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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 - 1828)
지금도 나는 배운다(Aun aprendo), 1824 - 26년경, 목탄, 19.1X14.5cm, 프라도 미술관
내가 프란치스코 데 고야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가 분명 20세기를 다루는 홈페이지로 기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8세기에 태어나 19세기에 사망한 화가를 다루기로 한 까닭도 사실은 거기에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하며 존경한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존경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를 20세기적 특성을 지닌 화가로 파악하고 있다. 역사의 마모를 견디고 살아남는 예술가는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다. 고야는 평생동안 거의 2,000여편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다. 무척이나 다작에 속하는데, 그 중에서 누드화는 단 한편 <벌거벗은 마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한 편의 누드화로 인해 그에 대해 많은 누드를 그린 화가로 오해받게 만들기도 했다. 그 한 편의 누드화가 작품 수십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20세기 미술의 시초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민중적이었으며 동시에 대중적이었다는 것 때문이다. 그는 최초의 민중화가라 불리울만한 화가였다. 그는 민중을 사랑했고, 동시에 그들의 부족한 면을 숨기지 않고 증오했다. 그에겐 증오도 사랑의 한 방식이었으며 스스로 강해지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사실상 거의 최초의 반체제 화가였으며, 고전미에 대한 반항아였다. 그로부터 고전적인 회화의 아름다움이란 균형잡힌 고전미의틀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고야는 제자를 두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배운다"라는 위의 작품은 그의 나이 80세 무렵에 그린 것이다. 고야가 사망한 것은 1828년이었으니 이 작품은 그의 생애 거의 마지막 시기의 것이었다. 그는 늙었고, 귀가 멀었으며 더군다나 조국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에서 고달픈 망명생활 중이었다. 그림 속의 노인은 고야 자신의 반영이었다. 그림 속의 그는 지팡이를 두 개나 짚었고, 허리는 거의 반쯤 꺽였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도 나는 배운다."
그는 귀가 멀고, 눈마저 시력을 잃어가는 가는 상황에서도 남의 나라에서 석판화 기법을 새로 배우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법으로 많은 작품들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 중 상당수는 생전엔 도저히 팔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그림 역시 자신의 생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천재도, 신동도 아니었으나 죽기 전까지 배웠다. 그는 평생 배우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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