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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 Neon Genesis Evangelion, 1995, 일본 )

 

 

제작/ 가이낙스GAINAX, 총감독/ 안노 히데야키, 각본/나가노 마모루, 원화/ 사다모토 요시유키,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 메카닉 디자인/ 야마모토 이쿠토, 안노 히데야키, 사도디자인/아사리 요시투, 성우/ 오가타 메구미(이카리 신지), 하야시바라 메구미(아야나미 레이, 이카리 유이), 미야무라 유코(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미쯔이시 고토노(카츠라기 미사토), 야마구치 유리코(아카기 리츠코) 등

 

 

 

 

 

 Inner Link

 

신세기 에반게리온 - 영혼을 잃은 자의 고백

 

 

 

알베르토 자코메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데즈카 오사무

카사블랑카

카우보이 비밥

마츠모토 레이지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기타노 다케시

 

  에반게리온을 보고 나에게 들었던 가장 확실한 느낌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당신이 에반게리온을 보고 좋아하는 정도가 당신의 외로움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특히 당신이 남자라면 그 호감의 정도는 당신의 정서 안에서 외로움이 차지하는 퍼센트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확률이 그만큼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당신이 만약 에반게리온이 미치도록 좋고, 이 애니메이션 안에 등장하는 잡다한 그노시즘(Gnosticism)과 엉터리 과학적 가설들을 두리번 거리지 않고, 곧바로 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가프의 방(영화 <세븐 사인>에 보면 영혼이 없는 아기가 태어나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런 설정은 히브리 전설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전설에 의하면 천국에 있는 영혼이 사는 방을 일컬어 '가프의 방'이라고 하는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이 방에서 혼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참새는 이 방에서 영혼이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만약 가프의 방에 영혼이 떨어져 참새의 지저귐이 멈춘다면 결국, 혼을 갖지않은 아이가 태어나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참새의 지저귐이 멈추는 것은 세계멸망 최후의 징조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을 잘 돌아보시라 어쩐지 요새 참새가 잘 보이지 않더라니)"에서 어거지로 떨궈진 불쌍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뜻이 된다. 그것은 당신의 영혼은 악마가 가장 좋아하는 영혼이라는 것이다. 악마가 가장 탐욕스럽게 노리는 영혼은 바로 '고아'들의 것이니까. 설령 당신이 고아가 아니라도 당신의 영혼은 고아의 그것만큼 굶주려 있다는 뜻이 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기말 굶주린 혼을 지닌 그대!
 

 

이카리 신지(Ikari Shinji) - <에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며 EVA 1호기의 파일롯. 그는 이 에바 계획의 발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카리 겐도우와 유지의 유일한 자식이다. 이카리는 여러 고통 속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지금의 우리들과 매우 흡사하다. 만약 AT필드를 일종의 멘탈 아머라고 한다면 신지의 AT필드는 고통으로 덧칠되어 매우 두툼한 것이 된 것이다. 인류 최후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아담이 될 에바 1호기의 파일롯.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야나미 레이(Ayanami Rei) - 남성 판타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레이는 퍼스트 칠드런First children으로 EVA 0호기에 탑승한다. 아무리 가혹한 임무를 받아도 반항하는 일 한 번 없이 묵묵히 수행하는 그녀는 신지의 어머니인 이카리 유지의 영혼이자 사도인 카오루와 같은 존재이다. 신지의 어머니이자 겐도우의 아내, 신지의 친구이자 애인, 구원자이며 세상의 파멸이 그녀에게서 시작된다. 레이는 매우 전형적인 캐릭터이면서 여러 전형성들을 하나의 캐릭터로 압축시켜 놓은 덕분에 매우 비전형적인 주인공이 된다. 레이라는 캐릭터는 당신이 남자라면 여성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성격을 레이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당신이 원하는 순간마다 그 필요한 부분만을 드러내고 있다. 레이는 남성 성 판타지를 강조하며 강화하는 부분이 매우 강화되어 있는 마치 남성 성 판타지의 파이널 에디션 격으로 보인다.

