 어째서 제3 신도쿄시로 몰려드는 것일까? 최후의 사도로 등장한 카오루는 제레와 NERV가 아담이라고 오인하고 있는 사도가 실제로는 릴리스(Lilith, 히브리 전설에 의하면 야훼가 아담에게 이브를 내려주기 전에 먼저 만들어 준 여인, 아담 최초의 여인은 릴리스였다고 한다. 그러나 릴리스는 계속해서 여성만을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 악마라고 낙인 찍히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악마들을 태어나게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죄로 인해 에덴 동산에서 추방된 릴리스는 홍해를 건너 사탄의 네 번째 처가 되었다.)이며 인류는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 아니라 아담과 릴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놀라운 말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대로라면 우리들 자신은 악마의 후손인 셈이다.

줄거리를 전부 요약한다고 해서 <에바>를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에바> 스토리의 중요한 설정은 '그노시즘'에서 차용한 것이며, 비밀조직인 '제레'가 추진하는 인류보완계획이란 것도 결국 '그노시즘'적인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일견 복잡해보이는 <에바>의 스토리를 쉽게 풀어가는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노시스 혹은 그노시즘'이란 무엇인가? 그노시스란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인간의 인식(認識), 앎, 지식 또는 깨달음[覺]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다. 이것이 서기 1-2세기 헬레니즘 시대의 초기 기독교에 침투하여 오랫동안 널리 퍼져 있었던 종파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영지(靈知)주의라고 한다. 앞서 유마경의 세계를 말하면서 초기 불교의 성립 과정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초기 기독교의 성립 과정에서도 아직 입론(立論)이 미약한 시기에 보다 세련된 헬레니즘의 유입과정에서 함께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노시즘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존재하고 있는데 '물질(육체), 정신, 영'이다. 이중에서 구원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영적인 존재만이 가능한데 이것은 신이 선택된 소수의 인간에게만 허락한 것으로 인간에게 내재한 이 영적인 요소가 바로 신에게 이르도록 만드는 열망이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체적인 인간은 절대로 구원을 받을 수 없고, 정신적인 인간은 그나마 그노시스를 받아들임으로써 가능성이 열린다. 인간이 천상의 신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를 매개해주는 중간자가 있어야 하고, 그 존재를 통해서만 보다 상급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에 따르면 물질로 창조된 세계는 절대주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므로 무질서와 싸움으로 인해 자연히 타락이 생겨나가 그 결과 악이 번성하게 된다고 보았다. 결국 인간이 신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육체를 벗어내고 '영적인 존재'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구원이란 그노시스를 통하여 이런 물질적인 세계로부터 해방과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 예수 재림의 의미를 부인하게 되었고, 결국 초기 기독교로부터 이단의 낙인을 받아 그로부터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에바>와 이런 그노시즘 혹은 카발라, 수피즘 등등 소위 신비주의 종파의 다양한 이론의 흔적들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에 매몰되어 버리는 것 역시 <에바>가 뿜어내는 숱한 변설(소재)의 일부에 감염되는 결과만을 가져온다. 앞서의 수많은 과학적인 가설들이 그러하듯이 이는 이야기의 구조를 좀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들에 불과하다. 어쨌든 '제레'와 NERV는 그것이 진화의 최종 단계를 마무리 짓기 위한 시도이던지 아니면 인간이 미처 완성시키지 못한 신에 이르는 길(바벨탑)을 완성하고자 하는 시도이던지를 추진하고 있었다. 사도들은 이런 인간의 오만을 잠재우기 위한 신의 메신저였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인간은 릴리스(악마)의 자손답게 이제는 신과 대등한 대결을 벌일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악마로부터 추출한 유전자 조합을 이용해 에바를 만들어 이에 대항한다. 서드 임팩트(인류의 종말)는 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류에게 내리는 신의 징벌이자 동시에 신이 인간에게 준 구원의 순간이기도 하다. 에바는 사도를 막기 위한 무기이자 동시에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해줄 매개, 중개인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인류보완계획의 최종 실현을 위해 등장한 에바의 양산기들이 아스카가 조종하고 있는 에바2호기를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을 거의 물리치긴 하지만 최후의 순간에 5분의 활동 제한 시간에 걸린 에바2호기는 롱기누스의 창에 찔려 최후를 맞이하고, 양산형 에바들은 에바2호기를 공격해 뜯어먹는다.

