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Clip
Robert
Dean(윌 스미스) : "Why
are they after me?"
Brill
(진 핵크먼) : "I don't
know and I don't want to know.
They still have a signal on
you, your collar, your belt,
your zipper. Get rid of your
clothes-all of them!"
Robert
Dean : "Then what am
I supposed to do?"
Brill
: "Nothing! You live
another day and I'll be very
imp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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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매카시
닉슨(영화)
조지
오웰
알더스
헉슬리
가타카
찰스
다윈
아돌프
히틀러
요시프
스탈린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알란
튜링
숀
코네리
블랙
호크 다운
블레이드
런너
리들리
스콧
빌
게이츠
미드나잇
카우보이
다니엘
벨
마르코니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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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만들어진 영화 중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라는 영화가 있었다.
짐 길레스피(Jim Gillespie) 감독의 공포영화였는데,
영화 <스크림>의 히트 이후 비슷하게
만들어진 몇 편의 영화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가 지닌 공포성의 핵심은
익명의 누군가가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가끔 뉴스 시간에 우리는
이런 류의 뉴스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 학교의 여교사들에게 익명으로 발송된 메일에는
'당신의
화장실 몰카가 있는데 언제 어느 때까지 모
계좌로 얼마를 입금하지 않을 시에는 당신이
일하고 있는 학교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띄우겠다'는
협박이 실려 있어 일부 선생님들이 돈을 입금했다거나,
웬만큼 잘 나가는 중년층 남자들에게 역시
익명으로 불륜행위를 담은 사진이 있으니 돈을
입금하라는 편지를 발송했더니 그 중 상당수가
돈을 입금했다는 이야기들 말이다. 이건 농담으로
인구에 회자되던 농담 "들켰으니
튀어"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사례이기도 하다.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1950년 2월 한 연설에서“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발언을 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위스콘신주의
초선의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이 발언은
당시 민주당 정권에 밀려나 10년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했던 공화당의 위기 의식과 국민들이
흥미있어 할 것이라 판단한 저널리즘의 흥미본위의
판단으로 인해, 그리고 냉전의 시작으로 말미암은
위기의식으로 인해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매카시 상원의원은 끝끝내
자신이 손에 쥐고 있다는 메모의 명단을 밝히지
못했지만 정치인들을 비롯해, 지식인들까지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것이 두려워 매카시에게
변변한 비판 한 번 가하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다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결국 미국의
정신문화를 100년 전으로 후퇴시켰던 매카시즘의
광풍은 그가
육군에 도전한 것이 치명상이 되어서 1954년
상원의 사문결의(査問決議)에 의하여 권력을
빼앗기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실제로 매카시
상원의원은 그와 관련한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실제 국무성 안에 200명의 공산주의자는커녕
이를 제대로 반박할 만한 20명의 제대로 정신박힌
관리조차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
매카시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한때
매카시와 어울려 다니며 강력한 반공주의자
행세를 하던 닉슨 대통령은 매카시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던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 말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워터게이트
주상복합건물 내에 입주해있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선거본부 사무실에 5명의 도둑들이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문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다가
잡힌 사건을 말한다. 그들은 민주당의 대선전략을
미리 알아내 이를 역이용하는 선거 캠페인을
펼칠 생각이었다. 이것이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었지만, 번스틴과
우드워드 기자의 집요한 사건 추적 끝에 국세청(IRS),
국가정보원(CIA), 미 연방 수사국(FBI), 대통령
비밀경호대(Secret Service)와 같은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가운데 도청, 세무사찰, 야당 사무실
잠입 등의 술책을 써왔다는 사실들이 점차
드러나게 되고,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러한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재선전략에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결국 국회청문회와 특별검사를
통해 대통령 주변사람들의 부패와 권력남용
등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고,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닉슨이 끝까지 공개를 거부했던 그의
집무실내 전화 통화와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제출되면서 닉슨이 조직적인 은폐 기도를 알았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물러나게 된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도 최근 온갖 도청과 감청에 대한 의혹과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를 통해 심심치 않게
몰카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작게는 배우자의 불륜을 캐기 위해 크게는
대북 도·감청 기지 사령관의 국회 누설에
이르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 강남구 일대에는 방범을 목적으로
하는 몰래 카메라 5대가 시범적으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음이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거주하고 있는 강남 일대를 상습적으로 노리는
도둑, 강도들의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들이 주로 타 지역에서 강남으로
와 범행을 저지른 뒤 도주하기 때문에 주로
타 지역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들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즉, 강남을 들락거리는
서울 강남 이외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은 일단
범죄자로 의심받아 감시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 국가의
적>은 과연 누가 국가의 적인지, 누굴 국가의
적으로 두려워 하며 노리고 있는지에 대한
영화이자, 이미 시작된 조지 오웰 '빅 브라더'의
통치를 받는 세상에 대한 영화이다. 이건 SF영화가
아니라 리얼리즘 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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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로버트 딘) - <나쁜 녀석들>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래 흑인 "톰
크루즈"의 인상을 주는 배우. 윌 스미스,
이 영화에서는 제법 진지한 역을 맡았는데
이전까지 맡았던 역의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어쩐지 약간 역부족이란 느낌을 받았다.