레이의 방 - 14세의 어린 소녀 레이의 방엔 그 흔한 연예인 포스터 한 장 붙어 있지 않다.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Soryu Asuka Langley) - 일본인과 독일인의 피가 섞인 아스카는 부모의 이혼과 부모의 자살로 어렸을 때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세컨드 칠드런Second children으로 EVA 2호기의 파일롯이 된 그녀는 천재적인 학습능력(14세에 대학졸업)과 부모에게 버림받아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쓸모없다는 트라우마(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상대적으로 그녀의 프라이드를 강화시키는 결과가 되어 자존심이 실추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 결과 나중에 정신적 붕괴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그런 까닭으로 신지와 함께 이브가 되어 세상의 재건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되는지도 모른다.

 

 

카츠라기 미사토(Katsuragi Misato) - 제1사도 아담의 조사를 맡았던 카츠라기 박사의 유일한 여식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 카츠라기의 죽음 때문에 한동안 실어증에 빠질 만큼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 에바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들쭉날쭉한 성격이라는 점만 놓고 보자면 아스카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긴 하지만 신지에게 있어서는 메텔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니메의 상당수는 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성숙한 여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정을 두고 있다. 하기사 '어른'이라는 말 자체가 '어르다'라는 성교를 의미하는 말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흐흐.

 

 

이카리 겐도우(Ikari Gendou) - 에바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계획한 인물이다. 신지의 아버지인 그는 자신의 사랑을 잃었다. 자신의 사랑을 잃었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지 못한다는 점만 놓고 보자면 겐도우는 정말 미성숙한 인간인 셈이다.

(* 장소는 이카리 유이의 무덤 앞)
이카리: 너와 단 둘이 여기 있는 것도 지난 번 이래로 3년만이구나.
신지: 그 때 도망친 후로,  여기 와 본 적이 없어요. 전 여기 어머니가 잠들어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없어요. 전 어머니 얼굴도 기억이 안 나요.
이카리: 사람들은  잊음으로써 계속 살아가지. 그렇지마는,  우린 잊어서는 안되는 게 있다. 유이는 날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걸 확인하러, 여기에 왔다.
신지: 어머니 사진 같은 것 가지고 계셔요?
이카리: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 묘는 장식일 뿐이다. 남은 건 없어.
신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버지는 모든 걸 버렸었다고 했어요.
이카리: 모든 건 내 마음속에 있지. 지금 난 그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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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리: 시간이 됐군. 난 간다.
신지: 아버지! 음, 오늘 즐거웠어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이카리: 그래?
<Episode: 15- 거짓말과 침묵 중에서>

 

 

아카기 리츠코(Akagi Ritsuko) - 매우 뛰어난 과학자였던 어머니 아카기 박사로 인해 늘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던 딸 리츠코는 그로인해 어둡고 침울한 성격이 된다. 겐도우를 만난 순간 어머니와 겐도우의 관계를 짐작하게 되는 그녀는 동시에 겐도우에게 끌리는 자신을 알 게 된다. 모녀가 비슷한 운명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나기사 카오루(Nagisa Kaworu) - 소울 메이트라는 말이 있다. 영혼이 공명하는 친구의 배신이란 때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카우보이 비밥>에서의 시드 비셔스와 스파이크 스피겔의 관계를 생각해보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비셔스와 스피겔은 동성애 관계가 아니었을까. 마찬가지로 신지와 카오루의 관계도 동성애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하긴 이건 요새 유행이기도 하니까) 최종의 사도는 결국 인간이란 말인가?

 

 

후유쯔키 코조(Fuyutsuki KouZou) - NERV의 부소장이자 에바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함께 끌어온 후유쯔키 코조는 겐도우와 비교하면 매우 인격자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자면 겐도우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 수도 있다. 후유쯔키는 겐도우와 결혼한 이카리 유지를 짝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후유쯔키를 이끌고 LCL의 바다로 끌고 가는 것은 유지이기 때문이다. 음, 제자를 사랑하는 건 좋지만 여성으로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이카리 신지와 어머니 이카리 유지 - 겐도우의 유일한 사랑이자 절대적인 존재였던 이카리 유지의 소멸은 겐도우로 하여금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녀와 다시금 함께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동시에 겐도우는 자신 때문에 신지가 어머니를 빼앗겼다는 죄책감에 신지를 더욱더 멀리하게 되고, 유지의 영혼이 스민 에바와 레이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 이런 설정은 비록 과학적인 가설들에 기대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영혼이 타인의 육체를 통해 발현되는 '빙의' 현상이나, 나이 많은 겐도우가 어린 육신의 레이(14세)와의 사랑이라는 '롤리타 콤플렉스'를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온다. 에바 1호기의 코어에 탑재된 유이의 영혼은 신지로 하여금 계속해서 에바에 탑승하도록 만드는 힘을 발휘하고, 에바에 탑승한 신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에바1호기가 강력한 모성을 발휘해 폭주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 오타쿠가 만든 세기말의 신화

