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이야기
피터 루이스 지음, 김일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2월
오쿠보 히로코의 "에도의 패스트푸드 - 죠닌의 식탁, 쇼군의 식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와 "도쿄 이야기"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1921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난 벽안의 외국인이 "미시마 유키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빠져들어 스스로 이들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 모습에서 묘한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인데, 피터 루이스의 "닌자 이야기" 역시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일본 문화의 한 단편이란 점에선 이와 비슷한 질투를 품을 만하다.
최근 우리 드라마에서도 액션 장면이 가미된 것들이 많이 등장하곤 하는데, 특히 최근 제작된 일련의 역사물들은 이런 액션 장면의 가미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KBS 드라마 "무인시대", "해신", "불멸의 이순신" 그리고 MBC의 "다모", "영웅시대" 등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영웅시대"의 경우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로 암시되는 인물은 싸움의 달인으로도 묘사된다.) 이렇듯 대중문화의 키워드 속에서 액션은 대중이 원하는 스펙타클한 요소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양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요소로 삽입된다. 문(文)의 역사인 우리에게 그럴진대, 무(武)의 역사를 지닌 일본에서 사무라이 혹은 닌자는 할리우드의 웨스턴 장르 못지 않은 중요한 분야다.
더군다나 세계를 제패한 일본 아니메와 만화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일본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우리 사회에게도 사무라이와 닌자는 관심의 대상이며, 이를 통해 일본 문화를 알게 되기도 한다. 영화 "올빼미의 성"이나 "사무라이 픽션", "아들을 동반한 검객", " 그리고 게임 "나루토", "천주". "사무라이 쇼다운". "시노비", "버추얼 파이터" 등에서 닌자 캐릭터가 이용되고, 만화로는 전국시대를 평정한 이에야스의 오른팔 구실을 한 핫토리 한조를 주인공으로 다룬 "바람의 닌자"(코이케 카즈오 글, 코지마 고세키 그림 / 대원씨아이) 등이 있다. 이처럼 닌자는 사무라이와 더불어 일본문화를 상징하는 대중문화의 영웅이다.
"닌자 이야기"는 닌자에 대한 일반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나름의 입문서 구실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런 류의 책을 일종의 심심파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 아니메를 좀더 재미있게 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핫토리 한조와 같이 일본 역사상 실존했으며 실제로 그를 위해 문을 세워줄 만큼 혁혁한 전공을 세웠을 만큼 일본 역사의 일부가 된 무의 전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떤 한 문화에 경도된 외국인의 오리엔탈리즘적인 부분이 간혹 노출된다. 예를 들어 피터 루이스는 영국 출생의 작가로 가라데 유단자이고, 세계가라데연맹 국제심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닌자 칭송으로 가득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문화적인 접근이나 좀더 진지한(역사적) 접근을 원하는 이라면 실망하게 된다(중간에 오탈자 몇 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시각이야 니토베 이나조의 "사무라이" 정도의 찬미는 아니고, 나름의 중립을 유지하긴 하지만, 글의 재미나 수준이란 점에선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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