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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24-10-28 15:07:27, Hit : 77, Vote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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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있었다 1~2 -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

‘현대미술포럼’이 기획하고, 나무연필이 펴낸 『그들도 있었다 1~2 -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를 지지난주 휴가 떠나기 전 사무실에서 받았다. 책을 펼치고 내 몸이 보인 첫 번째 반응은 “미쳤구나!”란 탄성이었다. ‘하필이면 왜 지금이란 말인가’란 장탄식이 이어졌다.

미술 관련 책이 책장 하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중 한국미술 관련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서구미술사 고전이나 화가들의 화집이 대종을 이룬다. 이 말이 내가 한국의 여성 화가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변명은 아니다. 어차피 나는 한국의 남성 화가들에 대해서도 그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20세기 한국 미술가들을 선별하여 조명한 책에 등장하는 여성미술가는 극소수다. 예컨대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20인 선집』(금성출판사, 1975~1979)에는 4명, 이후 증보한 120인 선집(1982)에는 5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기획한 『한국현대미술가 100인』(사문난적, 2009)에도 여성은 12명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여성 미술가의 수가 이렇게 희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예술적 재능이 부족해서일까? ●

이 책은 그런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을 펴낸 현대미술포럼은 1995년부터 현대미술에 관한 텍스트를 읽으며 공부하는 여성연구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다. 여러 의미에서 ‘여성적인’ 모임에서 한국근현대미술사에서 망각당하고, 소실되어 버린 여성 미술가들을 되살리는 연구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이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월 2~5편의 글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역사 속에 “그들도 있었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연구에 착수해 여성미술사 작업을 시작해 작업 내용과 활동 경력을 기준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고 판단한 여성미술가의 명단을 추려내는 작업 끝에 105인을 선정해 이들을 시대별로 소개하는 통사 작업을 진행한 결과물이다. 책을 펼쳐놓고 목차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 이름이나마 알고 있는 한국의 여성 미술가는 누가 있을까? 살펴보니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 최욱경, 이불…” 이렇게 다섯 명밖에 없었다.

이제 첫 걸음이기에 작가 한 명당 대여섯 쪽밖에 할애할 수 없어 대략적인 소개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앞서 말한 다섯 명의 여성 미술가를 제외하고 100명의 여성 예술가들을 새롭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 책인가. 그럼에도 내가 장탄식을 토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이 과연 얼마나 팔릴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읽어보시라. 참으로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