   지난 1995년 10월 6일 제1화를 방송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이하 '에바')는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분되고 있는 데, 하나는TV시리즈로 1996년 3월 27일까지 TV 도쿄에서 총 24화까지 방영되었고, 나머지 부분은 극장판으로 제작되었다. 우리가 흔히 <The End of Evangelion>: Air>로 알고 있는 것이 25화이고, <The End of Evangelion:진심을 너에게>가 26화이다. 그리고 이를 한 편으로 정리해 둔 번외편이 < Evangelion: Death & Evangelion: Birth >이다. <에반게리온>의 총감독 안노 히데야키와 가이낙스의 멤버들은 학생 시절부터 개러지 키트를 만들어 팔거나 그들만의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들고나와 대회에 출품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제적까지 당하게 된 안노 히데야키는 이후 그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1983)>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 스탭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가 1960년생이었으니 20대 초반에 이미 어느 정도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셈이다. 그와 함께 했던 동료들은 자신들만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기획서를 들고 반다이(일본의 유명 완구 제작 업체)사와 협상을 벌여 '가이낙스'사를 설립(1984년)한다. 정작 이들이 자신의 첫 작품인 <왕립 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개봉하기 까지는 기획부터 기점을 잡자면 무려 6년여의 시간이 걸려서였다.

   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감각과 캐릭터 구성을 통해 일본의 신세대는 물론 전세계의 새로운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톱을 노려라>, <오타쿠의 비디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89-1990)>를 통해 오타쿠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았다. 그러나 가이낙스는 <나디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질타했던 대로 데즈카 오사무 이래 TV 방송용 애니메이션 제작은 늘 저렴한 제작비라는 출혈 속에 이루어져야 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가이낙스가 PC게임(전뇌학원, 프린세스 메이커 등)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는 등 경영상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가이낙스 측이 준비한 작품이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다. 그러나 TV도쿄에서 방송하기 시작한 <에바> 시리즈는 예상처럼 많은 시청률을 올리지 못했다. 처음 시청률은 10%도 안되었고, 이후에도 시청률은 급속히 높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에바>시리즈가 놀라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TV방송이 종료된 시점부터였다.

  총 24편의 TV시리즈가 종영된 뒤로부터 많은 이들이 <에바>의 결말 부분에 대해 궁금증과 호기심에 몸살을 앓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가이낙스>측에 그 결말 부분을 문의하는 전화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사실 이들이 <극장판>을 제작할 무렵만 하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위기냐, 성공이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TV방송사에서는 점차 애니메이션 제작편수를 줄여가고 있었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 애니메이션 산업의 특성상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속출했다. 값싼 한국이나 동남아 인력을 동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들 나라의 인건비도 날로 상승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극장판으로 제작된 <에반게리온>은 대단한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가이낙스와 반다이 사는 이런 성공을 곧바로 완구나 기타 상품들의 마케팅에 이용해 그 총 수익은 4,000억원 이상이 되었다.

나는 네가,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에바>는 극장판 런닝 타임이 70여분 가량 되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24편의 TV시리즈가 있는 만큼 그 스토리의 길이나 양 자체도 평범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한 편 보다는 훨씬 더 길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야키는 <에바> 시리즈에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담아낼 수 있는, 오타쿠들이 열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녹아들도록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짧지 않은 분량에 이전의 다른 TV 애니시리즈처럼 하나의 에피소드로 한 편이 완결되는 스타일(이전까지 대개의 TV 애니시리즈들은 마치 드라마나 신문연재 소설이 그러하듯 어디부터 보아도 상관없이 이해되고 연속될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이 아니라 그때마다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해 나가는 복잡한 중층 구조의 애니메이션인 <에반게리온>을 한 마디로 압축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것이 "3소"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그 "3소"란 "소통의 단절, 소외의 극복, 그리고 소멸"을 말한다.