진
핵크먼(브렐) - 그의 다양한 연기경력이 말해주듯
어느 역할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배우, 진
핵크먼. 윌 스미스의 약간 뜨는 분위기를 적절히
제어하면서 전체 이야기를 엮어간다.
딘이
대학 동창 친구인 다니엘을 우연히 만나는
란제리 가게 장면 - 이들이 만난 장소는 하필
란제리 숍이었다. 덕분에 눈은 즐거웠다고...
NSA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딘 - 국가기관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상황. 우리들도 지난 시대에
적잖이 많은 사회적 경험을 축적하지 않았는가?
수배자가 양산되던 시대 그 많은 사람들은
죄다 어디 숨었었고, 그들을 또 귀신같이 잡아내던
공권력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전직
NSA출신의 정보제공원 브렐을 만나 대화하는
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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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A
국가안전보장국 (National
Security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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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대통령령으로 설치한 미국 국방부 소속 정보기관으로 FBI(미국연방수사국),
CIA(미국중앙정보국)와는 별개이며, 세계를 무대로 전자첩보활동을 하는 방대한 국가안보기관으로서, 현역군인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특수조직이다. 또한, 육군안전국 및 해군,
공군의 통신정보기구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감독권이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의 통신정보활동에서 시작하였으며 의회의 간섭이 적다.
미국 정보기관 가운데 보안이 가장 철저한 곳으로 장성급 군인을 책임자로 임명하며, 통신위성이나 각종 전자장치를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미국 전자첩보활동의 대부분을 집행한다. 본부 지하실에는 초정밀 컴퓨터들이 있어 전세계 정찰첩보기지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정보량을 처리한다. NSA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장비들은 지구상에서 교신되는 모든 전화․전보․텔렉스 등을 언제든지 도청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도청된 내용은 컴퓨터가 암호를 해독할 뿐만 아니라 도청된 통신내용을 재빠르게 판독하여 정보가치 여부를 키워드로 심사하며, 또한 타국의 군사관계 통신을 수집․분석하여 군사력 배치나 이동상황을 알아내기도 한다. 미국은 NSA의 조직을 통하여 적지에 대한 첩보활동의 대부분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은 미국의 다른 여타 정보기관의 경우보다 더 중요한 비밀로서 보호받는다. 적의 정보조직이 가장 먼저 침투하려는 곳이므로 일반인이나 언론기관과 접촉하는 것을 피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집무실도 도청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회문제화 되었었고, 남-북간 대화도 면밀히 도청되고 있다고 알려지며, 이러한 사실은 일본 등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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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distopia)와
유토피아(Utopia), 막연한 공상의 산물인가?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첫장면은
위성에서 내려보는 화면에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밀하게 포착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기실
영화에서 이렇게 위성에서 지상의 모든 광경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장면이 등장한 영화가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가 처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위성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우주공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의 흐름에 따라
구름이 있고, 기타 여러 장애들이 있는 지상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과 같은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비판을 하는 것을 간혹 들을 수 있다. 그런
비판들이 나름의 일리는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차피 이것은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니까 그 정도 헛점이야 용납될 수도 있다고
해두자.
