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는 록음악계에 브리티쉬 인베이션이 재래(再來)하는 것처럼 시작되었다. 블러(Blur)가 있었고, 오아시스(Oasis)가 있었고 또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있었으니까. 그룹 <라디오헤드>를 우리에게 알린 곡은 영화 씨클로(Cyclo)에 삽입되면서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한 명곡 "Creep"이었지만 같은 앨범에 수록된 "트릭스터"가 내 마음에는 더 끌렸다.
문단에는 농담처럼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어느 작가에게는 데뷔작이 최고의 문제작이자, 히트작이며 대표작"이라는 것이다. 프로야구계에서 흔히 하는 말인 "2년차 징크스"란 말도 데뷔 첫 해의 좋은 성적을 이듬해까지 이어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말이다. 이렇듯 데뷔작이 워낙 큰 히트를 했을 경우, 혹은 데뷔 이후 자신의 작업을 쭉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역량에 해당하는 일이다.
라디오헤드의 경우, "Creep"의 대형 히트는 그들에게 가장 혹독한 데뷔가 된 셈이었다. 영국 Oxford 변두리의 Abingdon School을 배경으로 아마추어 펑크밴드 TNT에서 활동하던 보컬 Thom yorke와 베이시스트 Colin Greenwood는 밴드해체후 기타리스트 Ed O'Brien과 드러머 Phil Selway를 받아들여 네 명을 라인업으로 "ON A FRIDAY"를 결성하게 한다. 그런데 이 무렵의 그들은 모두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학업과 밴드 활동을 병행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학에 진학하면서 밴드 멤버들은 뿔뿔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은 방학 때마다 고향에 모여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기타리스트 Jonny Greenwood를 받이들이며 음악활동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몇 차례의 그룹 공연과 데모앨범 등을 통해 밴드의 인지도를 높여 가던 중 이들은 "TALKING HEADS"의 앨범 "True Stories"에 수록된 곡 제목을 그들 밴드의 이름으로 삼는다. 이들은 유명 메이저 레이블 "Parlophone"과 계약을 체결하고, U.K. EP(비정규앨범) [Drill]과 [Creep]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데뷔 과정이 수월하기만 했던 것은 않았다. 당시 그런지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현재도 그렇지만) 이들 밴드의 성공 여부를 의심한 음반사측에서는 그들의 데뷔 앨범 "Pablo honey"를 3주만에 완성하도록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Creep"은 영국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더욱 큰 히트를 기록하게 되고, 역으로 영국에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 무명밴드에 불과했던 "라디오헤드"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이때만 하더라도 아직 "Creep"을 부른 그룹에 불과했다. 그들은 데뷔작의 명성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 그룹의 팬이 아니라 Creep의 팬이었던 것이다.
라디오헤드의 멤버들은 전작의 히트를 벗어나기 위해 노심초사했고, 그들의 세번째 EP인 "My Iron Lung"(94)을 발매한다. EP라고는 하지만 Creep의 어쿠스틱 버전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신곡으로 채워진 이 앨범은 그들의 가능성을 입증해주었고, 사람들로 하여금 Creep이 아니라 "라디오헤드"에 주목하게 해주었다.
물론, 나역시 처음 이들에게 주목했던 것은 Creep때문이었지만.(가수 김광석에게 최초의 대중적인 히트곡은 "사랑했지만"이었지만 김광석 자신은 콘서트장에서 이 곡을 불러달라는 대중의 요청을 끝끝내 뿌리치고는 했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지만"의 가수로서만 기억되길 거절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실력있는 뮤지션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바로 이 곡 "The Trickster"에서 였다.
THE TRICKSTER
/ Radiohead
Lost in the mountains
Rust in my brain
The air is sacred here
In spite of your claim
Up on the rooftops
Out of reach
Trickster is meaningless
Trickster is weak
He's talking out the world
Talking out the world
Hey, hey, hey, this is only halfway
Hey, hey, hey, this is only halfway
I wanted you so bad
That I couldn't say
All these things fall apart
We wanted out so bad
That we couldn't say
These things fall apart
We're talking out the world
Talking out the world
Hey, hey, hey, this is only halfway
Hey, hey, hey, this is only halfway
Truant kids
A can of brick dust worms
Who do not want to climb down from
Their chestnut tree
Long white gloves
Police check carefully
Escaped from the zoo
The perfect child facsimile is
Talking out the world
Talking out the world
Hey, hey, hey
Hey, hey, hey
* Trickster - 세계 여러 민족의 신화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또는 어릿광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