   <유마경>은 불교의 초기 대승경전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경전이다. 유마경의 내용은 재가 신도인 유마힐이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부처가 그의 제자들에게 문병을 가라고 권하면서 시작된다. 비록 재가신자이기는 하나 평소 그의 높은 법력과 수행을 아는 제자들은 자신들의 수행 정도가 유마힐에게 미치지 못함을 고하며 문병 가기를 머뭇거렸다. 결국 부처의 제자들 중 가장 학식이 높고 현자로 소문난 문수보살이 그의 문병을 가게 되는데 이 두 현자가 만나서 보살행(Bodhisattva)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 바로 <유마경>이다. 석가모니 부처의 입멸 이후 100여년의 시점이 지난 시점에서 기록된 이 <유마경>은 오로지 석가의 말씀에만 '경(經)' 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개 재가신도의 어록을 부처의 말씀으로 승격시킬 만큼 중요하게 다뤄졌다. 부처 입멸 후 당시 교단은 계율을 중심으로 하는 엄격한 출가교단과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경향의 대중부로 나뉘었는데(이를 기독교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성직자와 신자, 교회와 신자로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서서 부처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그 가르침에 충실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종교가 비슷한 경로를 밟았겠지만 창시자의 사후 종교는 그들의 제자에 의해 창시자 생전의 융통성과 탄력을 잃어가기 마련이다. 이는 '말씀'을 만드는 자와 이미 생겨난 '말씀'의 권위에 의존해야 하는 자들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주자는 공자를 지성(至聖), 공자의 제자인 안연과 계승자라 할 수 있는 맹자를 이에 버금간다 하여 아성(亞聖)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말은 처음에는 버금간다는 좋은 뜻으로 쓰이다가 이제는 우리가 흔히 '어떤 학설·주의·유파 등에 찬성하여 따르는 사람'을 일컬어 아류(亞流)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뜻으로 격하되었다. 권력이 변방으로 갈수록 좀더 잔인해지는 까닭 역시 자신에게 없는 권력과 권위를 다른 이의 권위와 권력에 기대어 행사하려는 이런 아류들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부처 사후 분열하기 시작하는 불교는 교학 위주의 풍토가 널리 성행했고, 교학 중심의 불교는 교리가 정밀해지고, 분석적으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이런 엘리트 중심의 불교가 대중에게는 그저 난해한 학문이 되어가는 폐단을 낳았다.