많은
SF영화들이 미래상에 대해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유토피아 보다는 디스토피아를 강조해
왔다. 디스토피아를 강조하는 까닭에 대해서야
작게는 대중의 관심을 좀 더 끌기 위한 수단일
테고, 크게는 좀더 나은 미래를 희구하는 마음이
담긴 것일 게다. 토머스 모어 경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에게 알려진 이상향(理想鄕) 유토피아는
'현실세계에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은
이상의 나라'를 의미한다. 디스토피아는 다들
알고 있듯 이런 유토피아의 반대어이다. 물론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유토피아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 내용은 정반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가타카>를
통해 이미 접한 바 있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여,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 세계의 아이들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 유리병 속에서 길러지고 부모도 모른다. 그리고 지능의 우열만으로 장래의 지위가 결정된다. 과학적 장치에 의하여 개인은 할당된 역할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도록 규정되고, 고민이나 불안은 신경 안정제로 해소된다. 옛 문명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에서 온 야만인은 이러한 문명국에서 살 수 없어 자살하고 만다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었다.
국가 기관이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롯한 모든 행동을 감시한다는 설정
역시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는 소련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를 통해 국민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등장을 예견한 바 있었다.
1984년, 가공의 초강대국 오세아니아에서 자행되는 전체주의적 지배 양상을 묘사한 『1984년』은 현대 사회의 전체주의적 정신 풍토가 점차 심화돼 결국 인간성을 말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때로 알더스 헉슬리나 조지 오웰의
이런 미래를 예견하는 놀라운 전망과 함께
그런 예상이 맞아들어가는 현재의 현실에 대해
일말의 공포를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그것이 단지 예상일 뿐 현재 우리들이
그렇게 될리는 없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한다.
그런데 과연 알더스 헉슬리와 조지 오웰은
대단한 천재라서 그런 미래를 예측하여 이런
작품들을 남겼던 것일까. 그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창작의
산물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이미 경험했던
과거를 통해 얻어낸 성찰의 결과물이란 것을
깨우칠 수 있다. 알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를
발표하던 1932년 무렵의 유럽은 우생학으로부터
변질되어 나온 이상한 학문인 '인종학'에 깊이
사로 잡혀 있던 시대였으며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학에 접목시킨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이
여전히 기세를 떨치던 시대였다. 즉 자연의
법칙인 '약육강식'의 법칙을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에도 고스란히 적용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에는 할리우드의 이름난
조역들과 이후 다른 영화들에서 주역 혹은
주역급으로 등장한 든든한 조역들이 많이 뒤를
받치고 있다. - 앞장 서서 총을 들고 있는
배우는 <라이언 일변 구하기>, <배틀필드>,
<위워 솔저>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했던
베리 페퍼(barry Pepper) 이외에도 가브리엘
번, 제이슨 리, 이안 헌트 등이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이
살해당하는 철학적 기반을 고안해낸
인간은 '히틀러'나 '스탈린'이 아니라 '찰스
다윈'이었다. 조지 오웰 역시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의 경찰 생활을 통해 영국의 제국주의를,
스페인 내전의 참전 경험과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전체주의적 공포를
경험한 아나키스트였다. 알더스 헉슬리와 조지
오웰의 작품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인류가 경험한 역사적
체험의 성찰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충고인 것이다. "그대들은
우리처럼 되지 말라"는...
국가의
적, 민중의 적
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자신이 맡은 노조 관련 사건의 의뢰인을 위해 마피아 보스와의 위험한 협상에서도 거리낌없는
강직한 변호사이다. 그러나 이런 다소의 위험을
제외하고 그의 삶은 평범하기 그지 없어서
국가안전보장국NSA나 여타 국가의 비밀 정보
기구와는 전혀 관련없는 삶을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딘이 의뢰인을 위해 마피아
보스 핀테로와 협상을 벌이던 무렵 NSA의 고위
관리인 레이놀즈(존 보이트)는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 필을 설득하려다 실패하게 되자 그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추진하여 결국 그를 인적이
드문 호숫가로 유인해 살해하고 만다. 호수의
철새들을 관찰하기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음은 까맣게 모른채 말이다. 상원의원 필은 NSA의 감청 및 도청 행위를 법적으로 승인하자는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기 때문에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로버트
딘과 과거 대학동창 친구였던 다니엘은
철새를 연구하기 위해 호숫가에 카메라를 설치해두었다가
살해 장면이 촬영된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NSA의 추적을 받게 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여러 액션 스릴러물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하다못해 정보화사회의 공포를 다룬 재미없는
영화 <네트 NET>에서도 이런 설정은
흔하게 쓰이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에서
다니엘을 추적하는 NSA의 시스템들이 더 이상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가상의 설정이 아니라
실존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는 그런 국가
비밀 기구의 정보 집중, 정보화사회에 대한
공포를 잘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게 된다.