고통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에바> 시리즈에서 명백한 악의 존재를 찾으려는 노력만큼 부질없는 짓은 없다. 아들인 이카리 신지에게 더없이 차가운 아버지 겐도우조차 실제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아내를 잃은 슬픔과 아들에게서 어머니를 빼았았다는 괴로움 때문에 몸부림치며 그 결과 고통없는 세상을 위해 아내의 영혼과 콘택트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인류보완계획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카리 겐도우를 돕는 부소장 후유츠키가 마지막 장면에서 겐도우의 아내이자 자신의 옛제자 이카리 유지에게 이끌려 LCL의 바다로 이끌려 가는 장면을 기억한다면 후유츠키가 이카리 유지를 짝사랑해왔었다는 추측을 해보기는 어렵지 않다. NERV본부의 오퍼레이터 마코토 휴가 역시 카츠라기 미사토를 짝사랑하는 고통 속에 있었고, 에바 파일롯 후보생들이었던 신지의 친구들 역시 고아이거나 부모의 이혼 혹은 기타등등의 이유로 고통 속에 놓여 있는 존재들이었다. 결국 에바와의 싱크로율이란 것은 에바의 코어에 삽입된 영혼이 누구의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탑승하는 파일롯 자신의 고통의 정도도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는 제레의 수장인 킬 로렌츠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물론 그는 매우 미스테리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세컨드 임팩트 때 당한 사고로 하반신 모두를 잃은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신지는 '에바'에 탑승해 있는 동안 마치 어머니의 품 속인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것은 잠시일뿐 에바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거기에 폭주라도 한다면 그 자체가 감옥보다 더한 지옥이 되고 만다. 에바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신지는 에바의 파일롯으로 있는 동안 자신의 친구인 토지에게 부상을 입히고, 자신의 영혼 깊이까지 이해하는 듯한 친구 나기사 카오루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만다. 최후의 사도 카오루가 죽자 제레는 인류보완계획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자 한다. 인류보완계획이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실패한 군체로 결론이 난 인류를 완전히 다음 단계의 생물로 인공진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제레는 NERV가 자신들이 추진하는 인류보완계획을 저지할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세계 각국의 정부를 움직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기 시스템을 총동원해 NERV의 오리지널 마기시스템을 해킹하려다가 리츠코의 복귀로 실패하고 만다. 결국 제레는 NERV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에바를 이용해 서드 임팩트를 일으키기 위해 '전략자위대'를 투입한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

"난 영원히 살기로 되어있었지.
그 결과 사람들이절멸된다고 할지라도.
하지만 난 죽을수 있어.
죽든 살든 그건 나에게는 다른게 없거든.
나의 죽음은 절대적인 자유일 뿐이야."　
"지금 날 없애줘.
그렇지 않으면 네가 사라지게 될거야.
멸망의 시간에서 탈출하여 미래를 얻을수 있는 생물은 오직 하나뿐이야.
그리고, 넌 죽어야 될 사람은 아냐.
넌 미래가 필요해.

고마워 널 보게되서 기뻐..." <신지의 손에 죽기 전에 카오루>

미사토는 폐인이 된 아스카를 에바2호기에 태워 호수에 감추고 카오루를 죽인 뒤 숨어 버린 신지를 찾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려고 한다. 겐도우는 후유쯔키에게 뒷일을 맡기고 레이와 함께 터미널 도그마로 향하는데 에바2호기에 탑승한 채 전략자위대의 공격을 받던 아스카의 새로운 각성으로 상황은 반전되어 전략자위대는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때 아홉기의 양산형 에바가 나타나 아스카를 공격한다. 아스카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양산형 에바들을 파괴하는 순간 제레가 만든 복사판 롱기누스의 창이 에바2호기의 눈을 뚫어 버린다. 이때 죽었던 양산형 에바들이 부활하면서 에바2호기를 뜯어먹기 시작한다. 신지는 미사토의 희생으로 간신히 위기의 순간을 모면했지만 아직까지 에바1호기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다. 그의 눈 앞에서 다시 NERV 시절 자신과 낯익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한다. 신지에게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형제도, 친구도 모두 상처일 뿐이다. 그러나 아스카의 비명은 신지로 하여금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신지가 에바1호기를 타고 지상에 올랐을 때 그의 눈 앞에는 뜯어먹히고 남겨진 에바2호기의 머리와 뼈, 내장 일부만이 남아 있었다.

신지의 절규로 달에 꽂혀있던 오리지널 롱기누스의 창이 날아와 에바1호기의 목을 겨눈다. 이때 양산형 에바들이 달려들어 신지의 에바 1호기를 둘러싸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날아간다. 인간이 인간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들 모두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개별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므로 제레의 인류보완계획처럼 인류가 모두 하나의 영혼으로 결집되어 육신이 없는 상태가 된다면 비록 나라는 존재도 소멸되긴 하겠지만 더 이상의 고통도 없어지는 셈이 된다.

자, 그 최후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신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NERV의 배신을 감지한 '제레'의 습격으로 본부가 공격당하면서 NERV의 요원들은 하나둘씩 제거되어 간다. 제레는 NERV를 배제한 체 그들만의 힘으로 서드 임팩트를 일으켜 인류보완계획을 완성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때 미사토에 의해 에바2호기에 실린 채 호수 바닥으로 피신된 정신붕괴 상태의 아스카가 깨어나면서 본부를 습격한 제레의 전략자위대를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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