   바로 이런 시기에 대중 불자를 소외시킨 채 출가수행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단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반발하여,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일종의 불교 르네상스 운동이 바로 대승불교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마경은 이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현생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보살행을 실천할 수 있고, 깨달음을 이루리라는 대승의 기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마힐은 경전 속에서 이러한 기본정신에만 충실한 자라면 출가, 재가의 구분으로 깨달음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런 유마경의 정신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불이(不二)의 법문"이다. 이 말은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며, 정토와 예토 역시 둘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시인 황지우는 이 말을 "나는 너다"라는 좀더 극적인 표현으로 압축정리해 주었는데, 이런 불이의 경지 즉, 절대평등의 정신이야말로 보살이, 중생과 함께 중생의 병을 앓는 보살정신, 대승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입장(포지셔닝)이란 존재가 머무는 시공간의 역학구도를 포함한 개념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서 있는 위치, 그것은 물리적인 공간, 시간적인 공간 혹은 당신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에바> 시리즈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단어 중 하나는 '싱크로(synchro)'의 개념 즉 합일이다. 합일을 꿈꾼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이 결코 합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싱크로'는 작게는 '에바'에 탑승하는 파일롯들과 에바, 좀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에바 시리즈에 탑재되어 있는 '코어' 각각의 영혼들과의 합일을 말하지만, 결말 부분에 가면 LCL의 바다에서 만나게 되는 세계와의 합일, 나와 세계라는 타자 사이의 합일을 말하는 것으로 그 개념이 확장된다. 에바 시리즈의 근본적인 테마 중 하나는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개체로서 다른 영혼, 다른 육체, 다른 삶의 환경, 다른 욕망을 가진 탓에 남에게 상처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참한 운명 공동체인인 인류가 "나는 네가,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그리고 <에바>는 영혼의 사지가 잘려나가 소외되고, 타인과의 소통이 끊겨나간 혹은 소통을 통해 더욱더 고통받아야 하는 에바 파일롯들의 고뇌를 통해 차라리 세상의 소멸이 좀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려준다(물론 결론은 그렇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에바>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잔인한 비밀 조직들 가령, 제레(SEELE)라든지, 네르프(NERV)의 조직 간부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족속들이 아니라 굉장한 낭만주의자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인류보완계획이란 발상 자체는 매우 파시즘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따뜻한 피부, 차가운 마음/ 닿는 것은 피부, 닿고 싶었던 것은 마음" 이라는 <에바> 시리즈 중의 명대사 한 구절은 그래서 마음 속에 와 닿는다. 과연 누군가의 영혼을 터치하는 순간, 나의 영혼에 다른 누군가의 영혼이 싱크로되는 순간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것도 없이 그것이 고통 없는 세계만 될 수 있다면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심정은 누구라도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결국 사랑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에바 시리즈, 엎드려 레일 건을 겨누고 있는 에바 초(1)호기(신지), 서서 창을 들고 있는 에바 2호기(아스카), 방패를 들고 있는 에바 0호기(레이) - 이외에도 마지막에 등장하는 양산형 에바와 미국에서 제작되어 공수되어 오던 중 제13사도 바르디엘에게 감염된 에바 3호기(신지의 친구 토지 탑승), 미국에서 제작 중 폭발한 에바 4호기가 있다.

미끼를 던지는 방식의 구성 - 에반게리온
- 내겐 꿈이 없다, 그래도 나는 살아가야 하는가?

    난 장차 되고 싶은 것이 없다.
    꿈이라든가 희망이라는 것도 생각해본적 없다.
    14살인 지금까지 되는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갑작스런 사고로 죽는다해도 별로 걸릴 게 없다.
    그런 것을 작문으로 썼더니 당연히도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만화 <에반게리온>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곧바로 2015년의 제3 신도쿄시를 내습하는 사도(Angel)의 엄청난 괴력을 보여준다. 인류로서는 지난 2000년 '세컨드 임팩트(Second Impact)' 이후 15년만에 다시 사도와 만나게 된 것이다. <에바>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여러 오타쿠적인 요소들을 녹아들게 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에바>시리즈가 추리소설적인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서 작가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독자는 이를 알지 못한다. 작가는 독자를 감질나게 하는 정보를 물고기 유혹하듯 떡밥을 조금씩 뿌려가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때 추리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상황에서 정보를 얼마나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숨겨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게다가 추리소설은 시간 순서의 배열이 아니라 이미 사건이 벌어진 뒤에 그것을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짜맞추도록 한다.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역시 사건의 복선과 진행의 씨줄날줄 역할을 하며 계속 움직여 나간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잠시 숨고를 틈도 없이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이쯤되면 독자는 작가가 교묘하고, 때로는 악마적이기까지 한 그물망 속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제물이 되고 만다. <에바>의 복잡한 구성,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는 그런 까닭에 발생한다. 여간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면 넘쳐나는 이미지에 치어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에바>의 스토리를 시간구성으로 재배치해 읽어보도록 하자.

-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시간의 흐름으로 살펴 본 에반게리온

  이야기는 우리도 방금 전 지나온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토대학의 교수 후유쯔키 교수는 자신이 총애하는 애제자 이카리 유이가 사귀고 있는 남자라며 '겐도우'를 소개받는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마음에 안 드는 남자'였지만 유이는 그를 가리켜 '귀여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해를 넘겨 2000년이 되었다. 이해 9월 13일 인류는 엄청난 대재앙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지난 40억년 전 지구상을 강타해 파충류를 전멸시킨 적이 있는 '퍼스트 임팩트(First Impact - 파충류 전멸의 원인을 '유성충돌설'에 기원한다는 가정)'에 버금간다하여 이를 '세컨드 임팩트'라고 불렀다. 원인은 남극에서 발견된 사도 아담으로 인한 것이었다. 세컨드 임팩트는 얼음의 대륙을 녹아내리게 했고, 그 결과 상승한 수위는 지구상 인류의 반수를 전멸시켜 버린다. 게다가 그 와중에 인류는 전지구적인 내전을 일으키고 만다.