로버트
딘은 국가비밀정보기구와 자신이 악연으로
얽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사회 문제
따위에는 별관심이 없는 성공한 흑인 변호사이다.
그러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국가기구를 이용한
부당한 폭력에 노출되고 만다. 이런 그를 지켜줄
국가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독 미국 영화들에서
이런, 국가기구가 부당하게 자신을 감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강박관념을 담은 영화들이
많은 까닭은 겉으로는 건강한 듯 보이는 미국
시민사회 이면에 자리한 비대해진 국가기관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스스로가 지킬 수밖에 없다는...
그것은
바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5개 국가의 첩보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전세계에 걸친 자동화된 정보 수집과 전달
시스템을 지칭하는 암호 에셜론(ECHELON) 프로젝트이다.
처음 에셜론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7년 미국과 영국이 비밀협정을 맺어 양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통신정보활동(즉, 도감청)을
지속시키기로 합의하면서부터였다. 양국의
국명을 따 만들어진 UKUSA 협정의 1차 참여국은
영국과 미국, 2차 참여국은 캐나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앵글로색슨 국가 5개국이었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독일, 노르웨이, 일본,
터키 등이 이에 대한 협조국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에셜론은 각국의 수뇌부
일부만이 알 수 있는 극비사항으로 취급되어
에셜론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그 자체로
공상처럼 여겨져왔으나 미국이 주도하는 에셜론에
반발한 오스트레일리아 정보기관 DSD가 이에
반발하여 이를 공식확인하면서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정보기관 책임자가 갑자기 에셜론의 존재를 시인한 것은, 미군이 관리하는 오스트레일리아 파인 갭 기지를 통해 얻은 신호정보의 주도권 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충격적인 폭로 뒤에도 미국 정부는 이에 관해 구체적인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다.
물론 에셜론에 관한 방대한 보고서가 그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폭로 외에도 98년 유럽의회 산하 '과학기술정책평가기구'는 에셜론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두 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증거를 제시한 이들 보고서는 그 동안 에셜론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에셜론이 근본적으로는 '일반시민'을 겨냥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기술하고
있는 에셜론 시스템은 냉전 기간 동안 발전해 온 다른 전자 첩보 시스템과 달리 근본적으로
민간기구와 국가 행정부와 각종 조직, 기업
등 비군사적 목표물에 대해 무차별적인 도청,
감청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에셜론은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감청된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에
해당한 자료들이 제공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얻어낸 정보들을 회원국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에셜론 시스템으로부터 경제정보를
얻고 있는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빌 게이츠에 의해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퍼스널 컴퓨터의 인터넷 브라우저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에는 의도적으로 만든
맹점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MS사 측에서는
이런 결점들이 단순한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으나 MS사가 NSA와 함께 윈도우 운영체제와 인터넷 E-MAIL에 손쉽게 침입할 수 있도록 '비밀 열쇠'를 장치해놓았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8년 9월 영국 BBC는
이런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유럽의회의는 두
차례 걸쳐 에셜론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지난 2000년 "도청 능력 200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공개된 적도
있다. 사실상 냉전이 종식된 뒤로도 미국과
NSA는 테러 및 국제범죄를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전세계를 상대로 도감청행위를 하고 있다.
<미드나잇
카우보이>에서 경제적 부를 쫓아 부나방처럼
도시로 날아든 시골뜨기 청년을 연기한 존
보이트는 <미션 임파시블>,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를 거치며 국가비밀정보기관의
요원으로 자주 등장한다. 도시의 부적격자
카우보이에서 기성세대로, 정보기관의 책임자로의
유연한 변신이 어쩐지 슬프다.
정보화
사회의 그늘 - 정보를 장악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로버트
딘의 대학동창이지만 그와는 대학을 졸업한
이래 한 도시에 살면서도 거의 교류가 없던
조류 사진 작가 다니엘은 호숫가의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설치한 비디오 카메라에 우연히
필 의원의 살인 현장이 담긴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NSA요원들은 살인장면이
담긴 녹화 디스크를 빼앗기 위해 다니엘을
추적하게 되고, 다니엘은 NSA요원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다 뛰어든 가게 안에서 우연히
딘을 만나게 된다. 다급해진 다니엘은 딘의
쇼핑백에 녹화 디스크를 숨기고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만다. 딘은 이런 사실조차
모른 채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는데, NSA는
다니엘과 딘이 마주친 가게의 감시카메라를
분석하여 다니엘이 딘의 쇼핑백에 문제의 디스크를
감췄다는 심증을 얻게 된다. 이때부터 NSA는
모든 국가전산망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딘의 일거수 일투족과 사생활을 조사한다.
한밤중에 집에 들이닥친 NSA요원들은 딘을
협박해 문제의 디스크를 찾으려고 하지만 변호사인
딘이 이런 조사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따져
묻자 협조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딘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먼저 딘이 일하고 있는 로펌(법률회사)에서
해고당하게 만들고, 그의 모든 금융거래를
차단한다. 궁지에 몰린 딘은 자신에게 비밀리에
정보를 제공해주고 뒷돈을 챙기던 정보 브로커
브릴(진 핵크먼)에게 도움을 청한다. 브릴은
국제적 도청업무에 관여하던 인물이나 이를
청산하고 현재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전직
NSA요원이었다. 국가비밀기구를 상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알고 있던 브릴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게 될 것을 꺼려 처음엔
도움을 거절하지만 결국 그의 존재마저 NSA가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위협 당하는
처지에 이르자 역습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실패하고, 아지트마저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딘은 자신이 담당한 사건으로
인해 좋지 않은 사이가 된 마피아들을 이용해
자신을 죽이려는 NSA를 함정에 빠뜨려 문제를
해결하는 함정을 계획한다. 결국 마피아와
오해 끝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딘과 브릴은
무사히 위기에서 탈출하게 되고, 이 사건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고 묻힌다는 결말이다.
모르면
만사 편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요기까지만
읽고 마는 편이 속 편할 것 같다. 이게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앞서 강남 지역의
방범용 몰래 카메라 설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고속도로의 과속 단속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이미 조지 오웰이 예견했던
1984년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도청·감청 및 비밀 녹음의 제한과 증거 사용」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감청 대상 범죄의 수는 자그마치 1백50여 가지에
이른다. 웬만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도·감정 이가능하다는 말이다. 또한
감정이 허용되고 있는 기간도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3개월, 국가 안보 관련 범죄라고
인정되는 것은 장장 6개월에 걸쳐 도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의
나라 미국에서조차 30일,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 10일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엄청난
기간이다. 과거 1980년대 떠돌던 웃지 못할
이야기 중 이런 것이 있다. 대학가 앞의 모든
공중전화는 도청된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으로부터
안전을 생각해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안전하겠지
하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공중전화까지 도청된다는 의심을
하며 전화를 이용해야 했던 시대로부터 우리는
많이 안전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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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콧(Tony Scott.
1944 -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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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인
리들리 스콧는 <블레이드 런너>,
<에이리언>을 통해 시각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거장 대접을
받는데 비해 동생 토니 스콧은
좀더 상업적인 감독으로 취급받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일반적인
평가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할리우드적 시스템에 매우 잘
적응한 감독들이고, 리들리 스코트에
비해 동생이 작품적으로 그보다
못한 평가를 받을 이유는 사실
별로 없다. 굳이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런 평가들이
대개 리들리 스콧의 초기 작품들만을
염두에 두고 내려진 제법 오래된
평가 혹은 동생인 토니 스콧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 역시 <글래디에이터>,
<블랙호크다운> 등을 통해
매우 뛰어난 상업 감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토니
스콧은 대학에서 미술과 영화를
전공했고,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화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형인
리들리 스콧과 동업하여 광고제작사
RSA의 감독으로 활동하며 SF를
연출하며 감각을 익혔다. 이후
수잔 서랜던, 데이비드 보위,
카트린 드뇌브 등이 주연한 영화
<악마의 키스>로 데뷔하여
형 못지 않은 시각적 효과와 비주얼을
통해 화려한 영상을 제공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데뷔작은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는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영상감각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탑건>의
연출을 맡긴다. 이 영화는 톰
크루즈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다.