  이때 남극을 조사하고 있던 카츠라기 박사의 조사대 역시 엄청난 피해를 당해 카츠라기 박사의 딸인 미사토만이 생존하지만 그녀는 이 사건의 여파로 오랫동안 실어증에 걸린다. 한편 이 조사대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던 겐도우는 그 전날 자료들을 가지고 남극을 떠났기 때문에 대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01년 겐도우와 이카리 유이 사이에는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겐도는 아들을 나으면 '신지', 딸을 나으면 '레이'라고 이름지을 작정이었다. 대재앙의 파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지구 연합 정부는 겐도와 후유쯔키 등에게 세컨드 임팩트에 대한 정식 조사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들은 남극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후유쯔키는 이카리 겐도우가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사로 숨겨진 비밀의 일단을 발견하게 된다. 후유쯔키는 지하에 만들어지는 거대한 연구소, 센트럴 도그마로 초대된다. 생체 컴퓨터의 권위자인 아카기 나오코(아카기 리츠코 박사의 어머니이자 훗날 생체 컴퓨터 마기(MAGI) 시스템에 자신의 두뇌를 바치는 여인이다, 이카리 겐도우를 사랑한다) 박사와 겐도는 자신들을 가리켜 '게히룬(NERV의 전신)'이라는 비밀 조직의 일원이며 자신들과 함께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한다. 후유쯔키는 고민 끝에 그 제의를 받아들여 게히룬의 일원이 된다.

- 상처받은 인간들이 꾸며가는 비밀 계획들

  2004년 하코네 지하의 비밀연구실에서 실험 도중 신지의 어머니인 이카리 유이가 소멸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런 실험 과정 중 사고 현장엔 아직 어리기는 했지만 신지의 마음엔 깊은 충격으로 남는다. 사고 직후 겐도우는 1주일간 잠적했다가 나타난다. 아카기 나오코 박사는 이때를 기점으로 겐도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평하고 있다. 실제로 겐도우는 사랑하는 아내의 소멸에 대한 충격과 아들 신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자책감에서 신지를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귀환한 겐도우는 '인류보완계획'과 '아담 계획'의 추진을 시작한다. 세컨드 임팩트로부터 5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아버지 카츠라기 박사와 그 조사대의 사고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미사토는 실어증을 이겨내고 제2신 도쿄시의 제2도쿄대학으로 돌아간다. 미사토는 이곳에서 절친한 친구 둘을 얻게 되는 데 한 명은 아카기 나오코 박사의 딸인 리츠코였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이미지의 남자 카지 료지였다. 미사토는 카지에게 마음을 맡겨 동거를 시작한다(2005년). 그러나 미사토는 곧 그가 좋은 남자이긴 했지만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버지의 이미지 때문에 그를 좋아했던 것임을 깨닫고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2007년).

  이때 세컨드 칠드런으로 선발된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달려가지만 이혼 후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정신붕괴상태에 있던 자신의 어머니가 목메달아 자살한 광경을 목격한다. 아카기 박사는 생체 컴퓨터 MAGI를 완성(2008년)하고, 그녀의 딸 리츠코는 게히룬의 일원으로 E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이때 리츠코는 어머니 아카기와 겐도우의 사이가 정도 이상임을 알게 되고 묘한 충격을 받는다. 한편 2009년부터 미사토 역시 게히룬에 근무하게 되는데 그녀의 근무지는 독일의 제3지부였다. 2010년. 퍼스트 칠드런인 아야나미 레이가 겐도우의 손에 이끌려 게히룬에 나타난다. MAGI는 완성되어 있었으나 결정적인 부분이 부족한 상태였다. 레이가 도착한 날 밤 아카기 박사는 레이를 만나게 되는데 레이는 겐도를 사랑하는 아카기 박사에게 겐도우에게 있어 당신은 단지 계획 실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순간적으로 레이를 목졸라 죽이고 만다(제1대의 레이의 소멸). 레이를 죽인 아카기 역시 자살한다. 그리고 아카기의 뇌는 적출되어 MAGI시스템의 핵심 부품이 되고 드디어 MAGI는 완전해진다.