그는
이후 제리 브룩하이머 등과 손잡고
연달아 <비벌리힐즈 캅2>와
케빈 코스트너를 주연으로 기용해
만든 첩보 스릴러물 <리벤지>
등을 성공시키며 일약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이 작품들
자체는 주목받았을지 모르지만
감독은 흥행감독 이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작품 연출과
관련하여 제작자와 계속 마찰을
빚고 있었다. 심지어 중도 해고의
압력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 <마지막 보이스카웃>
등을 연출하지만 이 작품들은
흥행에 실패한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신의 재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저예산(물론 미국적인
기준으로)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트루 로맨스
True Romance>였다. 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크리스찬 슬레이터, 브래드 피트,
크리스토퍼 워켄, 데니스 호퍼
등 청춘 스타들과 연기파들이
적절히 범벅이 된 그야말로 감독의
작품이었다. 단순한 흥행감독이라는
꼬리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그는 이후 좁은 잠수함을 배경으로
<크림슨 타이드>를 연출하여
흥행에 성공하고, 한 광적인 야구팬의
심리스릴러물인 <더 팬>을
연출하고,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에 이른다.
물론
토니 스콧 감독을 현재 시점에서
거장이라거나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가 할리우드의 그저그런 감독
수준은 뛰어넘고 있는 뛰어난
감독이라는데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할리우드
감독 중에서 이름만으로도 드라마가
제법 탄탄한 액션흥행물일 것이라고
믿을 만한 감독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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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 참고 도서
『스파이전쟁』/
모우리 모토사다 지음/ 박시진 옮김/ 다리미디어/
2001년
『1984년』/
조지 오웰 지음/
『멋진
신세계』/ 알더스 헉슬리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창작과비평사/
2002년
『청소년을
위한 과학자 이야기』/ 송성수 지음/ 신원문화사/
2002년
『씨네21
영화감독사전』/ 씨네21 엮음/ 한겨레신문사/
199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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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와
인권 보호 -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로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던 독재정권이 시민을
감시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던 도청과
불법연행의 공포는 어느 날 밤 9시 뉴스 시간에
뉴스가 진행되던 스튜디오 안에 갑자기 "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다"는
실성한 사람의 외마디로 드러나기도 했고,
군사독재정권의 비밀경찰 구실을 했던 보안사가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나서까지도 민간인에
대한 사찰 활동을 했었다는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이 있기도 했다. 우리가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굳이 비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할 필요는 없겠지만 디스토피아라는 것은
현재 상존해 있는 위험한 경향에 대해 그것을
미래사회로 확대시켜 이를 경계로 삼으려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자식들을 훈계하기 위해 보낸 한
편지에서 '편지에는 저자거리에 떨어져 누가
주워 읽더래도 이상할 것 없는 내용을 쓰도록
하며, 특히 언행을 조심하라'는 경계의 내용을
담아 편지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한 개인의
사생활을 담은 내용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외부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것이다. 산업혁명에 뒤이은
현대의 혁명을 흔히 '정보통신의 혁명'이라고
한다.
지난
1837년 모스가 전신기를 발명한 이래 통신기술은
1875년 다니엘 벨의 전화기 발명, 1898년 마르코니의
무선통신 실험의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통신의 발달과
더불어 이를 중간에서 도청하거나 감청하여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시도
역시 함께 발달해 왔다. 마르코니의 무선 기술
덕분에 1912년 일어났던 타이타닉호 침몰사건의
피해자들이 좀더 많이 구조될 수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무렵 선박들에
설치되기 시작한 무선통신 장비를 통해 SOS신호를
칠 수 있었고, 이를 들은 인근의 선박들이
피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급하게 달려온 덕에
좀더 많은 인명이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이런 해프닝 뒤에 잘 알려져
있지 못한 사건 하나가 있었다. 한 아마추어
무선가가 장난으로 타이타닉호의 승객 전원이
무사하다는 무선 통신을 내보내는 바람에 타이타닉호
사건으로 가슴 조리고 있던 가족들이 나중에
크게 상심하게 된 일이었다. 마치 요새 만우절에
소방서로 거짓 전화를 하는 것처럼 당시 한
아마추어 무선 통신사의 생각없는 장난 때문에
국가기관에서는 무선통신에 대해 전파통제를
실시하게 된다. 이후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쟁수행국들 사이에 상대방의 통신을
도청하고자 하는 시도와 기술력이 발달하게
된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이니그마 통신기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의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은 알란 튜링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 한 바 있다).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국가기관이 행정력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혹은 시민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민 각 개인의 신상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집중시키고
통합하여 관리하고 이에 따른
여러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악마의
유혹을 제의하는 것을 보고 있다. 우선 전자주민등록증
문제가 그것이고,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오랜 기간 준비 끝에 실시하려다가 다시 원점부터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국가기구가 시민 각 개인에 대한
정보를 세세하게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나라이다.
국민은 모두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손가락의
지문을 채취하여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호적부터
시작해서 등본에 이르는 그리고 학생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를 등록하여 만들고, 취업을 위해서는
이력서, 졸업증명서부터 신원조회, 신원보증에
이르는 잡다한 경로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때로는 국가안보를,
때로는 행정편의를, 시민의 편리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정부는 시민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국가권력의 통제 아래 두기를 원한다.
그것은 NEIS와 관련하여 교육당국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교육행정을 보다 편리하게 하여 일선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그런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위험한 것이다.
기술적 편리나 행정적 편의가 한 개인으로서 학생의 신원과 사생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되는 위험보다 중요한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에서 NEIS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 역시 이런 편의 위주의 반인권적 교육행정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박임서 상임위원은 "세계 어느 나라에 NEIS처럼 부모의 이혼, 재산, 소년가장과 같은 수많은 학생신상정보를 학교 담 밖에서 한 곳에 모으는 곳이 있냐. NEIS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스템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18년 동안 아이들을 키웠지만 학생 정보는 담임만 알고 딴 사람한테는 절대 공개하지 않더라.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인권철학의 부족이었다....중략....초·중등교육법 25조에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 관리는 학교장의 권한'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NEIS 상에서는 학생신상정보가 학교가 아니라 시도교육청 서버에 집적되어 있으며 그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도 시도교육감한테 주어져 있어, 아무 법적 근거 없이 학교장의 권한을 침탈한 것이다." 라고 말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앞서 타이타닉의 예와 마찬가지로 때로 소중한 인명을 구조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보다 많은 이익과 편의를 제공해주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또한 도감청은 사회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급하게 만들며,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신뢰를
무너뜨린다.
물론
국가에 대해 보다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요구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어 당연한 권리이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 보다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행정편의를
위해 국민에 대한 감시, 정보 통합을 합법적으로
용인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감청 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청이 가능한 범죄를 마약·유괴·조직 범죄와 같은 중범죄나 안보 관련 범죄 등으로 제한하고, 감청 기간의 축소, 긴급 감청 사후 허가제 도입, 피감청자에게 감청 사실 사후 통보 등을 관련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관련해 우리들의 인식 자체가
정보통신과 관련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환경문제처럼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서는 당연히 국립공원 초입에 차를 세우고
걸어갈 의지가 필요하듯이, 정보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조금 불편한 행정서비스를 감내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가치관이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선택을 필요로 할 때
선택을 내리게 하는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조금 불편하게 살 의지이지만
때로 천금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도저도 싫다면 열심히 국가를
감시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로버트
딘의 일가족 - 이들에게 국가권력기구는 잊혀진
듯 멀리 있는 것 같이 생각됐지만 어느 한
순간 이들의 단란한 행복은 국가권력기구의
잘못된 작동으로 완전히 산산조각날 수 있다.
남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지 마시라. 내일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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