제3 신도쿄 시 - 마치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형 도시를 보는 듯한 요새도시이다. 에바 시리즈의 최고 강점 중 하나는 정제된 대사들이다. "도시는 인간들이 만든 천국이다."라는 대사 역시 그런 대사들 중 하나인데 제3사도의 내습 사건 직후 미사토의 집에 머물게 된 신지에게 미사토는 제3신도쿄시를 보여주면서 네가 이들을 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신지는 시큰둥하다.
 


에바 시리즈의 제목들

제1화 사도 내습 ANGEL ATTACK
제2화 낯선, 천장 THE BEAST
제3화 울리지 않는, 전화 A transfer
제4화 비, 가출 후에 Hedgehog's Dilemma
제5화 레이, 마음의 저편에 Rei I
제6화 결전, 제 3 신도쿄시 Rei II
제7화 인간의 일이란... A HUMAN WORK
제8화 아스카, 내일 ASUKA STRIKES!
제9화 순간, 마음을 합하여 Both of You, Dance You Want to Win!
제10화 마그마다이버 MAGMADIVER
제11화 정지된 어둠 속에서 The Day Tokyo-3 Stood Still
제12화 기적의 가치란 She said, "Don't make others suffer for your personal hatred."
제13화 사도, 침입 LILLIPUTIAN HITCHER
제14화 제레, 영혼의 왕좌 WEAVING A STORY
제15화 거짓말과 침묵 Those women longed for the touch of others' lips, and thus invited their kisses.
제16화 죽음에 도달하는 병, 그리고... Splitting of the Breast
제17화 4번째 선택받은 자 FOURTH CHILDREN
제18화 생명의 선택 AMBIVALENCE
제19화 남자의 싸움 INTROJECTION
제20화 마음이 있는 곳에, 인간이 있는 곳에 WEAVING A STORY 2: oral stage
제21화 네르프 탄생 He was aware that he was still a child
제22화 적어도 인간이 되어라 Don't Be.
제23화 눈물 Rei III
제24화 최후의 사도 The Begining and the End, or "Knockin' on Heaven's Door"
제25화 끝난 세계 Do you love me?
제26화 세상 가운데서 나를 부르는 것 Final : Take care of yourself
 

 

  아카기가 사망하고, MAGI가 완성되자 비밀조직 '제레'는 인류보완위원회의 조사기관에 불과했던 게히룬을 해체하고, 대신에 인류보완계획의 수행조직으로서의 비밀기관인 NERV를 출범시킨다. 2012년 무렵 이카리 유이의 8주기를 맞아 아버지 겐도우의 손에 이끌려 어머니의 무덤을 찾은 신지는 어머니가 없는 무덤에서 달아난다. 2014년 아야나미 레이(제2대)는 제3 신 도쿄시의 중학교(사실 이 중학교는 NERV가 비밀리에 전세계에서 에바에 탑승시키기 위한 파일롯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수집해 들인 곳이다)에 전입해 온다. 2015년 이카리 겐도우와 이카리 유지의 아들 신지는 지난 10년간 소식 한 번 전하지 않던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제3 신도쿄시에 나타난다. 신지가 도착하는 순간 세컨드 임팩트 이후 15년만에, 인류에게 있어서는 세번째의 사도가 신도쿄시를 습격해온다. 여기까지가 <에바> 시리즈 TV판 첫 회 이전의 이야기이다. <에바>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을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피드백시킴으로써 이야기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캐릭터들의 성격이 스테레오 타입화되는 것을 막았다.

에바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들 - 이렇게 세워놓고 보니 마치 학원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지 않으신지 <에바>에는 학원물적인 속성도 일부 가지고 있다. 좌로부터 음, 카오루, 리츠코, 겐도우, 유지, 펜펜, 후유쯔키 등등(궁금하면 직접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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